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으로 밝혀지는 명상수행의 효과

불교와 과학

2008-12-29     관리자
우리는 지난 호에서 뇌과학 연구가 불교의 명상수행이 뇌의 구조를 바꾸고 뇌기능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입증해 왔음을 알았다. 즉 불교의 명상수행 효과를 연구해온 뇌과학 연구들을 통해 마음은 단지 뇌의 작용, 호르몬의 작용에 불과하다고 굳게 믿고, 어린 시기에 형성된 뇌는 평생 바뀌지 않기 때문에 성인이 되면 뇌신경 조직은 고정되어서 새로운 신경세포를 생성하지 못한다고 주장해 온 서양의 전통 신경과학이 잘못되었음을 입증했다.
이들은 기능성 자기공명 영상(MRI)을 통해서 명상수행을 하면 분노나 우울, 불안 등의 심리작용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활동이 줄어들고 대신 행복, 희망, 쾌활 등 긍정적인 심리상태와 연결된 대뇌피질의 작용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는 이제 이런 저런 연구들과 뉴스들을 통해서 명상수행을 하면 뇌가 좋아지고 우리들이 살아가는 데 막연하게나마 뭔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알았다. 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명상수행을 하면 어디가 어떻게 얼마만큼 좋아지며, 또 얼마나 오래 명상을 했을 때 그런 효과가 나타나는지 궁금해진다.
뉴욕 월가에서 일하고 있는 월터 짐머만은 순간순간 변화하는 주식의 등락을 숫자와 그래프로 표시하는 십수 개의 컴퓨터화면을 주시하느라 진작부터 거의 기진맥진해 있는 다른 동료들과는 달리, 5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퇴근시간까지 차분하게 집중할 수 있을 만큼 에너지가 넘친다고 한다. 그는 그 이유를 스타벅스 커피 기운에 의지하는 동료들과는 달리 아침저녁으로 매일 40분씩 명상을 하는 데서 찾는다. 그 덕분에 업무상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요구하는 맑고 명료한 마음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명상은 나의 비밀무기다.”라고 말했다. 켄터키 대학의 생물학 교수인 브루스 오하라는 대학생들을 상대로 명상, 낮잠, TV시청의 3가지 효과를 비교하는 실험을 했는데, 이 가운데 명상을 한 학생이 주의집중을 요구하는 과제에서 월등한 효과를 드러냈다고 보고했다.
그래서 독일은행, 구글, 휴즈항공사 등 사원들에게 명상수업시간을 제공해 주는 회사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또 명상수련은 직원들의 머리를 좋게 할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을 방지하고 결근을 줄임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명상이 뇌구조를 바꾼다
한편 2006년 1월 23일자 하버드대학신문은 명상의 효과와 관련해서 하버드, 예일, 그리고 메사추세츠 기술연구소(MIT)의 소속 과학자들이 명상이 인간의 뇌구조를 바꾸어 놓는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즉 명상수행을 오래한 사람의 경우 주의와 감각입력 정보를 처리하는 뇌 부위가 더 두껍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나이가 들수록 뇌가 고정되어 사고나 감정도 굳어지고 뇌피질도 얇아진다는 기존의 인식과는 달리, 나이가 들어도 명상수행을 하면 오히려 더 유연해지고 그만큼 젊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와 같은 발견은 음악가들의 특정 뇌 부위나 마술사들의 시각운동 영역의 뇌 부위가 더 두껍다는 연구결과들과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 명상수행이 뇌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인지적·정서적 지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들이 현실을 살아가는 일과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가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자. 무엇보다도 명상이 감정조절 능력을 돕는다는 것은 그만큼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위스콘신 대학의 신경과학자 리처드 데이비슨은 명상수행이 주는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정서적 지능인데, 이는 인지적 지능보다 우리가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데 훨씬 더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진보적이고 자유적인 성향은 뇌의 전두엽(frontal lobe)과 전색대(anterior cingulate) 영역과 더 밀접하게 연합되어 있는데 전두엽과 전색대는 갈등해소와 중재를 돕는 기능을 한다고 한다. 이는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사람일수록 갈등상황에서 더 쉽게 자신을 개방하고 자신과 다른 견해를 쉽게 받아들이고 변화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명상의 주된 효과가 바로 전두엽의 활성화를 돕는 것이다. 그러므로 바꾸어서 말하면 명상수련은 보다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사람으로 변화시키고, 대인관계에서도 개방적이고 타인의 의견을 존중함으로써 그만큼 원만한 사회생활을 돕는다는 뜻이 된다.
