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여는 슬기

불교 세시풍속

2009-03-20     관리자

정월의 풍속놀이

 '돼지 해'를 살펴본다.다사다난했던 갑술년 개의 해는 가고 을해(乙亥)년 돼지의 해가 밝아 왔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무슨 띠는 좋고 무슨 띠는 어떻다는 등 '띠 타령'을 한다. 그러나 이 '띠'라는 것은 그런 우열이나 장단으로 가려지는 것이 아니라 한 필의 아름다운 비단을 짜기 위한 '날줄'과 '씨줄'과 같은 것이다. 열 두띠가 고루 어울려 사바세계를 이루는 것이니 말이다.

 올해의 돼지도 역시 12신장(神將)중의 하나이다. 12신장이란 쥐, 소, 호랑이…드의 동물이 신으로 상징화 된것인데, 불교에서는 이들이 사천왕(四天王), 팔부중(八部衆)과 함께 약사여래(藥師如來)의 권속으로서 『약사경(藥師經)』등을 독송하는 불교도를 수호하는 신장으로 받들어지고 있다.

 그러면 12신장의 하나로서 돼지가 나타내는 방위와 시간을 알아 본다. 해방(亥方)은 24방위 중의 하나로 북서북(北西北)이다.해시(亥時)는 오후 9~11시경이다. 그래서 9시경을 해초(亥初),10시경은 해정(亥正), 11시경을 해말(亥末)이라 한다.해일(亥日)은 일진이 돼지(亥)에 해당하는 날이요, 해월(亥月)은 월건(月建)이 돼지로 된 달, 곧 10월이다. 해년(亥年)은 60갑자 중에서 돼지띠인 해, 곧 해(亥)자가 포함된 해이다.

 우리 민족은 돼지하면 일단 상서롭고 풍만한 상징으로 여겼다. 그 한예로써 '돼지 꿈'을 둘 수 있겠다. "꿈에 돼지를 보면 횡재를 한다."를 비롯하여 복을 받는다, 자식을 얻는다 등 길몽으로 반기고 있다. 그러면 을해년 돼지의 해, 세시풍속과 놀이들을 살펴보자

'설'의 풍속들

정월 초하를를 '설날'이라 한다. 그냥 '설'이라 하면 대보름까지 15일 간을 일컫는 말이다. 그래서 정초에 웃 어른께 드리는 세배가 늦어지면 흔히 "설은 넘기지 말아야지!"한다. 설날 이른 아침 '차례'를 올리고 '세배'를 드리는데 남녀노소가 깔금히 '설빔'을 한다.

 '설'을 한자로는 신일(愼日)이라고도 쓰니, 경거망동하지 않고 근신하여 삼가는 날이라는 뜻이다.옛날에는 집안 차례에 앞서 마을의 당굿(한 공동체의 안과태평을 기리는 의식)을 올리는 것이 순서였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 꼭두새벽 마을살마들이 '서낭당'에 모여 집단의식을 갖고는 집집으로 돌아가 사사로운 조상의 차례를 올렸음은 전통사회의 미덕 중의 하나라 하겠다.

 세배도 집안 어른뿐 아니라 빠짐없이 마을을 돌며 웃어른께 예를 다했으니 온 마을이 이웃사촌이 됐다. '덕담'은 주로 어른이 손아랬사람들에게 보람찬 한 해가 되기를 축원하는 뜻으로 보내는 말이니. 예컨대 과년한 처녀 총각에게는 "허허, 올해는 장가(또는 시집)를 들었군!"하며 종결형으로 아주 결정난 듯이 말했다.설음식 가운데 '흰떡'을 빼 놓을 수 없으니 세주(歲酒)와 곁들여 차례를 지내고 손님대접을 했다. 설날 떡국을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고 했다.

 한편 설날[섣달 그믐] 하늘에 있는 야광귀(夜光鬼)가 인가로 내려와 신발을 신고 간다해서 어린이들은 신발을 방안에 들여놓고 잠을 자지 않는데 만약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된다했다. 여기에서는 '야광귀'를 '약왕보살'에서 어원을 찾는 의견도 있다.설날 대문에 주로 갑옷을 입고 도끼를 든 장군상(將軍像) 그림을 붙이는 풍속이 있었으니 이를 세화(歲畵)라 했다.

 요즘 연하장을 주고 받듯이 세화로써 인사를 했는 바, 수성(壽星), 신장(神將), 선녀, 비천상(飛天像)등이 많았다. 흔했던 '김장군'과 '갑장군'은 도끼를 들고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사천왕(四千王)의 변신이라 한다.

 '설'에는 한 해 운수를 보는 점을 치고 무당을 불러 안택(安宅)을 하는가하면, '대보름'에는 오곡밥을 해 먹고, 밤· 호도· 잣· 은행 등 껍질 딱딱한 과일을 깨무는 것을 '부럼 깨문다' 했다. 액을 쫓는다 하여 '제웅'을 버리는 습속도 있었다.

 올해가 돼지이니 상해일(上亥日)의 풍속을 찾아 본다. 정월 들어 첫 해일(亥日)이 '돼지 날'이다. 이 날에 얼굴과 피부색이 검은 사람은 왕겨나 콩깍지로 문지르면 희고 고와진다. 했다. 또한 바느질을 하지 않고 머리도 빗지 않았다. 바느질을 하면 손가락이 아리고 머리를 빗으면 풍증(風症)이 생긴다고 했다. 이러한 풍속은 오계(五戒) 가운데 불사음계(不邪淫戒)를 범하지 않기 위하여 경각심을 갖게 하는 뜻이 있다고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세시풍속들 가운데는 마땅히 오늘날 받아 들여야 할 것도 있지만 세월의 바뀜과 함께 사라져 가고 말 것도 적지 않을 것이다.

불심을 담은 민속놀이들

우리의 민속놀이 가운데, '설날'로 부터 '대보름'사이에 놀아지는 수효가 전체의 반이 휠씬 넘는다. '윷놀이', '승경도(陞卿圖) 놀이', '널뛰기', '제기차기', '써매타기', '연날리기', '법고(法鼓)놀이', '다리밟기', '편싸움(石戰)', '동채(車戰)싸움', '고싸움', '가마싸움', '원놀이', '지신밝기', '줄다리기', '쥐불놀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이 가운데 승경도[일명從卿圖라고 함]를 불교식으로 꾸민 것이 있으니 성불도(成佛圖)라는 것이 있다.

서산대사께서 꾸몄다고 전하는 이 놀이는 불교적으로 개조한 것이니 흡사 윷판에 주사위를 던져 말을 쓰면서 수행의 단계를 차지했다가 잘못하면 육도(六道)에 떨어지기도 한다. '성불도놀이'는 수행차제(修行次第)는 물론이요, 불교 근본사상의 해득과 염불정진의 권장을 도모하는 깊은 뜻을 지닌 놀이이다.대보름 놀이의 대표라 할 '다리밟기'도 불교의 복전사상(福田思想)에서 비롯되었음을 '동구세시기'에서 밝히고 있다.

 '설'을 마무리하며 '액'을 멀리 띄워 보내는 '액연 날리기'와 아랬마을 윗마을이 힘겨룸을 하는 '줄다리기'로써 서로 얼싸 안으며 한 해를 시작하는 것이다.이긴 편 마을은 논농사가 잘 되고, 진편 마을은 밭농사가 잘 된다니 개울하나 사이에 다 잘 되자는 마음씨이다. 설날 스님들이 법고를 치며 집집을 찾아 권선을 했던 법고(法鼓)가 사라져 갔음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