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근본경전에서본 염불관과 그 수행법

붓다의 염불관 4

2008-12-29     관리자
이번 호에는 초기근본경전에서 염불관[Buddhanussati]을 살펴보고, 질의응답식으로 그 수행법을 설명해보겠다.

“만약 목숨을 마친 뒤에도 나쁜 곳에 태어나지 않을 것이요, 끝끝내 나쁜 일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너는 이미 오랜 동안 염불(念佛)·염법(念法)·염승(念僧)을 닦고 익혔기 때문이니라.”
- 『잡아함경』 제33권 『제930경』

“마하남이여! 이곳에서 너는 여래를 억념(憶念)해야 한다. 이르기를, 이와 같이 저 세존은 응공(應供)·정등각(正等覺)·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세존(佛世尊)이시다.
마하남이여! 성인의 제자는 여래를 억념[念佛]할 때 마음속으로 탐욕에 얽매이지 말라. 이때는 여래에 의해 마음이 바르게 되느니라. 마하남이여! 성인의 제자가 마음이 정직하면 의명(義明)을 얻고 법명(法明)을 얻으며, 마음에 이끌리는 곳에 즐거움이 넘치고, 즐거움이 넘치면서 기쁨이 생기며, 마음에 기쁨이 있으면 몸이 편안하고, 몸이 편안하면 낙(樂)을 받게 되며, 낙을 받으면 마음속에 정(定)을 얻는다.
마하남이여! 이 염불은 거닐 때도 닦아야 하고, 머무를 때도 닦아야 하며, 앉아 있을 때도 닦아야 하고, 누워 있을 때도 닦아야 한다. 사업을 할 때도 닦아야 하며, 자식들에 의해 산란한 집에 있을 때도 닦아야 한다.”
- 『증일아함경』 제11권 「억념품」

“비구들이여, 하나의 법이 있어 그것을 닦고 많이 공부 지으면 절대적인 역겨움, 탐욕이 빛바램, 소멸, 고요함, 최상의 지혜, 깨달음, 열반을 얻게 한다. 무엇이 그 하나의 법인가? 부처님에 계속해서 마음챙김하는(佛隋念, Buddhanussati) 염불수행이다.
비구들이여, 이 하나의 법을 닦고 많이 공부 지으면 절대적인 역겨움, 탐욕이 빛바램, 소멸, 고요함, 최상의 지혜, 깨달음, 열반을 얻게 된다.”
- 『앙굿따라 니까야』 「한 가지 법 품」(A1:16:1~10)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염불수행은 원하는 바를 성취하고 심신의 건강을 얻고 선정과 열반을 실현하는 것으로 정리 될 수 있다.

[문] _ 왜 염불위빠싸나[念佛觀] 수행을 해야 합니까? 순수 관법(觀法)인 위빠싸나 수행이 정통계보가 아닙니까?
[답] _ 사람에 따라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듯 그 선택은 자신의 성향과 근기에 달렸다고 봅니다. 붓다께서는 신심이 강한 자는 염불, 성냄이 많은 자는 자비관, 탐욕자는 무상관, 산란자는 수식관, 어리석은 자는 인연관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순수위빠싸나가 맞지 않으면 선정 수행인 사마타 수행부터 먼저 하라고 하셨습니다. 『중지부경』 「행도장」에서도 위빠싸나[觀, 慧] 수행을 먼저 하고 사마타[止, 定] 수행을 하는 경우, 사마타 수행을 먼저 하고 위빠싸나 수행을 하는 경우, 사마타와 위빠싸나를 연결해서 수행하는 경우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집중력이 뛰어난 사람은 순수위빠싸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정신통일법인 사마타 수행을 겸해서 수행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사마타 수행에는 40가지 주제가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염불이나 호흡수련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태국에서도 붓다의 공덕을 기리는 ‘붓다누삿띠’ 수행과 위빠싸나를 연결한 ‘염불위빠싸나’ 수행이 가장 선호되고 있는 수행법들 중 하나입니다. 내 마음이 부처라는 ‘붓도’나 석가모니불 등을 염송 시에는 깨달음을 이룬 붓다, 벽지불이나 아라한을 내 안의 탐ㆍ진ㆍ치가 없는 청정한 마음인 반야지혜의 ‘아는 마음’으로 염불해야 합니다.

