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강의실] 보현행자의 서원

2009-03-14     광덕 스님

5, 참회분

  모든 업장을 참회하겠읍니다.

  기나긴 과거세에서 오늘날에 이르도록 햇빛보다 밝은 참 성품을 어기고 많은 죄업을 지었읍니다. 기나긴 과거세에서 금생에 이르는 동안 미혹하고 어리석어 성내고 탐욕부려 많은 죄를 지었읍니다. 몸으로 죄를 지었읍니다. 입으로 죄를 지었읍니다. 생각에만 있을 뿐 행이나 말로 나타나지 아니한 죄도 또한 많이 지었읍니다. 그 사이에 지은 죄는 아는 것도 있고 모르고 범한 죄도 있아오며 지은 죄를 잊은 것도 한이 없읍니다. 이 모든 죄가 만약 형상이 있다면 허공으로 어찌 용납할 수 있으리까. 이제 불보살님 앞에 머리 조아려 참회하옵니다. 영영 다시는 짓지 않겠아오며 영원토록 청정자성을 행하여 나아가겠읍니다.

  이제 저의 밝은 자성 드러내어 살피옵건대, 저희들이 지난동안 지은바 모든 죄업들은 밝은 자성 앞에 가로놓인 한 조각 구름이오며 한 가닥의 안개인 듯 하옵니다. 내 이제 청정한 三업에 돌아가 모든 불보살님 전에 거듭 지성으로 참회하옵니다. 다시는 악한 업을 짓지 않겠읍니다. 영영 청정한 일체공덕 속에 머물어 있겠읍니다.

  죄업은 이것이 어둠이오며 참회는 이것을 밝은 자성광명 앞에 드러냄이옵니다. 찬란한 자성 광명앞에 어찌 사라지지 아니할 어둠이 있아오리까. 밝음 앞에 어둠이 사라지듯이 저의 참회앞에 모든 죄업이 사라짐을 믿사옵니다. 죄업이 사라졌으매 다시 어찌 청정한 자성광명을 가로막을 것이 있사오리까. 참회하였으므로 죄업이 소멸되고 모든 죄업이 소멸되었아오매 저의 생명에는 끝없는 부처님의 자비공덕이 넘쳐 남을 믿사옵니다.

  그러므로 저희들은 지성으로 참회하고는 다시는 죄를 생각하지 않겠읍니다. 흘러간 구름을 쫓지 않겠사오며 지나간 어둠을 마음 속에 붙들어 놓지 않겠읍니다. 항상 밝은 마음, 항상 맑은 마음 ,항상 활기찬 마음으로 일체공덕을 실천하겠읍니다. 끝없는 청정행을 펴 나아가겠읍니다. 그리고 때없는 맑은 눈으로 일체중생을 대하겠읍니다. 남이 잘못하는 듯이 보이는 허물은 남의 허물이 아니옵고 저 자신의 허물임을 알겠읍니다. 원래로 마음 밖에는 한 물건도 없는 것이 오매 어찌 내 마음의 허물을 떠나서 다른 사람의 허물이 있사오리까. 밖에 나타나 보이는 허물은 이것이 나 자신의 마음 속에 깃든 어두운 그림자의 나타남임을 알고 다시 참회하는 마음을 새로이 하겠읍니다. 고난과 장애를 당하여 결코 불평하거나 원망하지 않겠읍니다. 고난이 나타났으므로 업장이 소멸되고 참회하여 소멸되었음을 믿고 기뻐하고 용기를 내겠읍니다.

          6. 수희분(隨喜分)

  남이 짓는 공덕을 기뻐하겠읍니다.

  모든 부처님께서 처음 발심하실 때로 부터 무상지(無上智)를 구하기 위하여 부지런히 복덕을 닦을 새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아니하고 무한겁을 다하도록 난행고행을 행하시면서 가지가지 바라밀문(波羅蜜門)을 닦으신 그 모든 공덕을 기뻐하겠읍니다. 가지가지 보살도를 원만히 닦으시고 마침내 무상도를 성취하시며 열반에 드신 뒤에 사리를 분포하시는 그 모든 공덕을 기뻐하겠읍니다.

