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와 통일에 있어 불교계의 역할

통일의 길

2009-03-23     관리자

1995년은 분단 반세기를 맞는 해

탈냉전시대를 맞아 세계는 이데올로기적 대립보다는 경제적 실리추구를 위해 유럽연합(EU)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과거 숙원(宿怨) 관계였던 민족· 국가들간의 지역 통합이 이루어지고 잇는데, 우리는 같은 핏줄을 나눈 동족이면서 민족통합은 커녕 이산가족의 상봉은 물론이거니와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부끄러운 현실에 처해 있다.

  경제중심의 지역통합이라는 세계적인 추세 속에서 우리 민족의 살 길은 남북의 평화통일에 의한 단결된 힘으로 세계의 국가이기주의, 지역이기주의에 대응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전국민 각계각층이 통일의 주체로서 통일을 앞당기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남북대화의 문제점

 남북한 간에는 1950녀대에 전쟁을 치룬 이후 1960년대 말까지 서로 대화 없이 대립경쟁하는 이른바 '대화 없는 대결시대'를 유지하다가 1970년대 초 들어서면서는 남북대화를 추진하는 이면에서 남한은 유신헌법 채택과 장기집권 준비를 하였고, 북한은 사회주의헌법을 채택하면서 주석제를 통한 권력집중을 꾀하는 등 남북한 공히 통일문제를 내부 권력강화에 이용함으로써 '대화 있는 대결시대'를 맞았었다. 1970녀대 말 남북한은 서로 상대편을 무시하는 듯 자기주장만을 하는 소위 '귀머거리들의 대화'를 지속하였다. 1980녀대 중반 북한의 수재물자 제공과 관련하여 경제회담, 국회회담, 체육회담 등과 이산가족고향방문과 예술단교환 공연 등의 '부분적 결실의 시기'를 맞이하엿다. 그리고 1988년 이후 현재 까지는 고위급 또는 최고위급 대화가 시도되는 남북대화의 성숙기인 '당국간 대화 시대'를 맞이하였지만 북한의 핵개발문제와 김일성 사후 조문파동으로 갈등을 겪고 많은 시간을 허비하였다.

 남북대화에서의 가장 근복적인 문제는 상호불신과 상대방체제에 대한 불인정 문제이다. 그리고 대화를 정권적 차원에서 이용한 예가 많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북한의 대남인식과 대화전략은 '하나의 조선' 논리에 따라 대남혁명을 통해 남한을 북한에 흡수통합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남한의 국가적 실체를 가능하면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총리회담 대신 고위급회담을, 그리고 정상회담을 최고위급회담 등으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화도 순수한 타협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남한체제를 흔들어서 혼란을 조장하며 그들이 말하는 인민들이 봉기해서 현체제를 퇴진시키고 그 자리에 연공(聯共)정권을 수립할 수 있을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런 혁명 목표달성을 위해서 통일전선 전술에 따라 인민들과 각 정당· 사회· 종교단체들을 통일대화에 끌어들이며 대중들로 하여금 반정부 반체제 쪽으로 이탈하도록 선동하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대화 태도는 여전히 당국간의 대화를 저차원으로 격하시키고 그들의 대남적화전략의 들러리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남한정부의 경우 대화정책이나 대북정책에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한정부는 역사적으로 다음 세 가지 대북정책을 추진하였다. 첫째, '선건설 후통일'이라는 원칙 아래 통일여건의 성숙을 기다리면서 우리의 통일역량을 배양하는 것. 둘째, 북한과 대결하면서 적대하는 정책을 추구하는 것. 다시 말해서 국제적으로 북한을 고립시키고 대내적으로 경제파탄을 가져오게 하여 남북경쟁에서 북한 스스로 패배를 인정케하고 남북협상에 나오도록 한다는 것이다. 셋째, 북한과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는 것. 즉, 북한을 적대시하거나 대결적 관계로 보지 않고 동족으로서 통일을 이루어 민족의 번영을 함께추구해야 할 동반자 관계로 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제한된 범위내이지만 북한을 도와줌으로써 위로부터의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토록 여건을 조성하고, 차후 여건이 성숙되면 아래로부터의 변화도 가능토록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한국정부가 추진해온 대북정책은 이와 같이 세 가지로 대별해 볼 수 있고 정부는 시기에 따라서 어느 하나 또는 둘을 혼용함으로써 기대한 성과도 얻을 수 없었고, 대북 및 대화정책에 일관성도 없게 되었다.

