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현우경의 구조와 중심사상

특별기획: 賢愚經의 世界

2009-04-04     김용표

  1.  현우경은 12분교중 비유경(Avadana) 에 속하는 경으로 과거. 현재. 미래의 여러 인연 설화로 이루어져 있다.

  출삼장기집(出三藏記集)에 의하면, 송(宋) 문제때 혜각(慧覺)등 8인의 사문이 우전국(Khotun)의 대사(大寺)에 가 여러 법사들의 설법을 듣고 돌아와 한역하여 정리한 경이라 한다. 그런데 당시 양주에서 몇 권의 비유경을 번역하고 있던 혜랑(慧郞)이 현우경이라 명명한 것이다. 그러므로 현우경이라는 경명은 역명(譯名)이 아니며 원명은 확실치 않으나 존재함은 틀림없는 일일 것이다.

  이 경은 설화 문학의 보고(寶庫)라 할 만한 경으로, 찬집백연경(撰集百緣經)이나 잡보장경(雜寶藏經)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역 경전 중 고려대장경과 송. 원. 명본과는 약간 차이가 있으며, 서장본과 몽고본도 현존한다.

  2  전 13권 69품으로 구성된 이 경은 각 품마다 독립된 짧은 인연 설화로 되어 있다. 각 품마다 서분. 정종분. 유통분으로 조직된 완전한 하나의 경전 형태를 갖추고 있으므로 69권의 경전이 연합된 경전이라 할 수 있다.

  각 설화의 구성 형식은 거의가 현재의 행위를 과거의 이야기에서 설명하면서, 미래의 수기를 주시는 것으로 되어 있다. 현재의 행위는 과거의 행동에서 연유된 과보임을 증명해 보이시는 것이다.

 각 설화를 주제별로 나누어 보면, 부처님이 전생에 발심. 구법. 보시한 인연담, 삼보에 공양한 공덕, 청법과 찬불의 공덕, 계율을 청정히 한 공덕, 보시한 공덕, 효도한 공덕, 삼보를 비방한 과보, 거짓말. 질투. 악업을 지은 과보, 3업을 잘 단속치 못한 과보, 제자들의 삼세인연담, 외도를 향복받은 인연담 등으로 되어 있다. 제자들의 인연담에는 아난다, 사리풋트라, 카타 제자들의 인연담에는 아나다, 사리풋트라, 카타야나, 미륵, 양굴리말라, 데바닷다 등이 나온다.

  3  부처님이 흥미있고 쉬운 설화로 설법하신 것은 법의 대중화를 위함이었다. 청법대중들에게 3세 인과의 도리를 강조하시므로써 악을 짓지말고 선을 행하며, 삼보를 예경하고 정법에 귀의케 하려 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현우경의 전편에 흐르는 사상은 3세 인과 사상과 업사상이라 할 수 있다.

  인과(因果)사상은 12인연법을 기초로 한 인생관과 우주의 법칙을 인연생기(因椽生起)로 설명하는 불교의 기본 이론이다. 곧 모든 존재는 어떤 원인이 있어 그것이 어떤 관계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모든 존재는 아무런 인과 연의 작용이 없이 독자적으로 생성되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상의(相依) 상관(相關)성으로 생성되고 존립되는 것이다. 이런 원리로 선업은 선복을 가져오고 악업은 악과를 가져 오게 되는 것이다.

 아함경의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므로 저것이 일어난다 」는 연기의 법칙 그대로이다. 인생의 운명과 복락도 또한 이 법칙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므로 선근을 심어 복덕을 얻고 성불의 인연을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제69 사미균제(沙彌均提)품에는 사리풋트라 존자의 시자였던 균제의 전생담이 나오는데, 그는 전생에 장사하는 상인이 데리고 다니는 개였다. 그런데 상인이 잠든 사이 고기를 훔쳐 먹자 그가 화를 내어 개를 때려 뼈를 부러뜨린 채 버리고 떠나버렸다. 사리풋트라 존자가 괴로워하는 개를 구해 주고 미묘한 법을 설해 주자 이내 목숨을 마치고 수라바스티국의 바라문집에 태어났다. 사리풋트라는 그가 7살이 되었을 때 바라문에게 아들을 청하여 출가하게 하였다. 균제  사미는 도를 얻고 나서, 자신이 전생에 한 마리 개였다가 스승 사리풋트라의 은혜로 사람이 되고 도를 얻었음을 깨닫자 언제나 사미로 있으면서 스응을 시봉하기로 결심하였다. 아난다는 균제 사미가 어떤 악업으로 개 몸을 받았으며 또 어떤 착한 뿌리를 심었기에 해탈을 얻었는가를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균제가 먼 옛날 카샤파 부처님 때에 범패를 잘 부는 젊은 비구였는데 아라한이 된 늙은 비구가 부는 범패소리를 개가 짖는 소리같다 한 업으로 500생 동안 개로 태어났고, 또 출가하여 깨끗한 계율을 지녔었기 때문에 지금 부처님을 만나 해탈하게 된 것이라고 설하시었다.

