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치미 삼색은행튀김

적문 스님의 사찰음식 이야기 1

2007-03-02     관리자

그 언제였던가! 엄마 손을 잡고 따라간 절에서 내 이름 석 자 새겨진 범종을 만지며 어린 마음에도 온몸에 따스한 기운을 느꼈던 게… 한 겨울 새벽예불. 우물가 두레박으로 다기물 올리는 게 왜 그리 힘들고 서러웠던지… 그 시절 으레 먹었던 완도 신흥사 동치미는 중년에 접어든 요즘에도 생각나는데,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고 눈에는 그냥 눈물이 글썽거린다.
기특하게 여긴 주지스님의 추천서는 목포 유달산 반야사에서 완도 촌놈(!)의 고등학교 유학생활을 가능케 해 주었다. 그 당시 학교 마치고 절집 앞에 도착하면 풍겨오던 방아장떡 냄새며, 표고버섯잡채 향기가 눈앞에 어른거린다. 또한 그 시절 절에서 싸주는 도시락 반찬은 어떠했을까?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면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볼 계획이다.
이번 동치미 삼색은행튀김 역시 그 당시 배고팠던 시절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 정성, 그 알뜰함, 그 순박함, 그 따스함, 그 지혜로움, 그 자연친화적인 조리방식을 엿볼 수 있기에 첫 번째로 소개한다. 그래도 후원에 가면 인심이 넉넉했던 시절 눈에 쉽게 띄는 당근과 제사에 쓰고 남은 가래떡, 그리고 감기, 기침에 좋은 은행을 알뜰하게 이용하여 동치미와 함께 먹었던 내 유년 시절의 사찰음식, ‘동치미 삼색은행튀김’을 추억 속에 다시 먹어본다.

●재 료
은행 30개 정도, 당근 100g, 흰떡 3가래, 녹말가루 2큰술, 튀김기름, 소금 1작은술, 후추 약간

●조리법
1. 은행은 껍질을 벗겨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넣고 팬이 뜨거워지면 은행을 넣고 소금을 뿌려 강한 불에서 재빨리 볶아야 색이 좋게 난다.
2. 당근은 은행 크기와 비슷하게 썰어 살짝 데친다.
3. 흰떡도 작은 가래를 준비하여 위와 같은 크기로 썰어 놓는다.
4. 위의 재료를 나무꼬치에 당근, 은행, 흰떡순으로 꽂아 놓는다.
5. 4의 재료에 녹말을 섞어 소금, 후추로 양념을 한다.
6. 위의 재료를 150℃ 기름에 튀겨낸다.
7. 사찰 동치미김치를 곁들여 내놓는다.

적문 스님|지리산 대화엄사에서 출가(은사스님은 正大 큰스님)하였으며, 속리산 법주사 승가대학(전통강원)대교과, 중앙승가대학 불교복지학과, 동국대학교 행정대학원 복지행정학과를 졸업하였다. 현재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 소장, 경기경찰청 경승 위원, 대한불교 조계종 수도사 주지 소임을 맡고 계시다. 역서로 『선식(禪食)』, 저서로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전통사찰음식』이 있다.
www.templefood.co.kr에서 스님의 사찰음식을 만날 수 있다.
031-682-3169, 011-9150-9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