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재가불자의 수행일과

특집/불교는 어떻게 믿는가

2009-03-18     김경만

  재가 불자들의 일상생활이 신앙생활과 어떻게 연결되어야 할 것인가? 후배 동학들로부터 받는 질문이다. 종교가 형상없는 마음에 의하여 실천되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면서도 선배들께서 마련하여 주신 절차라고 하는 형식 또한 무시 못한다. 나는 처음으로 우리 불법문중에 들어 오시는 재가 불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일과를 권하고자 한다.

     1, 아침일과

  옛부터 새벽 인시(寅時:3시~5시)에는 부처님께서 친히 중생들을 위해 섭법하시는 시간이라 일러지는데 이것은 아침 공부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 준다. 가능한대로 일찍 자리에 들고 늦어도 四시에는 기상해서 자기에 맞는 일과를 진행한다.

  (1) 禮佛

  집집마다 부처님을 모신 불단(佛檀)을 마련하면 좋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도 정결한 장소를 마련하여 정성을 다한 공경심으로 부처님께 예불하기를 권한다. 필자가 아는 어느 여신도는 집안 형편이 넉넉치 못하여 새벽 세시에 일어나서는 부엌으로 들어가서 아침 일과를 진행하고있다. 아무런 곳이라도 상관없고 또 불상을 모시지 않았어도 괜찮으니 정결하게 하고 예불을 올리면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깨끗한 방석하나를 앞에 놓고 그곳에 부처님을 모신 기분으로 예불 할 수도 있다. 예불은 오분향례(五分香禮)도 좋지만 가능하면 百八예배시에는 보현사상에 입각한 참회예법이 있으므로 그대로 하면 좋지만(普賢聖典등에 수록되어 있음) 그러한 것이 준비되지 않았으면 불보살의 명호나 <마하반야바라밀>을 외우면서 예배하여도 된다. 예배가 익숙하게 되 순서 예배횟수를 적당히 늘여 가는 것도 정진의 진전이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도 아침에 천배정진을 다년간 계속하고 계신 스님이나 신도가 여러분이다. <바라밀>을 염하면서 부처님을 공경하는 정성스런 마음으로 예배하여야 한다.

  (2) 讀經

  초심자는 반야심경의 다독을 권한다. 처음에 10독을 해보고 다시 21독으로 그리고 108독으로 횟수를 늘이면 좋다. 평생에 100만독 정진하신 분도 있다.

  (3) 염불

  염불은 그대로 부처님을 생각하는 것인데 석가모니불이나 아미타불 또는 약사여래를 염하기도 하지만 우리 나라에 대중화되어 있기로는 관세음 보살과 지장보살이다. 현세 이익을 보장하고 계신 두분 보살님을 염하여 우리 육신의 한계 있는 생명력 그리고 개체의 제약된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불가사의한 힘으로 해결한 예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단정히 앉아서 불보살님이 나와 함께 계심을 믿고 나의 생명은 물질인 육체의 작동으로 이루어지는 보잘것 없는 것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버리고 불보살님의 무한생명의 현현(顯現)인 이 생명에는 부처님의 자비 부처님의 지혜 그리고 부처님의 공덕이 가득히 넘치고 있음을 마음 속에 생각하면서 입으로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는 것이다. 부처님의 명호대신 <바라밀>을 염하는 것도 좋다. <마하반야바라밀>이야말로 모든 부처님이 나신 곳이고 <바라밀>이야말로 모든 보살의 의지처이며 <바라밀>이 곧 중생을 성취시키는 것인 까닭에 <바라밀>의 염송은 곧 三세의 일체 불보살님을 함께 모시는 것이 된다. 모든 부처님과 보살님에 대한 염불을 함께 모시는 것이되므로 참으로 수승한 공덕이 있다. 일정한 시간 동안 염불을 모심으로서 부처님의 위덕이 참으로 나에게서 빛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적어도 30분 정도는 염불하여야 한다.