  이와같이 중생의 업은 무수한 생을 거듭해도 그 과보는 떠나지 않는다. 업사상은 연기의 제1원인이 업(karma)에 있다고 보는 것으로 모든 중생계는 그가 짓는 행위인 업의 인연으로 3계와 6도의 과보를 받게 되는 것이다. 구사론에, 「중생과 세계는 차별이 많으니 이러한 차별은 누구때문에 생기는 것인가, 단지 중생의 업으로 말미암아 차별이 일어나는 것이다 」라 한 바와 같다. 신. 구.의 3업을 만드는 원동력은 탐. 진. 치 등의 번뇌이며, 여기에서 혹(惑)→업(業)→고(苦)의 연쇄적인 인과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3세에 거쳐 일어나므로 3세 인과가 되는 것이다.

  현우경에 나오는 모든 설화는 다 이 원리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처님이 성불하신 인연도, 중생이 삼보에 공양하고 청법한 인연 공덕도 다 필연적인 연기의 귀결이었던 것이다.

  성도한 직후 전법을 망설이고 있는 부처님께 범천이 내려와 청법하면서 부처님이 전생 인행시 몸을 바쳐 법을 구한 일이 다 중생을 구하기 위함이었음을 상기시켜 드리는 내용으로 되어 있는 제1품에는, 인행시의 6가지 설화가 범천의 입을 통해 설해진다.「모든 현상은 덧없는 것이어서 나는 것은 모두 괴로움이네. 오온이 텅비어 바탕이 없거니, 나도 없고 내 것도 없네 라는 하나의 게송을 얻기 위해 처자까지 공양한 일, 자기의 몸을 쪼개어 천 개의 등불을 켜 공양한 일 등 눈물겨운 구법의 정성이 나타나 있다. 또 이 경에는, 범천도 불법에 귀의하고 있음과 같이 6시외도도 물리쳐 항복받는다는 내용이 자주 나오는데 제1품에 범천의 예경과 청법을 배치한 것은 이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여진다.

  지혜와 방편이 있는 사람은 작은 인연으로도 능히 큰 마음을 내어 불도에 나아가지만, 게으른 사람은 아무리 큰 인연이 있어도 발심하지 모쇼함을 경계하시며, 구도자는 마음을 굳게 하고 좋은 인연을 만날 때 용맹스럽게 정진해야 함을 교훈하신 이야기로 이 경은 가득 차 있다. 부처님의 전생 발심동기, 생명을 아끼지 않고 진리를 얻은 여인의 인연담, 앵무새 두 마리가 아난다가 가르쳐 준 게송을 외워 하늘에 나고 수기받은 이야기, 500마리 기러기가 부처님 음성을 들은 공덕으로 천상에 난 인연 등 삼보를 공양한 공덕의 무궁함과 삼보를 비방한 과보의 엄중함을 경계한 설화가 이 경의 1/3을 차지할 정도로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흙으로 소꿉장난하던 어린이가 부처님께 곡식을 빚어 공양한 공덕에 대한 수기, 난타라는 가난한 여인의 등불 공양 공덕, 스님을 속이고 욕한 업으로 92겁을 구더기로 지내고 있는 이야기 등에서 우리는 인과를 굳게 믿게 되고, 신심을 굳게 하여 불퇴전의 마음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현우경에 나오는 설화는 짧은 구성과 쉬운 소재로 되어 있어 흥미를 유발시키는 데 아주 성공적이면서도 심원한 교훈을 암시하고 있다.

  이 경은 한글대장경 제15권(본연부7)에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