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팔상법문] 부처님 이승에 오시다

2009-03-15     박경훈

 一, 부처님 이승에 오시다   (도솔래의상)

  1. 코끼리로 내려 오시다

  때는 가비라 성에 六월이면 열리는 축제가 막 시작한 때였다.

  나라 안의 모든 거리와 사람들은 축제로 한창 들 떠 있었다. 마야 왕비는 축제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술을 입에 대지 않고 화환과 향으로 몸을 꾸미고 조용한 마음으로 축제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었다.

  축제가 시작된지 이레가 되는 축제가 끝나는 날 아침이엇다.

  마야 왕비는 일찍 일어나 향내 나는 맑은 물에 목욕을 하고 사십만 냥의 황금을 풀어 크게 보시하였으며 아침식사를 하는 일로부터 시작하여 하루 종일 여덟 가지 재계(八關齊戒)를 지켰다.

  하루 일을 마친 왕비는 침전(寢殿)에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홀연 아늑하게 감싸오는 잠결 속에서 왕비는 사천왕을 보았다.

  사천왕은 왕비가 누어있는 침대를 설산의 큰 사라수(沙羅樹) 밑으로 옮겼다.

  기다리고 있던 천왕(天王)들의 왕비들은 마야왕비를 못으로 데려가 인간의 때를 씻겨 주었다.

  그리고 하늘 사람의 옷을 입히고 바른 다음 천상의 꽃으로 몸을 꾸몄다.

  그 부근에는 백은(白銀)으로 된 산이 있고 그 복판에는 황금의 궁전이 있었다.

  천왕의 왕비들은 마야왕비를 그 황금의 궁전으로 데리고 가서 이미 마련된 하늘 사람의 침대에 눕혔다.

  그때 보살은 흰 빛깔의 훌륭한 코끼리가 되어 백은산(白銀山)에서 멀지 않은 황금산(黃金山) 위를 거닐고 있었다.

  흰 코끼리는 은빛 찬란한 코로 흰 연꽃 한 송이를 들고 한 소리 우렁차게 외치고서 황금 궁전으로 들어갔다.

  흰 코끼리는 마야왕비가 누워있는 침대 주위를 오른쪽으로 세번 돈 다음 왕비의오른쪽 갈비를 헤치고 태에 들어갔다.

  보살이 어머니의 태에 들자 동시에 일관 세계가 모두진동하고 서른 두가지 징조가 나타났다.

  즉 일 안의 세계에는 한없는 광명이 충만하고 이 광명을 보기 위한 듯이 장님은 눈을 뜨고 귀머거리는 소리를 듣고 벙어리는 말을 하고 곱사는 허리를 펴고 절름발이는 바로 걷고 결박된 이는 묶인 사슬에서 풀리고 지옥의 불은 모두 꺼지고 마귀들은 굶주림과 목마름이 없어지고 축생들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중생들은 병이 없어지고 모두가 서로 정답게 되고 사방은 밝게 트이고 부드럽고 시원한 바람은 불어와 중생들에게 즐거운 마음을 일으키게 하고 온갖 빛깔의 아름다운 연꽃은 여기저기 흐트러지게 피고 공중에는 하늘의 음악이 울려 퍼지고 일 만의 세계는 마치 하나의 화환이 된 것처럼 향기에 싸이고 그것은 실로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었다.

  이때 도솔천에 있는 하늘 사람들은 서로 의논을 하였다.

  우리는 오랜 세월을 호명보살과 함께 도솔천에서 지냈다.

  우리는 그에게서 무상(無上)의 법문(法門)을 듣고 깨달아 삼계의 윤회를 벗어나고자 하였다.

  그러나 보살이 이제 인간의 세계로 내려 가셨으니 이곳에서 그의 법문을 들을 길이 없다.

  그는 인간 세상에서 반드시 부처가 되어 법륜(法輪)을 굴릴 것이다.

  우리도 하늘의 즐거움에 젖어만 있을 것이 아니라 인간세계에 내려가자 가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또 교법(敎法)을 펴기로 하자.

  이같이 의논을 한 하늘 사람들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내려와 인간의 태에 들었다.

  2, 보살의 어머니

  꿈에서 깨어난 왕비는 이일을 정반왕에게 이야기하였다.

  왕은 매우 기뻐하며 말하였다.

  <왕비 매우 상서로운 일에 틀림이 없소 내나이 오십을 지났고 왕 위에 오른지도 삼십년이 가까운데 후사가 없어 걱정이더니 왕비의 꿈은 그 후사를 이을 태몽에 틀림이 없소. 상을 잘 보는 유명한 바라문을 불러 물어보도록 합시다>

  왕은 곧 전국에 명령하여 예순 네 사람의 유명한 바라문을 모이도록 하였다.

  왕은 그들 바라문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새로 지은 옷과 값진 물건들을 준 다음 왕비의 꿈에 대해서 물었다.

  이야기를 들은 바라문들은 한결같이 말하였다.

  대왕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꿈은 왕비께서 아기를 잉태하신 꿈이옵니다. 그 아기는 왕자입니다. 만약 왕자께서 왕위를 계승하면 전륜왕(轉輪王)이 될 것이며 집을 떠나 출가(出家)하게 되면 세상의 번뇌를 없애는 부처가 될 것입니다.>

  왕과 왕비는 무한이 기뻤다.

