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마음 부처님 마음"

특집/함께 나누는 부처님 오신 날

2009-04-10     관리자

“어린이 마음 부처님 마음”, 부처님 오신 날 봉축위원회가 선정한 불기 2550년 부처님 오신 날 봉축표어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이 5월 5일 어린이날과 같은 날인 올해, 맑고 깨끗한 어린이 마음이 곧 부처님 마음이요, 어린이 마음처럼 맑고 깨끗한 세상을 발원하는 의미를 담아 부처님 오신 날 표어로 선정한 것입니다.

어린이날과 부처님 오신 날을 맞는 5월은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그 하루하루, 마음 마음에 기념해야 할 것들이 꽉 차있는 달이기도 합니다. 설레임으로 기다려지는 5월, 다양한 부처님 오신 날 행사 중에서 어린이와 함께 하는 부처님 오신 날의 모습으로 12회를 맞는 전국 어린이 부처님 그림 그리기 대회(이하 부처님 그리기 대회)의 모습을 소개하는 것은 어떨까요.

지난 ‘95년 시작한 이 대회의 취지가 “어린이들의 가슴에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부처님을 모셔주자”는 것이었고 곧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는 커다란 대회인데다 올해 대회는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으니까요.

부처님 오신 날의 일자가 어린이날과 겹친 올해 12년을 맞이하는 부처님 그림그리기 대회도 고민과 걱정을 거듭했습니다. 논의 끝에 3월 25일부터 4월 25일까지 한 달 동안 우편과 인터넷을 통한 공모형태를 주축으로 하고 같은 기간 목아 박물관에서 상시 개최하는 것으로 대회 모습을 결정하였습니다.

대회 광고가 교계 신문에 실리고 안내문이 전해지면서 여러 곳에서 대회 참가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제주와 광주의 한마음선원, 진각종 포항지구 자성학교연합회, 여수불교포교원, 순천 대승유치원, 대전 세등 선원 어린이 법회 등. 그동안 거리와 시간상의 문제로 참가하지 못했던 전국 각지의 어린이들 1600여 명이 참가신청을 해온 것입니다.

멀리 거창의 정토사에서 15명의 어린이들이 참가신청을 해온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연락을 드리고 다음날 오후 거창 시내를 지나 곧 무릉리에 도착했습니다. 남하초등학교 앞에서 차를 조금 되돌려 제법 가파른 길을 잠시 오르니 법당과 요사채 그리고 밑둥이 제법 굵은 벚나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활짝 핀 벚꽃이 아름다운 자그마한 절, 정토사였습니다.

대현 스님과 사형되시는 수현 스님 (주지스님)께 인사를 드리고 법회시간에 맞춰 아이들이 올라올 3시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거창읍내의 포교당에서도 어린이 법회가 있었지만 지금은 거창 지역에서 유일하게 정토사에서만 어린이 법회를 열고 있습니다. 정토사 어린이법회가 시작된 지 20년, 여름. 겨울 불교하교 또한 22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고 하니 그동안 치러야 했을 어려움이 짐작됩니다.

“오늘 하루 종일 5분밖에 못 놀았다. 제가 본 어는 이이 일기예요. 깜짝 놀랐지요 . 그만큼 아이들도 시간이 없는 거지요. 옛날에는 갈 곳이 없어서 절에 왔다면 요즘은 갈 곳도, 할 것도 얼마나 많아요.”

수현 스님께서 안경 너머로 아련한 시간을 거슬러 오릅니다. 아랫마을 칠팔백 명에 달하던 남하초등학교의 학생 수가 지금은 30여 명이 될까 말까 한 현실은 곧 어린이법회 오늘의 현실과 고민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정토사의 스님들은 모두 1종 면허를 가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어려운 절 살림이지만 멀리 읍내에 있는 아이들을 절까지 태우고 오기 위해 봉고차도 구입 했습니다.

“어린이법회 다니다 법회 선생님 되고 또 공부 때문에 서울이나 부산으로 가는 아이들이 많아요, 그 아이들에게 ‘서울이 뭐 좋드나’ 물어보면 힘들 때 조계사 가서 108배하거나 참선을 하고 나면 힘이 난다고 해요. 그 말 듣고 나니까 한 명이 오더라도 어린이법회는 꼭 해야겠다 싶어요.”

드디어 3시 법당 앞마당이 소란해집니다. 유치원,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들이 한데 어울려 절로 올라온 것입니다. 뒤이어 지도법사스님이신 자현 스님이 모습을 나타냅니다. 이곳 정토사 어린이법회 출신으로서 출가하신 스님이시기에 그 인기 또한 단연 으뜸인 듯합니다.

정토사 어린이법회는 선생님 역할을 고등학생들이 맡고 있습니다. 법회 선생님을 구하기가 어려운 시골 사정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스스로 법회 선생님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 cos 주지스님의 따뜻한 배려일 것입니다. 때문에 법회 의식도 참선시간도, 간식을 챙겨주는 일까지 모두 학생들 스스로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법회와 학생법회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셈입니다.

1학년 하영이가 도화지를 들고 절 옆 룸비니 동산으로 달려갑니다. 엄마를 따라 3학년 때부터 절에 오기 시작한 서영(중학교 1학년)이와 4학년 때부터 서영이를 따라 절에 온 아정이(중학교 1학년)가 그 뒤를 따라갑니다. 그리고 보니 2학년 승민이의 그림은 형님들이 돌봐주고 있습니다. 화장실 갈 때도 손을 잡고 다니며 보살피던 순수한 마음들이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많을 때는 30여 명 참여하는 어린이 법회이지만 오늘은 17명이 참석했습니다. 그림그리기를 끝낸 아이들이 법당에 둥그렇게 둘러앉았습니다. 생일잔치를 겸한 간식시간입니다. 그런데 승민이가 어쩐지 뾰로통해 있습니다. 조금 전 그림 그릴 때 선생님께 구중을 들은 까닭입니다. 이때 수현 스님이 직접 나섭니다.

“난 케익 자를 줄 모른다, 이리 자르면 되나, 아니면 이리 자르면 되나!” 능청스럽게 스님은 칼을 케익 모서리에만 대고는 케익을 못 자르는 척합니다. 승민이가 스님의 손을 이끌어 케익을 자르자 박수소리가 터집니다. 스님의 아이들 달래는 솜씨도 20년 경력입니다.

“사경법회모임의 사경 전시회, 어린이 법회 합창, 쌀 45되, 그리고 떡은 75되 하니까 500명 온다고 보면 되나.”

 손가락을 꼽으며 부처님 오신 날을 가늠해보는 수현 스님입니다. 법당과 요사체가 전부인 절에 하루 500여 명이 찾아온다면 그 일이 만만치 않을터인데 스님의 모습에서 근심이란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런 여유와 넉넉함을 간직한 정토사 불자들의 신심이 어떠할지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이번엔 부처님 오신 날이 어린이날이어서 저희도 그냥 못 있을 것 같아요, 부처님 형상 있는 풍선을 줄까, 빨리 준비해야 되는데.”

어린이날, 부처님 오신 날 선물을 생가하시는 대현 스님이 보름달처럼 활짝 웃습니다. 그 옆 수현 스님도, 무릉리 정토사의 부처님도 덩달아 웃고 계십니다.

부처님 오신 날, 아이들의 손을 잡고, 쌀자루를 머리에 이고 정토사 마당으로 들어설 마을 사람들의 발걸음이 보이는 듯합니다. 부처님 앞에서 들려줄 아이들의 합창소리가 정토사에 끊이지 않도록, 그 음성 공양 받는 모든 이들이 행복해지길 여기 정토사 부처님께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