남북간 비정치적 교류· 협력 활성화

그간의 남북한당국 간의 통일· 대화정책을 살펴본 결과에 의하면 정부당국의 통일노력만으로는 통일이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일의 통일사례에서 보듯이 상극(相剋)하는 정치이데올로기를 가진 분단국가의 통합은 정치적 접근 노력과 함께 상극성이 덜하거나 없는 분야의 비정치적 접근 노력을 동시에 추진하여야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정치적 그리고 정치적인 다각적인 접근노력은 상호보완을 하면서 통일의 길을 넓혀 나가면서 통일문제 해결의 종합적 방책이 될 것이다.

 비정치적 분야 중에서도 전통문화는 외래 이데올로기가 들어오기 전에 오랜 역사를 통해 민족이 공유해온 민족정신사의 바탕을 이루는 것이므로 민족동질성의 공통분모이며 저버릴 수도 없고 저버려지지도 않는 소중한 민족공동의 역사적 자산이다. 그리고 여러 전통문화 영역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불교문화 영역이 질과양에 있어 그 대표적인 위치에 있음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경제를 중심으로 예술, 스포츠, 학술 등의 남북교류는 다소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비해 종교적 측면의 교류는 부진하다. 이는 여타의 부문과는 달리 북한에 교류의 상대가 될 진정한 종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겉으로 들어나는 북한의 종교단체는 주체사상에 입각한 정치적 선전도구에 지나지 않을 따름이다. 다시말하여 북한의 종교는 종교 그 본래의 위치를 지키기보다 북한정치체제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정치에 예속된 종교가 되고 있다.

통일에 있어 불교계 역할 

우리는 통일을 향한 남북접근의 통로를 종교적 영역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시도를 가속화 하여야 할 것이다. 남북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접근· 교류의 통로와 폭은 다각적이고 넓을수록 좋다. 특히 민족전통종교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불교계가 민족숙원의 통일문제를 푸는데 적극적으로나서야 할 것이다.

 불교문화가 민족의 정신사를 형성해온 뿌리깊은 모태였으므로 불교와 불교문화의 기능이야말로 50여 년 남북으로 갈라져 이질화의 길을 걸어온 고난 많은 이 겨레의 동질성을 추구하고 구현할 수 있는 가장 기름진 토양이 될 것이다.

 현재 추진중인 불교계의 개혁노력도 과거 조계종 집행부의 독재권력비호와 보수안정적 태도에서 비롯된 불교계의 잘못된 타성을 극복하고 민중의 고통을 함께 하고 결집된 힘을 바탕으로 통일을 앞당기는 지혜를 모으는 쪽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불교는 우리 사회내의 중생구제와 사회통합은 물론 민족통합 노력에도 앞장서야 할 역할과 사명을 부여받고 있다.

 불교계가 통일문제를 푸는데 관심을 가져야 할 부문은 정치당국자들의 통일노력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북한의 불교계와의 교류, 특히 남북한의 불교문화유산에 대한 공동 조사연구및 자료교환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서 북한의 정신문화가 어느 방향으로 변하고 있으며, 우리의 유구한 문화전통과 얼마나 멀어져가고 있는 가를 정확히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북한의 종교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근거로 할 때만 비로소 우리가 남북의 민족통일이 되었을 때 야기되는 정신문화의 융화를 위한 사전준비의 기본방향과 그 구체적인 작업을 설계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불교계는 통일후 남북이질성 극복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또한 불교계는 이산가족 상봉과 생사 확인 그리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동포들에게 식량과 생필품 보내기 운동 등 인도적 차원의 노력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