  또한 시방일체세계에 있는 사생(四生) 육취(六趣) 모든 중생들이 짓는 한 털끝만한 공덕이라도 존중하며 함께 기뻐하겠읍니다. 시방세계 모든 보살들과 모든 성자들과 모든 스님들이 닦으시는 온갖 공덕을 다 함께 기뻐하겠읍니다.

  일체중생 어떤 종류의 중생이 짓는 공덕이라도 극진히 존경하겠사옵거든 하물며 보살들이 닦으시는 행하기 어려운 여러 수행이리까! 가지가지 난행고행으로 무상도를 이루시며 모든 중생에게 가르치시고 또한 우리에게 올바른 행의 표본이 되시며 깊은 가르침을 주시고 나아가 불국토를 성취하시는 그 모든 높은 공덕을 남김없이 찬양하고 기뻐하겠읍니다.

  세상에서 나쁜 사람이라고 낙인찍힌 사람일지라도 그가 행하는 착한 공덕이 또한 한이 없음을 믿고 그가 행한 털끝만한 공덕이라도 진심으로 기뻐하겠읍니다.

  나를 해치려고하고 모함하고 욕하고 억울한 누명을 씌우거나 또는 때리고 손해를 끼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가 지닌 공덕을 찬탄하고 그가 짓는 공덕을 함께 기뻐하겠읍니다.

  모든 불보살과 일체중생과 저희들은 원래가 한몸이옵기 그중에 어느 하나가 지은 공덕은 바로 그것이 저 자신의 기쁨이 아닐 수 없읍니다. 함께 기뻐하므로써, 넓고 큰 기쁨이 너울치는 큰 생명을 가꾸어 가겠읍니다

  남이 짓는 공덕을 함께 기뻐하올 때 남과 나는 둘이 아님을 확인하옵니다. 이 세간 누구와도 대립된 자없고 불화할 사람 없아오니 이 천지 누구와도 화합하고 화목하게 지내며 존중하겠읍니다.

  화합하지 아니함은 대립한 것이요 두 쪽이 된 것이며 은혜를 주신 수 많은 불보살님과 담을 쌓고 척을 짓는 것이 되옵니다. 설사 부처님께 공양하고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며 경전을 외운다 하더라도 만약 부모님이나 부부나 형제나 이웃이 그 밖에 벗들과 화목하지 못한다면 부처님께 공양은 성취되지 못하옵니다. 부모님과 형제와 모든 이웃과 한마음이 되고, 존경하고 아끼고 함께 기뻐하올 때 불보살님께 공양이 성취됨을 믿사옵니다.

 부처님은 일체를 뛰어넘은 하나로 계시오며 일체중생을 하나로 하신 곳에 계시옵니다. 일체와 화합하고 일체와 둘이 아님을 쓰는 데서 저희들은 부처님의 은혜를 받을 수 있는 것이며 그기쁨을 누릴 수 있아옵니다. 남이 짓는 공덕을 기뻐한다는 것은 진정 그와 더불어 마음을 함께함이옵니다. 저희들은 남이 짓는 공덕을 함께 기뻐함로써 거기에서 부처님이 주시는 자비하신 은혜를 받을 마음바탕을 이루게 됨을 믿사옵니다.

 이와같이 한마음이시며 큰 은혜를 베푸시는 부처님께 감사하겠읍니다. 부모님과 형제에게 감사하겠읍니다. 감사는 바로 화목이며 화목은 바로 둘이 아님을 이루는 것이오매 저희들은 일체중생과 천지만물에 감사하겠읍니다. 한몸이 생각없이 한몸의 완전을 도모하듯이 둘이 아닌 경지에서는 결코 해침이 없아옵니다. 천지만물에 감사하여 둘이 아니게 되고 일체중생에 감사하여 둘이 아니며 그의 승리 그의 성공 그의 공덕을 찬양하고 기뻐할 때 그 모두는 나와 더불어 한몸이거니 어느 무엇이 나를 해칠자 있으오리까! 천지만물이 나의 편이며 일체중생이 은혜로운 나의형제입니다. 둘이 아니 이몸을 이루게 하는, ‘감사’와 ‘함께 기뻐하는’ 이 심묘한 법을 저희들은 생명껏 노래하고 받들어 행하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