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과 건강

건강교실

2009-04-01     관리자

     1. 건강은 집착 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번 삼복더위는 참말로 더워서 문자 그대로 불볕더위 이었으며 불경의 '삼계무안 유여화택(三界無安 猶如火宅)'이라는 형용이 그대로 실감있게 느껴진다.

  인생이란 하루도 편한 날이 없는것이 마치 불속에 있는 집과 흡사하다. 사람 세상에는 고통이 충만하여 무섭고 두려우며 생로병사와 근심걱정이 끊일 날이 없다.

  왜 그런가 하면 세상만사 모든 존재가 하나도 일정불변한 것이 없고 '무상(無常)'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무상하기 때문에 인생에는 생로병사가 있게 마련이다.

  도대체 생명체라는 것이 불안정(不安定)속에서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이며 움직이며 변화하는 가운데서 '동적평행(動的平行)'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이다. 마치 팽이나 자전거가 쓰러지지 않고 곧바로 서 있을 수 있도록 되어 있지 않은 존재인데도 움직이고 있을 때에는 곧바로 서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불과 10년을 굴려야 하는 자동차도 차체를 강철판으로 만드는데 100년을 지탱하여야 할 인체는 10분만 냉장고 밖에 내어 두면 썩어지기 시작하는 살코기로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일순간도 쉬지 않고 변화되고 있으니까 인체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무상을 근본 원리로 하는 이 세상에 육신을 쓰고 태어 났으니 생로병사는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당연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여야만 생로병사를 초월한 삶이 될 수 있는데 당연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안달을 하는데서 번뇌가 생긴다.

  의학이나 건강법이 이와 같은 생로병사를 극복하여 영생의 길을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고 어떻게 하면 자업자득으로 생기는 비정상적인 병이나 고통을 없애느냐 하는데 사명이 있다. 현대인들이 건강에 대해서 관심을 지니고 조심하는 것까지 좋으나 지나치게 조바심을 내거나 병에 대한 공포감을 지니며 자연의 순리를 벗어난 초인적인 존재나 능력발휘를 꿈꾸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나이를 먹으면 천하 없는 사람도 늙게 마련인 것을 자기 혼자 젊음을 유지할려는 데서 어리석음과 고민이 생기게 마련이다. '건강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키면 된다'라는 말의 뜻을 되새기며 건강에 집착하지말고  열심스럽게 사는 가운데서, 건강을 무의식적으로 누리는 것이 바로 건강 아니겠는가.

     2. 약은 이치에 맞게 사용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처럼 무턱대고 약을 좋아하는 사회도 없을 것이다.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상 야릇한 것일지라도 묘약이 된다면 물 불을 가리지 않고 먹는다. 요새 항간에 한번만 만들어 먹으면 평생 뇌졸중이 되지않는 비방이 있다고 하여 너도 나도 화제를 삼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믿어야할 것은 의심하여 믿지 않고, 엉터리없는 것은 맹신한다면 결국은 어처구니 없는 의식구조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공자님이 병이 생긴 것을 알고 노(魯)나라의 강자(康子)라는 높은 분이 약을 보내어 왔다. '배이수지왈구미달불감상(拜易受之曰丘未達不敢嘗)'이라는 말이 논어에 나오고 있다. 공손히 절하고 받아 놓고는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보내주신약이 저의 병에 적합한지 여부를 아직 모르기 때문애 지금 당장에는 복용하지 못하여 미안합니다'라고 하셨다. 주역의 '천뇌무망(天雷无妄) ' 괘를 보면 '무망지약 불가시야(无妄之藥 不可試也) 까닭모를 약을 자기 몸에 시험하여서는 안 된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우리는 좋다면 무턱대고 무슨 약인지도 모르면서 복용하는 습성이 있다.

  자기의 소중한 생명체를 정체불명인 약의 시험동물로 삼을 셈인가. 또 '무망지질 물약유희(无妄之疾 勿藥有喜)'라는 말도 나오는데 까닭없이 생긴 병에는 약을 쓰지 않는것이 좋다는 뜻이겠다. 아직도 무슨 병인지 판명이 되지 않은 단게에서 이 약 저 약 함부로  쓰면 정확한 진단도 내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도리어 병을 악화시킨다. 사람의 병을 고치는 원동력은 우리 몸의 자연치유 능력이며 약은 그것을 도와주는 정도의역할을 하는 것인데 약이 치료의 주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요새 학식 많은 신식 엄마들이 아이들이 감기만 들어도 무턱대고 해열제니 항생제 따위를 만용하면 어린 아이 스스로의 면역성과 저항력이 생기지 못해 자랄수록 병약한 아이가 되어 버린다. 차라리 시골에서 강인하게 자연적으로 기른 아이들이 성장하여 억센 건강체가 된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오히려 무식한 사람들의 속된 말 가운데 진리가 담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나랏님 약 없어 죽었나'라는 속담도 그중의 하나이다. 이렇게 말을 이어가다 보니 약에 대한 허무주의(니힐리즘)가 되라는 것이 아니다. 약을 무시하여 써야될 정당한 약물요법을 소홀히 하면 고칠병도 못 고치게 된다. 전문가의 지시를 받아 올바르게 약을 쓰자는 것이다.

  약의 니힐리즘도 경계하여야지만 약이면 무턱대고 무엇이건 쓰고 보는 남용과 오용의 태도도 없애야한다. 오늘날 우리의 평균수명이 획기적으로 길어지고 사람들의 건강이 증진된 것의 가장 중요한 원인중의 하나가 놀라운 약의 발달 때문이라는 것을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3. 약에 집착하여서는 안된다.

  약물중독처럼 처참한 것이 없다. 마약에 인이 박힌 중독자들은 벌써 이 세상에서 지옥의 고통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약물중독을 요새는 의존성(依存性)이라고 하는데 정신적인 의존성과 육체적인 의존성의 두 가지가있다.

  약을 계속 복용하다보면 그 약에 대한 믿음이라고 할까 기대는 마음이 생긴다. 그 약을 먹지 않아서 또 아프게 되면 어떻게 하나하는 불안한 마음이 생기는 단계를 정신적 의존성이라고 한다. 좀더 심해지면 약을 먹지 않으면 육체적인 고통이 생겨서 견딜 수 없게 된 상태를 육체적 의존성이라고 한다.

  육체적 의존성이 생긴 사람이 약을 끊을려고 하여도 육체적 고통 때문에 끊을 수 없게 된다. 약을 먹지 않으면 생기는 육체적 고통을 금단현상(禁斷現象)이라고 한다. 특히 금단현상이 강렬한 약을 마약이라고 한다.

  약물의존성은 마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극단적으로 말하면 모든 약은 모두 의존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감기로 두통이 있을 때 복용하는 해열진통제는 신기한 효과를 나타내지만 감기 기운이 없어졌는데도 계속 먹을 필요가 어디 있는가. 기차를 타고 목적지에 왔으면 내려야지 기차 속이 시원하다고 내리지 않고 눌러 앉아 있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을 것 아닌가. 인생의 모든 번뇌는 집착에서 생긴다고 하였다.

  '중생의 병은 번뇌에서 생긴다'고 하였는데 무슨 일에고 집착을 하면 번뇌가 생기고, 번뇌가 생기면 병이 생긴다.또 한가지 명심할 것은 병에는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그와 같은 원인에 대한 결과는 아픈 맛을 보면서 앓아 보아야지 약을 마치 '면죄부(免罪符)'처럼 생각하는 안이한 태도가 약의 남용을 초래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되풀이 하거니와 '나랏님 약 없어 죽었는가' 약도 필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생활이 건강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