아무튼 지금까지 연구된 명상효과들을 요약해 보면 우선 심장과 호흡을 조절해주고 인지, 정서, 신체를 통합하도록 돕는다. 또 나이가 들면서 전두엽 피질이 얇아지는 현상을 막아줌으로써 노화를 지연시켜준다. 혈관확장을 돕고 에너지를 재충전시켜준다. 수면시간을 줄여주고 주의집중을 향상시켜준다. 스트레스, 불안, 우울 등 각종의 정신질환 치료를 돕는다. 그 외에도 면역효과를 증진시켜주는 등의 효과도 있다고 하나 이는 아직 입증된 바는 아닌 듯하다.
그런데 그와 같은 명상의 효과를 얻자면 대체 어떤 종류의 명상을 얼마만큼 오래 해야만 가능한 것일까? CNN 앵커 위트필드는 세라 레자르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그 해답을 얻어보고자 했다. 세라는 그냥 자신의 호흡을 관(觀)하고 들숨과 날숨에서 일어나는 감각을 관하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명상시간은 보통 하루 40분 정도로 하고 반드시 특정한 명상기법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서 명상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즐겨 수행할 수 있는 명상수행법을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한 가지씩 시도해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방법들을 시도해 보라고 조언했다.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하여
지금까지 우리는 명상효과를 입증하는 뇌과학 분야의 연구들을 대충 살펴보았다. 그런데 예전에는 주로 선방에서 몇 철을 보냈느냐가 수행의 정도나 수준을 평가하고 측정하는 중요한 기준이었다. 그래서 세속에 살면서 간간이 틈나는 대로 명상하는 재가자들의 수행은 수행으로 인정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말로는 수행과 일상이 둘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수행하면 무조건 모든 것을 내던지고 산속에 들어가서 밤낮으로 앉아서 용맹정진을 수년간, 십수년간 해야만 그나마 수행 좀 했다고 내세울 수 있는 분위기였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우리가 인정하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뇌과학 연구들은 하루 40분 정도의 명상수행으로도 일정기간 꾸준하게 하면 뇌구조와 기능을 바꾸어 놓을 정도로 엄청난 변화와 성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뿐인가? 수행의 방법 또한 다양하고 그냥 자기가 좋아하고 평소에 즐겨할 수 있는 방법을 골라서 하면 된다고 뇌과학자들은 말한다. 그들은 특별히 더 나은 방법, 더 정통적이고 더 확실하고 더 우수한 방법은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우리 가운데 웬 만큼 선수행에 관심을 가져본 사람들이라면 간화선(화두선)의 우수성과 우월성에 대해서 들어보았을 것이다. 또 간화선을 근간으로 하는 한국불교의 세계화라는 말도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왜, 어떻게, 얼마나 간화선이 우월한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만일 남들이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상관치 않고 또 객관성을 무시한 채 그냥 일방적으로 간화선이 무조건 제일 우수하고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데 만족한다면 문제는 없다.
그러나 짐작하건대 진정으로 한국불교의 글로벌화를 꿈꾼다면 그 우월성의 근거를 제시해야만 한다. 그것도 이론적 주장을 넘어서서 구체적인 증명이 요구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지금껏 살펴왔듯이 앞으로는 수행의 정도와 효과를 단순히 전통적·관습적 방식에 의존해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뇌 사진을 통한 뇌구조와 기능들을 통해서 입증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루에 40분 정도의 수행으로도 충분히 뇌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키고 정서적·인지적 지능, 웰빙, 행복한 삶을 가져온다면 하루 5시간, 8시간, 혹은 그 이상 용맹정진을 해야만 하는 충분한 이유와 그에 상응하는 만큼의 정서적·인지적 지능의 결과를 뇌사진을 통해서 그 근거로 제시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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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 스님 _ 심리학을 공부했으며, 운문사 명성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미국 보스톤 서운사에 머물며, 불교수행법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현재는 동국대학교에서 강의 중이다. 최근 ITP(Institute of Transpersonal Psychology)로부터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문화와 불교를 통한 정신적·신체적 웰빙 사상과 문화예술을 영어권에 알리기 위해 ‘한국문화와 선(Korean Culture and Zen)’이라는 비영리 단체를 설립해서 현재 자료의 발굴, 수집과 영역 준비작업 중이다. 저서에 『현대심리학으로 풀어본 유식삼십송』, 『현대심리학으로 풀어본 대승기신론』, 『마음의 치료』, 『한영불교사전』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