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 건축에 깃든 아름다움을 찾아4

불교 문화 산책(89)

2009-04-10     관리자

 -지붕엔 꽃비 내리고, 천장엔 연꽃이

초파일을 앞둔 아침, 탐스레 송화 핀 잎새 끝엔 솔내 담뿍 머금은 빗물이 아스라이 맺혔고, 갓 계 받은 사미승은 밤새 달아놓은 연등 젖을세라 두견화 붉게 물든 양 팔 높게 들고 서툰 승무를 춘다. 먼발치 바라보던 노스님 등 뒤 불기 2550년 아침햇살이 밝아온다.

천장의 구조와 형식
천장(天障)은 달리 천정, 천반, 보꾹이라고 하는데, 건물의 지붕 밑이나 지붕 밑을 가려 놓은 반자를 가리킨다. 천장은 공포의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크게 연등, 귀접이, 반자틀 천장 등으로 나뉜다. 연등천장은 주심포계 건축의 한 특징으로, 서까래와 그 사이를 매운 연골이 드러나 있다. 삿갓모양과 유사해 삿갓천장이라고도 부르는 목조건축 천장의 시원 형식이다. 귀접 이천장은 ‘말각천장’으로 일반적으로 고구려 고분의 석실 천장구성을 가리키며 목재를 정(井)자형으로 쌓아서 구(口)나 위(圍)형태로 각을 줄여나가는 방식이다. 그리고 서까래를 가린 구조물을 반자라고 하는데, 반자로 꾸민 천장을 반자틀 천장이라고 한다.

반자의 재료에 따라 다시 종이, 고미(나무와 흙),우물반자로 구분한다. 이중 우물반자는 가장 고급 구조로 법당이나 궁실건물에 이용한다. 우물반자를 따로 천정(天井), 조정(藻井)이라고 하는데, 이 때문에 천장의 대명사처럼 불리기도 한다. 천장엔 오방색 단청은 물론, 외진(外陣)에 화려한 별화(別畵)를 그려 장엄한다.

중국에서는 다포양식이 요대부터 사용되기 시작하여 송, 원대에 일반화 되었다. 특히 송대 건축서적인 『영조법식(營造法式)』의 유입은 우리나라 건축양식에 많은 영향을 가져왔다.

절집 천장의 아름다움
통도사 적멸보궁은 T자형 지붕이 특징으로, 반자에는 ‘옴마니반메훔’을 6엽의 연꽃 안에 빈틈없이 시문하였다. 특히, 한 층을 더 높인 천장 중앙 어간(御間)에는 모란문양을 새긴 띠를 붙인 후 그 사이에 국화꽃잎을 덧대어 놓았다. 불상이 위치한 어간 부분에는 일반적으로 닫집이 함께 시설되는데 통도사에서는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차이를 가져왔다.

다포계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 전등사 대웅보전 천장은 단순미를 살린 4단 포작과 측면 널판에 화려한 당초문양을 시문하였고, 다시 소박하게 조각된 꽃송이를 부가하였다.

화면 우측의 용머리 조각 역시 단순 통형인데, 흥미로운 것은 입에 여의주 혹은 물고기를 몰고 잇는 상례적인 표현이 아닌 혀를 내밀고 있는 형상이다. 아마도 널판 위에 덧붙여진 물고기를 놓친 아쉬움을 표현하려 했던 대목의 재치는 아니었을까.

청룡사 대웅전은 외벽의 기둥만큼 미나 내부 공간이 이체롭다. 일반적으로 우물반자를 사용한 조선시대 다포계 건물은 서까래를 드러내지 않는데 반해, 천장의 양쪽 끝부분 대들보위로 서까래가 드러나 있고 그 사이 공간을 이용하여 반야용선과 비파를 연주하는 천녀의 역동적인 모습을 벽화로 남겨 놓았다.

범어사 팔상전은 조선의 종언을 고하는 20세기 초에 세워진 건축으로 천장 장식에 있어서도 이전과는 차이를 보인다. 천장 중심에는 마치 연꽃을 도안화한 구절판 모양 장식이 있고, 그 중앙에는 조선시대 창살에 애용하던 의장적인 만(卍)자문을, 8매의 꽃판에는 각기 수(壽)자를 그려 넣었다

주위 단청과의 조화, 기하학 문양의 사용은 지금 보아도 매우 현대적인 표현이다. 이와 같은 길상 문양은 18세기 들어 크게 유행하며, 사찰뿐 아니라 궁궐의 꽃담장,민가의 문창살 등에 널리 사용하였다.

사물에 담긴 가치를 찾아내는 슬기를 혜안이라 한다. 절집에는 늘어진 노송가지에 가린 화려한 단청만 있는 것이 아닐진대, 벽 속에 숨어있는 또 다를 아름다움은 찾지 않는구나, 불단 위, 피어오르는 향연(香煙)따라 가만히 고개 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