아름답고 소중한 인연

나의 인연 이야기

2007-01-16     관리자

나는 인연이라는 말을 무척 좋아한다. 굳이 불교 신행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살아가면서 이해하기 어렵고 애매한 상황이면 이 말이 해결해 주곤 한다.
오늘도 그랬다.
“공불회에서 11월 11일부터 1박 2일간, 안동 지역으로 문화 유적 답사를 갈 텐데 함께 갈 수 있겠지?”
엊그제 가을 모임 연락을 받고 아들에게 물었다.
“아, 공불회요. 이번엔 어느 절로 가요?”
대뜸 되묻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 녀석의 모습이 앙증스럽다.
우리 아들 ‘경우’는 절을 무척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절에 자주 데리고 간 탓일까? 무엇보다도 어느 절로 가느냐고 묻는 것을 보면 기특하기 그지없다.
“물론, 봉정사라는 절이지.”
어린아이가 어른들의 모임을 쉽게 기억하고, 특히나 어느 절에 가느냐고 물어볼 정도라면 공불회와 경우와의 인연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듯하다.
공불회는 80년대초 대학생불교연합회 공주지부(공주사대, 공주교대, 공주간호대)에서 같이 신행 활동을 했던 법우들의 모임이다. 그 당시 공주포교당을 비롯해 갑사, 마곡사, 신원사 등에서 함께 한 수련회는 지금도 각자의 삶을 지탱해주는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처음 11명으로 시작된 회원은 배우자와 자녀들까지 합쳐 총 44명이 되었다. 회장, 총무를 2년마다 돌아가면서 맡기 때문에 모두가 주인인 입장에서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교사인 회원들은 1년에 봄, 가을로 두 차례 모임을 갖는다. 모임 때마다 사찰 순례도 포함되어 있어 가족법회도 자연스레 이루어진다. 또한 2년에 한 번씩 해외로 사찰 순례도 다녀온다. 작년에는 중국을 다녀왔고, 내년에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를 다녀올 계획이다.
회원 중에는 역사 선생님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역사 선생님이 회장을 맡으면 문화유적답사 프로그램으로 모임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봄에는 광주, 담양 지역 문화유적 답사 프로그램 중에 선운사, 내소사를 다녀왔다. 이번에는 경북 안동 지역 답사로 ‘안동 하회마을, 병산서원, 동부동 5층 전탑, 봉정사, 도산서원’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가급적 사찰을 포함시키는 것은 우리들의 연결고리가 불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학창시절에는 불교 신행 동아리에서 열심히 활동했다가도, 막상 그 동아리의 울타리를 넘어서게 되면 하나의 추억으로만 간직하며 지내는 불자를 많이 본다. 나 역시 그렇다. 중학교 때부터 불교 동아리 활동을 하였지만, 지금까지 계속 이어진 활동은 별로 없다.
인연은 살아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 아름답고 소중한 인연이라면 그 인연은 지금 우리가 숨 쉬고 있는 이 순간에도 살아있어야 하고, 두 발을 디디고 있는 이 곳에서도 살아있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공불회는 많은 의미를 지닌다. 20년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대학 시절의 향내음을 면면히 이어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런 인연의 품 안에 우리 경우가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부처님의 가피가 아닐 수 없다.
아들놈의 얼굴을 본다. 텔레비전이나 동화책에서 불상이나 스님이 나오면 그저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아이다. 몇 해 전인가 서산 개심사에 간 적이 있었다. 그 때도 물론 공불회 모임이었다. 경우가 법당 앞에 있는 탑에 절을 올리고 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이다. 그 때, 난 느꼈다. 전생의 인연이구나. 그리고는 좀더 생각했다. 조그마한 깨달음이 다가왔다. 단순히 전생의 인연만은 아닐 것이다. 순간순간에 새로운 인연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인연이 지금까지 계속될 수 있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새로운 인연의 실마리를 공불회가 펼쳐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안동 봉정사에서 아름답고 소중한 인연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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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득 / 공주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였다. 파라미타 청소년협회 대전지부 고등부 지회장, 부평고, 대전과학고 등 20여 년간 중고등학교 교사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대전지족고 교사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