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마을 동화] 까마귀의 충성심

연꽃마을 동화

2009-04-01     금하

   옛날 아주 옛날, 구시라라는 나라에 까마귀떼가 살고 있었읍니다.  이들 까마귀는 서로 의좋고 우애가 깊어서 웃 어른을 존경하고 어린 것을 돌봐 주며 화목하게 살고 있었읍니다.  그 중에서 한층 몸이 크고 깃에서 유난히 광채가 나는 까마귀가 있었는데, 이 까마귀를 임금님으로 삼아 평화롭게 살아갔읍니다.

  그런데 까마귀 임금님의 부인이 아기를 갖게 되었읍니다. 까마귀 왕비님은 향기롭고 깨끗한 궁중 음식을 먹고 싶어했읍니다. 먹고 싶어 견디다 못해 병이 나서 몸이 마르고 초췌해갔읍니다. 이 모양을 본 임금님이 물었읍니다.

 『당신이 어찌하여 몸이 마르고 매우 초체해갑니까?』

  『대왕님, 부끄러운 말이오나, 인간의 궁중음식이 먹고 싶어 못 견디겠읍니다.』

  『구중궁궐이라 하는데 그 깊은 궁중에 있는 음식을 우리와 같은 날짐승이 어떻게 구할 수 있겠소. 임금님 잡수시는 음식에 가까이 갔다가는 큰일 날 것이오. 그런 생각은 쉬도록 하시오.』

『그렇지만 먹고 싶은 것을 어찌 합니까?』

 이 말을 들은 까마귀 임금님은 매우 쓸쓸해졌읍니다. 어떻게 해서도 구할 수 없는 것인데 저렇게 애걸이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읍니다. 기분이 언짢아서 나뭇가지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데 젊은 신하 까마귀가 가까이 날아 왔읍니다.  그리고 굽신 숙여 절하고 아뢰었읍니다.

  『대왕님! 무슨 걱정이라도 있읍니까? 임금님 안색이 매우 안 좋습니다.』

  『네 말이 고맙다만 안 듣는 것이 좋을 것이다. 너도 들으면 심기가 편치 않을 것이니 차라리 나 혼자 근심하게 묻지 말라.』

  『대왕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저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대왕님이 할 수 없는 일을 저희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저희들이 못하는 일을 대왕님이 하실 수도 있지 않습니까! 너무 상심 마시고 말씀해 보십시오.』

  이 말을 들은 까마귀 임금님은 마음이 놓여 걱정거리 이야기를 털어 놓았읍니다. 이 말을 들은 까마귀는 다시 몸가짐을 가다듬고 아뢰었읍니다.

  『대왕님, 그런 일이라면 염려를 놓으소서. 제가 구해 오겠읍니다.』

  이렇게 하여 까마귀는 임금님의 간곡한 분부를 받들어서 궁중음식을 구하러 나라 대궐 뒷곁으로 숨어 들어 갔읍니다. 그리고 도마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 가까이 갔읍니다. 과연 그곳은 임금님 잡수실 음식을 장만하는 주방이었읍니다. 하루 종일 지켜 보고 있으니 하루 세 번 임금님 수라상이 오르고 내리는 시간과 길목을 알게 되었읍니다.

  다음 날 까마귀는 임금님 수라상이 옮겨지는 길목에 지켜 있다가 별안간 음식을 나르는 조리사 머리에 앉아 조리사를 찍었읍니다. 조리사는 놀래어 쓰러졌으므로 그 사이에 까마귀는 땅에 떨어진 음식을 한 아름 잔뜩 움켜쥐고 돌아올 수 있었읍니다.

  까마귀 왕비님은 궁중음식을 먹고서 다시 기운을 차리고 건강이 회복되었읍니다. 충성스러운 까마귀는 종종 궁중 뒷곁에 숨어 들어 음식 나르는 길을 침범하여 궁중음식을 구해왔읍니다.

  이런 일이 몇번이고 반복되니 궁중에서는 괴이한 일이라고 놀래어 까마귀가 날아 오는 길목에 그물을 쳐서 마침내 까마귀는 붙잡히는 신세가 되었읍니다. 그러나 까마귀는 두려울 것이 없었읍니다. 자기네 임금님을 위하여 신하로서 목숨 바칠 각오를 하였기 때문에 태연한 모습으로 임금님 앞에 끌려 나왔읍니다.

  임금님은 격한 목소리로 꾸짖었읍니다.

『너 이놈 까마귀야, 어째서 자주 나의 음식을 더럽히고 사람을 쫓고 행패를 부렸느냐?』

  까마귀는 정중히 고개를 숙여 예를 드린 다음 눈을 깜박이면서 그 동안 궁중을 침범하게 된 내력을 말씀 드렸읍니다. 그리고,

『....대왕님 저는 저의 임금님께 충성하는 뜻뿐이었고 다른 뜻이 없었사옵니다.  제가 대왕님의 궁중을 침범한 것이 저를 위해서 한 짓은 아니오나 이미 나라님께 나쁜 짓을 저질렀사오니 벌을 달게 받겠읍니다. 너그럽게 살펴 주옵소서.』

  이 말을 들은 임금님은 감격하였읍니다.

  『참으로 장한 까마귀다. 네 말을 듣고 보니 너는 겉은 검어도 속은 참으로 깨끗하구나. 겉은 희고 속은 검은 사람들보다 몇 배나 낫다. 내 이번 일만은 용서할 터이니 돌아가 너의 임금에게 충성하고 너의 부모 잘 섬겨라.』

  임금님은 까마귀에게 후하게 상을 주어 풀어 주었읍니다.

  자기 욕심보다 남을 위하고, 더욱이 웃어른을 진실하게 섬기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이었읍니다.

  젊은 까마귀는 집에 돌아와 오래오래 평화스럽게 잘 살았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