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냄〔火〕과 인욕(忍辱) 바라밀

불광 33주년 연속기획 특집-마음공부 이야기/화를 다스리는 법

2007-03-09     관리자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화(火)가 나는 일이 정말 많다. 더구나 후기 산업사회로 갈수록 우리는 더욱 비인간적인 취급을 당하면서 화〔스트레스〕의 강도가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 과연 화는 무엇이며, 화를 어떻게 다스리고, 나아가 인욕바라밀을 성취할 것인가.

화란 무엇인가
도대체 화란 무엇인가. 또한 인간이 화를 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간을 포함하여 유정(有情)의 몸은 지(地)·수(水)·화(火)·풍(風) 사대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 사대 원소들은 항상 변화하는 상태〔空性, sunyata〕에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요소가 강하게 작용하면 그로 인하여 소우주는 격렬히 진동을 하게 된다. 사람이 화를 낸다고 하는 것은 사대 원소 가운데 불의 기운이 우리 마음과 몸을 강력하게 지배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인간은 왜 화를 내는가. 인간은 탐진치(貪瞋癡)라는 강한 삼독(三毒)의 번뇌를 가지고 있다.
화는 삼독 가운데 성냄〔瞋迷〕에 해당된다. 가장 근원적인 번뇌는 어리석음인 무명(無明)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중생은 무지하기 때문에 ‘나’라는 한 생각〔我相〕을 일으키는 순간 대상 경계에 대해 ‘좋다’ ‘나쁘다’라고 분별하게 된다. 이러한 그릇된 분별을 바탕으로 좋은 경계에 대해서는 집착하는 마음〔貪心〕을 내고 나쁜 경계에 대해서는 성내는 마음〔瞋心〕을 일으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이 근본적으로 화를 내는 이유는 ‘나’라는 생각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잡아함경』에서는 “성냄은 독(毒)의 근본이 되어 깨달음의 씨앗을 해친다.”고 하였다.

화를 다스리는 법
그러면 삼독 가운데 하나인 화를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대체적으로 인간이 화가 나면 업력에 따라 폭언과 폭력으로 치달리게 되어 나와 남을 해치게 된다. 석존께서는 『잡아함경』에서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화를 다스리라고 설하고 있다. “남을 해치려는 마음이 없다면 성냄에 얽매이지 않으리니, 원한을 품어 오래두지 말고 성내는 마음에 머물지 말라. 비록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더라도 그것 때문에 막말하지 말라.”
사실 화가 나는 감정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그 순간만 지나면 감정은 잦아들게 된다. 화가 날 때 악을 품지 않음으로써, 참는다는 생각 없이 참을 수 있게 된다. 악심을 품었으면서도 속으로 억지로 참는다면, 그것은 그 사람에게 화병이 될 것이다.
『42장경』에서는 “인욕이야말로 강한 힘이 있으니, 악을 품지 않는 까닭에 몸과 마음이 아울러 평안하고 건강할 수 있다. 참는 사람은 악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부처가 되느니라.”고 하였다. 화가 날 때 오히려 나를 화나게 한 상대방에게 무한한 자비심을 가진다면 저절로 참아질 것이다. 그래서 근본불교에서는 화를 많이 내는 사람에 대해 그 대치 수행법으로 자비관을 닦게 하였다. 화를 많이 낸다고 하는 것은 그 사람이 자비심이 없다는 증거인 것이다. 자비심은 성냄이라는 독을 흔적조차도 없이 사라지게 하는 기적의 마음이라고 하겠다.

‘나’는 없다고 알아차리라
성냄을 이기는 다른 방법은 공(空)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다. 앞에서 화를 내는 근본적인 원인을 아상(我相)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삼법인 가운데 무아(無我)의 진리를 설하고 있다. 우리 마음 가운데는 ‘나’라고 할 만한 어떤 실체도 없다고 하였다. 실제로 인간은 오온(五蘊)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거기에는 ‘나’라고 주장할 만한 어떤 근거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나는 없다’고 알아차린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어리석게 화를 내는 일이 없을 것이다. 화를 내는 심리를 조금만 분석해 보면 거기에는 ‘내가 누군데 이러느냐’는 오만한 마음이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무아의 원리, 공의 이치를 체득한다면 참는다는 생각없이 참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육바라밀경』에서는 참는 방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만약 남이 나를 욕한다고 해도 그 소리가 산울림과 같다고 관하고, 남이 나를 때릴 적에는 이 몸이 거울에 비친 형상 같다고 관하며, 억울함을 당할 적에는 이 마음을 허깨비와도 같이 관하라.” 바로 이 공의 이치를 터득했을 때는 이러한 관찰을 통하여 저절로 참는 수행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욕바라밀 성취법
다음으로는 우리가 어떻게 인욕바라밀을 성취할 것인가. 천상 세계는 너무나 즐거운 경계가 많기 때문에 수행하려는 생각을 내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가 사는 사바세계는 감인토(堪忍土)이기 때문에 인욕바라밀을 성취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보왕삼매론』에서도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인욕바라밀’을 수행하는 문을 삼으라.”고 하였다. 정말 보살마하살은 인욕이라는 갑옷을 입고 온갖 화가 나는 악한 경계를 이겨, 바라밀을 성취하고 향기로운 연꽃을 피워야 한다.
『대일경』에서는 “몸은 마른 나무와 같고 노여움은 불과 같거니, 남을 태우기도 전에 먼저 제 몸을 태우리라. 잠깐 동안의 노여움도 무량겁의 선근(善根)을 불사를 수 있도다.”라고 하였다. 화를 낸다면 그 화의 기운이 상대방에게 전해지기도 전에 자신의 마음을 태우고 선근을 태워 마음의 안정을 빼앗아 가게 된다.
『육바라밀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인욕바라밀이 만복의 근원이라고 설하고 있다. “참지 못할 것을 참음은 만복의 근원이다. 사람이 자기 마음을 이기지 못하면서 도리어 남의 마음을 이기려고 해서야 될 법이나 한 일인가. 자기 마음을 이겨야 남의 마음을 이기리라. 자기 마음을 이기지 못하면 진리를 알지 못하며 불도(佛道)를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자기 마음을 이겨 성냄을 제거하면 만복이 몸을 따르게 되리라.”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인욕바라밀을 성취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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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경(元鏡) 스님 | 각현(覺賢) 스님을 은사로 법주사로 출가. 해운정사·공림사 선원에서 정진. 충북대학교 국어국문과와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졸업, 동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 취득. 스리랑카 켈라니야대학원 MA과정 수료. 송광사 강원 학감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송광사 강원에서 강의 중이다. 역저서에 『여래장 삼부경』,『달마선관』,『인도기행』, 『대승지관법문』 등이 있으며, 현재 불교방송에서 승만경을 강의하고 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