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불교 성지] 스리랑카

찬란한 불교 문화를 꽃피운 인도양의 보석

2009-03-03     관리자

 

▲ 인도부다가야에서 보리수 가지를 꺾어 가져오는 모습. 이 나무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보리수가 되었다.


스리랑카는 보석을 닮았다. 찬란한 불교문화와 원시림에 가까운 싱그러운 자연, 그리고 아랍해와 인도양에 맞닿은 낭만적인 해변은 보석의 빛처럼 아름답고 우아하다.
스리랑카는 인도의 남쪽 아래 위치해 있으며, 크기가 우리나라의 2/3에 불과한 작은 섬나라다. 역사를 돌아보면 기원 전 5세기 인도 북부지역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싱할라 왕조를 세웠으며, 기원 전 3세기에 불교가 전해지면서 고대 불교문화의 꽃을 피웠다. 지금도 전체 인구의 70% 가량이 불교를 믿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의 불교신자들은 불교문화를 순례하기 위해 찾고, 서양인들은 선탠(suntan)을 하기 위한 휴양지로서 선택한다.

불교의 도시, 아누라다푸라·폴론나루와 캔디

스리랑카의 성지순례 여정은 주로 불교문화 유적지를 따라 이루어진다. 특히 아누라다푸라, 폴론나루와, 캔디의 세 도시는 대유적군이 자리하고 있어 스리랑카 불교문화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북부 평원에 자리잡은 아누라다푸라는 싱할라 왕조 최초의 수도다. 싱할라 왕조는 기원 전 4세기에 이곳에 자리를 잡고, 기원 전 3세기에 인도 아쇼카 왕의 아들 마힌다로부터 불교를 받아들여 찬란한 불교문화를 이룩하였다. 아누라다푸라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불교유적지로서, 우리나라 경주와 같은 느낌을 준다. 눈길 가는 곳마다 유적이 산재해 있어, 차로 이동하면서 봐도 하루 이상이 걸린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이수루무니아 사원에 심어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보리수이다. 기원 전 3세기에 인도 아쇼카 왕의 딸인 상가미타 공주가 인도 부다가야에 있던 보리수 가지를 꺾어 이곳에 가져와 심은 것이라 전해지고 있으니, 수령이 약 2,20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아누라다푸라는 불교사에서 대승·소승 모두에 중요한 역사적 장소였다. 부파불교 중 상좌부불교의 총본산인 마하비하라 사원을 중심으로 하는 마하비하라파와 새로운 사상인 대승불교와 밀교를 받아들여 시험했던 아바야기리 대탑(높이 75m)을 중심으로 하는 아바야기리파가 천년 이상 세력과 법력을 겨뤘고, 이는 스리랑카의 불교를 발전시키는 결과물들을 남겼다. 3세기엔 스리랑카 비구니스님들이 뱃길로 중국 양나라로 이동하여 그곳 스님들 3,000명에게 계를 주었고 캄보디아·태국·미얀마에는 상좌부불교를 전하였으니, 당시 스리랑카의 대승불교와 상좌부불교의 교세를 가늠할 수 있겠다. 쇠퇴한 인도 불교가 고스란히 스리랑카에서 다시 찬란하게 꽃피웠음을 증명해준다.

 

▲ 폴론나루와의 옛 왕궁과 사원터 탑.


천년에 걸친 아누라다푸라의 영광은 남인도 드라비다 족의 침입으로, 왕도를 남하하여 11세기에 중부의 폴론나루와로 천도를 하게 된다. 폴론나루와는 중부에 위치한 곳으로 중세 스리랑카의 독특한 문화와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 문화의 특성은 힌두교의 영향과 앞 왕조의 불교문화가 공존과 융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곳의 옛 성은 한 면에 큰 저수지를 조성하여, 해자(垓子: 성 주위에 파놓은 방어용 못)로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서 꼭 보야 할 유적지는 갈비하라 사원으로, 거대한 크기의 좌상(높이 5m)·입상(높이 7m)·와불상(길이 14m)이 한자리에 모여 있어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불상 왼쪽 벽에는 카티카바다(승단 규약)가 공포되어 있는데, 파락카마바후 1세(1153~1186)가 1,000명의 스님을 모아 경전결집을 하고 남방불교 한 파만을 인정한다고 선포한 후 작성된 것이라고 한다.

 

 

▲ 갈비하라 사원의 팔짱을 끼고 서 있는 입상과 누워있는 좌상.