  (4) 發願

  가장 중요한 것이 발원이다. 우리의 모든 수행이 개체 생명의 이익만을 위할 때 그것은 소승이다. 나를 끊임없는 은혜 속에서 키우고 계신 일체중생을 저버릴 때 그것을 배은망덕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수행공덕은 일체 중생에게로 돌려야만 한다. 그리고 나는 어느 때까지라도 중생의 이익만을 위해 사는 구도자이어야 한다. 나의 미래상을 부처님전에 아뢰는 것이 발원(發願)이다. 이산혜연선사의 발원문을 성철스님과 운허스님께서 각각 우리말로 옮겨 주신 것이 있다. 꼭 읽고 외우기를 권 했다. 여기에 덧붙여서 전법(傳法)에 관한 서원을 세우기를 권한다(傳法五誓)가 있다. 전법이야말로 내 생명의 무한가치가 실현되는 유일한 길임을 믿고 서원드리는 것이다.

  (5) 坐禪

  선(禪) 공부는 우리의 궁극과제이다. 다만 몇분 동안이라도 단정히 앉아 마음을 찾는 이 공부로 우리는 득력하여야 한다. 이의 작법은 광덕 스님께서 펴내신 <보살성전>에 자세히 적혀 있으므로 꼭 읽고 그대로 해주기 바란다.

  이상에 열거한 일과는 전부 다 할 경우 그 시간이 길게 걸리므로 각자 자기 근기에 맞게 조정 실천하면 좋다. 그러나 최소한 다음의 일과만은 꼭 지키자.

     가, 백팔예배(15분)

     나, 반야심경 독송 3편(3분)

     다, 발원문(5분)

     라, 염불(30분)

     마, 좌선(30분)

     2, 직장 또는 가정에서의 일과

  시간있는대로 독경 또는 염불을 하되 적어도 하루 세번 이상 합장하고 자기 자신에게 <나는 부처님과 함께 있고 부처님의 무량한 공덕장세계에서 부처님의 무한한 위신력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어느 때이건 한계에 부딪치게 될 때 그 한계를 나의 적으로 생각하고 두려운 생각을 내지 말고 곧 부처님의 무한하신 위신력을 생각한다. 한계는 본래 없는 것인 까닭에 그것이 나를 해치지 못한다. 부처님의 지혜광명 앞에 한계는 그 허망한 정체를 들어내어 나를 해방하게 된다.

     3, 食事時 日課

  식사시에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합장하고 속으로 외운다.

     <부처님전에 공양올립니다.

      일체 중생에게 감사합니다.

     부처님 시봉 잘하고 일체 중생에게 이익을 주기 위하여 이 밥을 먹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

     4, 저녁 日課

  아침 일과 중에서 한두가지를 골라서 실시하되 발원과 염불을 빼놓지 말자.

     5, 잠자리에 들어서

  부처님전에 감사드리며 모든 일과를 끝마치었음을 부처님전에 감사드리면서 염불 또는 화두(話頭)를 놓치지 않은 채 잠들도록 힘써간다.

  잠들기 전에 그날 있었던 언짢은 일들을 되생각하거나 그 이틑날 있을 어려운 일을 걱정하거나 또는 원망과 미움을 가득히 채운 채 망상에 사로잡히는 사람이 흔히 있지만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한 어두움은 볼래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있는듯 보이는 것은 미망(迷忘)의 탓이다. 미망은 부처님 지혜 광명으로 그 허망함을 들어낸다. 잠들기 전의 염불은 참으로 중요하다. 염불 속에서 잠들고 염불로 잠자고 염불로 잠깨는 공부를 부지런히 해 보자. 이것은 자기 자신이 시험해 볼 수 있다. 잠깨었을 때 바로 염불하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이상에서 간략하게 우리 재가자들의 일과를 적어 보았지만 어느 요목을 따서하든 꾸준하게 해가야 한다. 처음으로 무리하게 일과를 짜지말고 자기에게 알맞게 계획하고서 차츰차츰 늘여가도록하되 하루도 빼놓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제나 우리는 도장(道場)에 있다는 생각으로 수행하는 생활을 일관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