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욱 선원에서의 생활과 수행

세계의 수행처 / 미얀마 파욱 국제명상선원 2

2009-03-03     관리자
▲ 파욱 선원의 시마홀.
지난 호에 소개했듯이 파욱 선원은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800여 명의 수행자가 함께 모여 사는 국제명상선원이다. 대략 150만 평의 규모에 세워진 파욱 선원은 하나의 수행 마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자세히 이야기하려면 많은 지면이 필요하기 때문에, 몇 가지 주제에 한정해서 파욱에서의 일과와 생활을 소개하고 끝에서는 파욱 수행의 특징에 관하여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1. 파욱 선원의 일과와 생활

파욱 선원의 일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행, 수행인터뷰, 탁발의 3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3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파욱 선원의 생활을 소개할까 한다.

1) 수행 : 대중생활과 토굴생활의 조화
파욱 선원에 도착하면 산속에 즐비하게 있는 많은 꾸띠(작은 토굴)를 볼 수 있다. 이런 꾸띠는 남자 수행자들만 생활하는 위쪽 사원에만 300여 개에 이른다. 미얀마 스님들은 여러 명이 같이 생활하기도 하지만 외국인 수행자들은 기본적으로 꾸띠를 하나씩 제공받으며, 일상적인 생활과 수행은 이곳에서 한다. 그러나 하루 중에 정해진 8시간 정도는 ‘시마 홀’이라는 큰 명상 홀에서 400여 명의 대중이 모여서 함께 수행을 한다. 많은 대중이 청정하게 수행을 하고 있는 시마 홀은 수행자들이 규칙적인 수행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이 되면서 서로의 발전을 도와주는 매우 훌륭한 수행 장소이다.
이와 같이 최소한의 시간은 함께 모여서 수행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꾸띠에서 독립적으로 수행을 하기 때문에, 대중 속에 있으면서도 마치 토굴에서 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어 대중생활과 토굴 생활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다.

2) 수행인터뷰
오전 정진 후 9~10시, 오후 정진 후 5~6시는 수행인터뷰 시간이다. 이 시간이 되면 수행자들은 스승을 찾아가 수행과정에서 생긴 문제점이나 진보를 보고한다. 이때 스승은 문제의 해결점을 지도해주고 다음 수행과제를 제시해준다. 다음 수행과제를 제시 받고 성실하게 수행해서 다시 다음 과제를 제시받고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수행의 진보가 이루어진다.
파욱 큰스님에게 ‘very good’이라는 격려를 듣게 되었던 수행자가 신심이 나서 더욱 열심히 수행을 하는 것은 파욱 선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인터뷰 시간은 수행자에게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인터뷰를 통해서 수행자들은 수행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스승의 격려와 질책을 통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3) 탁발
파욱 선원에서는 하루 두 번 탁발을 하는데, 대중이 너무 많고 시내와는 거리도 멀어서 절 안에 탁발을 할 수 있는 ‘삔다빠다’라는 탁발장소를 만들어 그곳에서 탁발을 한다. 탁발 시간이 되면 재가자들은 스님들과 수행자들에게 올릴 공양을 가져와서 이곳에서 대기한다. 그러면 수행자들은 이곳에서 차례로 탁발을 한다. 어떤 때는 7살 정도 되는 어린아이가 부모님의 손을 잡고 와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사탕을 하나 발우에 넣어주는 경우가 있다. 비록 작은 것이지만 이런 신심 깊은 공양물을 받을 때는 마음이 뭉클해지고 공부에 대한 각오가 새로워지면서 더욱 열심히 정진을 하게 된다.
이처럼 보통은 선원 안의 탁발장소에서 탁발을 하지만, 1년에 몇 번 정도는 마을로 나가서 탁발을 한다. 여기에는 필자도 몇 번 참가해 보았는데, 이처럼 마을로 나가서 탁발을 하는 것은 더욱더 감동적이었다. 2,500년 전에 부처님과 제자 분들이 탁발을 하던 모습을 바로 이 자리에서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큰 신심이 생겼던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전통이 우리나라 불교에서 사라진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탁발문화가 다시 생기기를 기원해본다.
▲ 스님들의 수행 모습.
▲ 스님들이 줄을 서서 탁발을 하는 모습.