  한편 왕의 마음 한 구석에는 장차 태어날 왕자가 출가하여 부처가 되면 후사가 끊길까 해서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왕비는 보살을 잉태한 뒤로는 매일같이 재계(齋界)를 지키고 천왕(天王)들은 보살과 어머니를 수호하기 위하여 가비라 성과 왕비를 지켰다.

  천왕들이 가비라 성을 지키고 왕비와 보살을 지킬 뿐 아니라 왕비가 재계를 지키기 때문에 나라 안은 태평하고 비바람도 순조로와 농사는 풍년이 들어 백성은 안락하고 백성들의 왕비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날로 높아갔으며 왕비의 명예는 절정에 이르렀다.

  왕비의 마음은 안락하고 몸에는 피로가 없어 태 안의 보살은 마치 맑은 진주가 아름다운 명주에 싸인 것처럼 포근하고영롱하였다.

  보통 여자는 열 달이 차서 아기를 낳을 때 눕거나 앉아서 낳는다.

  그러나 보살의 어머니는 아기를 열달 동안 태안에서 맑고 깨끗하게 보호하였다가 때가 되면 선 채로 낳는다.

  왕비는 열 달동안 태 안에서 보살을 보호하였다가 달이 찼을때 풍속에 따라 친정에 가서 아기를 낳고자 하여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님 아기를 낳을 때가 되었읍니다. 이제 친정인 천비성(天臂城)으로 가서 그곳에서 아기를 낳고자 합니다.>

 왕은 기꺼이 승락하였다. 왕은 가비라 성에서 천비성으로 가는 길을 고치게 한 다음 황금의 수레에 왕비를 태워 보냈다. 왕은 대신과 병사들로 하여금 왕비를 호위하게 하고 많은 궁녀와 시녀들을 딸려보내어 시중을 들게 하였다.

                 二, 룸비니동산에 나시다

                       (毘藍降生相)

  1, 부처님 태어나시다

  가비라 성과 천비성의 사이에는 룸비니라고 부르는 동산이 있었다.

  이 동산에는 <근심이 없는 나무>라고 하는 무우수(無憂樹)가 우거져 있었다. 그때 우거진 무우수 나무들은 줄기로부터 가지 끝까지 한 빛깔의 꽃이 가득 피어 있었다.

  가지 사이와 꽃 사이에는 오색의 꿀벌들과 온갖 새들이 아름다운 소리로 지저귀면서 날아다니고 있었다.

  마치 룸비니 동산 전체가 제석천의 유원지 동산과 같이 황홀하기 그지 없었다.

  왕비의 일행이 룸비니동산에 이르자 왕비는 동산의 이러한 모습에 끌리어 이곳에서 쉬고 싶어졌다.

  왕비는 수레를 무우수의 숲속으로 옮겨갔다.

  왕비가 그 꽃가지를 잡자 산기(産氣)가 일어났다.

  시녀들은 곧 왕비의 주위에 포장을 치고 물러갔다.

  이윽고 왕비는 꽃가지를 잡고 선 채 아기를 낳았다.

  그와 동시에 청정한 마음을 가진 대범천네 사람이 황금 그물을 가지고 와서 아기를 받았다.

  아기는 어머니 태 안에 있었으나 더러운 물질에 조금도 더럽혀지지 않고 밝고 깨끗하며 비단에 싸인 진주처럼 빛나는 몸으로 마치 법좌(法座)를 내려오는 법사처럼 또는 계단을 내려오는 사람처럼 두팔과 두발을 벌리고 어머니 태를 나왔다.

  하늘에서는 아기와 어머니에게 경의를 나타내기 위하여 두줄기 물이 내려와 아기와 어머니의 몸을 씻어 기력을 더해 주었다.

  네 사람의 대범천은 황금 그물로 아기를 받아 안은 다음 말하였다.

  <왕비님 기뻐하십시오. 위대한 힘을 가진 태자께서 출생하셨읍니다.>

  사천왕은 촉감이 좋은 양피의 옷을 가져와 황금 그물에 싸인 아기에게 입힌 다음 비로소 아기를 사람들의 손으로 옮겨 땅에 내려서도록 하였다. 땅에 내려선 아기는 동쪽을 바라보았다.

  동쪽으로 수천의 세계는 마치 하나의 뜰과 같이 환하게 트여 있었고 하늘에서는 서기로운 광명이 아기를 향해 뻗쳤다.

  하늘 사람과 인간들은 꽃과 향을 올려 공양하고 보살의 탄생을 찬탄하였다.

  동쪽을 바라 본 보살은 동쪽으로 일곱 걸음을 크게 떼어 놓았다.

  대범천은 흰 일산(日傘)을 받들고 선시분천(善時分天)은 총재를 들고 다른 하늘사람들은 저마다 왕의 표시가되는 물건을 들고서 보살을 따랐다. 보살은 일곱 걸음을 사방으로 걷고 멈추어 서서 한손은 하늘을 한 손은 땅을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하늘 위 땅 아래 나만이 홀로 높다. 그 엄숙한 소리는 하늘에 뻗치고 지옥에 까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