스리랑카의 마지막 왕국 캔디는 해발 500m에 위치하여 여름에도 참을 만한 날씨를 가지고 있다. 여행 중 더운 날씨에 지친 여행자에겐 참으로 반가운 곳이다. 서양 열강의 계속되는 침입 속에서도 캔디는 기존의 상할라 민족의 특징에 독특한 문양과 색감을 부가하였다. 건축양식 또한 독특한 목조양식을 낳았다.
캔디에서 제일 유명한 것은 부처님 치아사리를 모신 불치사(佛齒寺)와 부처님의 치아사리를 코끼리 등에 모시고 거리행렬을 하는 페라헤라 축제다. 부처님의 치아사리는 인도와 영국에 뺏기는 수모를 당했지만, 매번 다시 찾아와 현재 스리랑카 최고의 보물로 추앙받고 있다. 스리랑카의 불교행사는 대부분 보름날, 즉 포야데이에 열린다. 이때 신도들은 하얀 옷을 입고 사원에 가며, 금주와 금욕의 하루를 보내게 된다. 여행 중 만나는 등하교 길의 학생들이 입은 교복 또한 대부분 하얀색이다.

스리랑카의 신비한 매력

스리랑카는 어느 정도 사회복지가 잘 되어있다. 교육은 대학 과정까지 무상으로 제공된다. 하지만 그만큼 대학 입학 경쟁률은 높다고 한다. 실업자, 장애자, 노인, 상이군인 등에게는 연금 또는 수당이 지급되며, 공공병원 또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국민들의 삶의 만족도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그들의 욕심을 부리지 않는 순박한 심성과 꾸밈없는 미소를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성지순례 중 담불라 석굴사원(동굴 안에 모셔진 많은 불상과 천장의 탱화와 부처님 일대기, 스님들의 가사 등은 스리랑카 불교미술의 중요한 보물이다)을 오를 때는 원숭이를 조심해야 한다. 특히 비닐봉투를 간혹 채간다. 석굴사원의 오른쪽을 보면 아무 것도 걸리지 않는 시원스럽게 펼쳐진 시야 너머로 거대한 바위산이 보인다. 이 우뚝 솟은 바위가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시기리아 락’ 바위궁전이다. 깎아지른 듯한 바위산에 궁전이 있고 그 주변은 아름다운 정원으로 꾸며져 있어 믿을 수 없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내려오는 길엔 기원 전 1세기부터 스님들이 수행하던 동굴들이 곳곳에 남아있는데, 동굴에 들어가 앉아 여행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서 높이 200m의 거대한 암석 위에 세워진 바위 궁전.


캔디에서 누아라엘리아 행 기차를 타면, 양옆에 홍차 밭이 장관을 이루며 펼쳐진다. 스리랑카는 1972년 전까지만 해도 국명이 실론이었기에, 이 홍차는 실론차라고 불려지고 있다. 실론차는 세계적으로 고급 홍차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누아라엘리아에 도착하기까지 4시간 동안 펼쳐지는 홍차밭의 향연은 모든 근심 걱정을 잊게 하는 낭만적 감상을 선사한다.
스리랑카에는 아직 고속도로가 없다. 빽빽한 산림 사이로 국도를 달리는 기분 또한 스리랑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운치다. 국도를 이용해 누와라엘리아에서 2시간쯤 달리면 영산으로 추앙받는 불족산(佛足山)이 나온다. 부처님께서 재세시 스리랑카를 세 번 다녀가셨다고 하는데, 그 중 한 번은 이곳에 오셔 발자국을 산 정상에 남기셨다고 한다. 때문에 부처님의 족적을 친견하기 위해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섬나라인 스리랑카는 해안선이 참 길고 완만하여 수영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곳은 상업수도인 콜롬보의 남쪽에 위치한 벤토타 해변이다. 이동하기 편한 접근성과 더불어 아름다운 비치와 수상정글, 강렬한 태양이 작렬하는 황홀한 경관은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스리랑카는 이처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빛과 향으로 감싸진 신비한 매력을 뿜어낸다. 문득 홍차의 진한 향이 코끝을 간질일 때면 어머니 품과 함께 향수(鄕愁)처럼 떠오르는 추억의 나라다.

 

 

 

▲ 수영을 즐기기에 좋은 벤토타 해변.

 

 

▲ 홍차를 파는 아가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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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국 _ 경기대 관광전문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조계종 포교사로서 불교성지순례 전문여행사인 아제여행사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