2. 파욱 선원의 수행 특징


파욱 선원에서 가르치는 모든 수행은 상윳따니까야와 청정도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파욱 큰스님은 당신이 가르치는 모든 수행은 자신의 가르침이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일 뿐이라고 항상 말씀하신다. 이런 것이 더욱더 수행에 대한 신뢰를 주는 부분이다. 그러면 파욱 선원에서 하는 수행의 특징을 간단히 소개해보겠다.
불교 수행은 8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데 여기서 정견·정사유는 위빠싸나(=지혜 수행), 정어·정업·정명은 계율 수행, 정정진·정념·정정은 사마타(=선정)로 분류할 수 있다.
파욱 선원에서는 계, 정, 혜 삼학이 두루 갖추어져 있다. 이곳에서는 엄격하게 계율을 지키고 생활하기 때문에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계율 수행을 익힐 수 있으며, 사마타 수행과 위빠싸나 수행은 스승의 지도하에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 파욱 선원에서 가르치고 있는 사마타와 위빠싸나 수행은 다음과 같다.

1) 사마타 수행
파욱 선원에 처음 도착하면 먼저 지도하시는 스님과 인터뷰를 통해서 어떤 수행을 할 것인지를 지도받는다. 경전에 있는 사마타 수행의 주제는 모두 40가지이다. 이 중에서 보통은 ‘아나빠나 사띠(들숨날숨에 대한 챙김)’를 지도받는다. 왜냐하면 파욱 큰스님이 25년 이상 수행을 지도한 경험으로 비추어볼 때, 이 주제에서 수행자들이 삼매를 성취한 경우가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아나빠나 사띠를 통해서 색계 4선정까지 성공한 수행자는 본인이 원하면 나머지 사마타 수행도 할 수 있다. 실제로 파욱 선원에서는 중복되는 것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선정의 주제를 거의 모두 닦을 수 있다. 그러나 아나빠나 사띠로 수행에 진보가 없는 경우는 사대 수행이나 까시나 등 다른 주제를 제시받기도 한다(p. 126. 파욱 스님의 ‘살아있는 명법문’ 참조).

2) 위빠싸나 수행
위빠싸나 수행은 2가지 종류가 있다. 사마타 수행을 하지 않고 바로 위빠싸나 수행을 하는 것을 순수 위빠싸나 수행이라고 하고, 사마타 수행을 하고 난 후에 위빠싸나 수행을 하는 것을 사마타 위빠싸나라고 한다.
지금까지 미얀마에서는 순수 위빠싸나 수행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파욱 큰스님은 “비구들이여 삼매를 계발해야 한다. 삼매를 계발한 비구는 제법(諸法)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라고 하신 부처님 말씀에서, 사마타 수행이 위빠싸나 수행을 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위빠싸나 수행은 개념이 아니라 법이 대상이 된다. 따라서 법이 무엇인지를 모르고서 위빠싸나 수행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위빠싸나 수행을 위해서는 법을 분명하게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이것에는 상윳따니까야에 나오는 부처님의 말씀처럼 사마타 수행이 매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들숨날숨에 대한 챙김 수행을 통해서 선정을 계발하게 되면 삼매의 강한 집중력으로 인해 지혜의 빛이 생기게 되는데, 이 빛을 이용하여 수행자는 유위법인 물질과 정신의 법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유위법이 아주 빠르게 생멸하는 것을 볼 수 있게 되고 유위법이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라는 진리를 통찰할 수 있게 된다. 이런 통찰을 통해서 수행자는 유위법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열반을 증득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파욱 큰스님은 수행의 백과사전인 청정도론을 근본으로 해서, 사마타 수행을 통해 위빠싸나 수행을 하는 방법을 복원하셨다. 이는 파욱 큰스님의 큰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순수 위빠싸나 수행을 비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실제로 파욱 선원에서도 사마타 수행을 하지 않고 곧바로 위빠싸나 수행을 원하는 수행자에게는 사대 수행부터 가르치기도 한다.
사람마다 수행의 인연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인연에 맞게 수행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같이 다양한 수행법들이 함께 존재하는 시기에는 성철 스님이 강조하신 중도의 가르침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서, 오직 자신이 하고 있는 수행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버리고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며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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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묵 스님 _ 1996년 서울대 수학과 박사과정 중 해인사 백련암에서 원택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였다. 범어사 강원을 졸업하고, 봉암사 등 제방선원에서 수행하였으며, 2003년 KBS 부처님오신날 특집극 ‘선객’에 출연하기도 했다. 2005년 미얀마 파욱 선원에서 3년간 수행하였으며, 2008년 플럼빌리지 등 유럽과 미국에 있는 불교수행단체에서 수행하였다. 현재 제따와나 초기불교 지도스님으로 활동하며, 모든 존재들이 고통을 벗어나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살행을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