[문] _ 염불은 방편이지 않습니까?
[답] _ 예, 물론 방편으로도 볼 수 있지만 정견을 갖추고 수행하면 깨달음에 이를 수 있습니다. 수영에 능숙한 사람은 홀로 강을 헤엄쳐 건널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보트가 필요합니다. 헤엄쳐 건너는 사람은 위빠싸나만으로 수행하는 사람에, 보트로 건너는 사람은 사마타와 위빠싸나를 병행하여 수행하는 사람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이 보트가 사마타 수행인 셈입니다. 그러나 일단 육지에 올라서면 보트도 수영 능력도 필요 없게 됩니다. 법(Dhamma)조차도 벗어나야 할 대상이니까요.

[문] _ 염불로 깨칠 수 있는 원리는 무엇입니까?
[답] _ 염불에서 염(念)은 팔리어로 삿띠(sati)입니다. 붓다께서 깨치고 나서도 안거 중에 수행하신 ‘호흡에 대한 마음챙김(Anapanasati)’에서도 호흡을 삿띠하는 것입니다. 삿띠에는 주시, 마음챙김, 기억, 새김, 마음지킴, 알아차림 등의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코르크 마개는 물 위에 뜨지만 돌은 가라앉습니다. 삿띠는 대상을 포착해서 대상의 생멸을 보면서 생멸이전으로 파고듦입니다.
염불을 그냥 외우기만 하면 삼매 상태에만 이릅니다. 이때는 주로 빛의 바다나 무의식 속에 잠재된 것이 형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상태에서 형상이나 빛의 변화, 아는 마음 안에서 미세한 변화를 관찰, 내관하면 염불소리나 빛, 형상이전의 적멸상태로 계합됩니다. 이때 내 마음이 부처라는 ‘붓도’ 나 석가모니불 등을 염송 시에는 내 안의 탐·진·치가 없는 청정한 마음과 연결된 반야지혜의 ‘아는 마음’으로 염불해야 합니다.

[문] _ ‘붓도’나 ‘석가모니불’ 등을 염불 시 무엇을 대상으로 삼는지, ‘붓도’ 염송으로 사 념처(四念處)수행이 가능한 지에 대해 좀더 상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붓도’ 대신 다른 명호를 염송해도 되는지요?
[답] _ ‘붓도’ 염송을 통해서도 몸, 감각, 마음, 법을 여실히 보는 사념처 수행을 할 수 있습니다. ‘붓도’ 염송법은 다음의 5가지 방법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첫째, ‘붓도’를 소리 내어 염송하여 귀로 들으면서 합니다.
둘째, ‘붓도’를 소리 내어 염송하든, 마음속으로 염송하든 간에 ‘붓도’를 일으키는 마음을 관찰합니다.
셋째, ‘붓도’를 염송하면서 호흡을 관찰하거나 경행을 합니다. 호흡에서 일어나는 사념처나 경행 시의 발의 감촉, 지·수 · 화·풍의 변화와 이와 연계된 느낌(受), 인식(想), 반응(行), 식(識)을 관찰합니다.
넷째, 위의 세 가지 방법 중 어느 것을 택하든, 감정과 마음상태의 변화를 관합니다. 관찰이 더 예리해지면 무의식(bhavamga)까지 관찰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붓도’를 염송하면서 여래십호(붓다의 10가지 칭호)를 하나하나 떠올리며 그 공덕을 찬양합니다. 이때 반야인 ‘아는 마음’으로 여래십호를 떠올리는 마음을 관찰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붓도’ 대신 ‘아미타불’, ‘석가모니불’, ‘관세음보살’, ‘옴마니반메훔’ 등을 염송해도 무방합니다.
이 같은 방법들 중 ‘붓도’만 염송하는 경우는 사마타 수행이 되며, 아나빠나삿띠 등의 사념처와 연계하여 무상·고·무아를 관찰하는 경우는 염불위빠싸나 수행이 되는 것입니다.

[문] _ ‘붓도’ 염송수행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답] _ 첫째, ‘붓도’를 소리 내어 염송하여 귀로 듣는 경우는, 티벳 염불관법(졸저, 『보면 사라진다』 참조)처럼 수행해도 됩니다. 즉, 수행이 깊어져서 ‘붓도’ 소리가 이근(耳根)과 부딪치면서 소리를 듣는 이식(耳識)이 일어나고, 그에 따른 감각[受]·소리의 크기·높낮이·길이 등의 특징과 그 감각을 인식하는 상(想), 그에 따른 마음의 반응[行]이 일어나게 되면 이를 관찰합니다. 소리와 소리 사이에 무엇이 일어나는지도 관찰합니다.
둘째, 마음속으로 일으키면서 수행할 때는, 끊임없이 일으키는 ‘의도’와 그 마음상태를 주시(sati)하는 노력(viriya)을 이어 감으로써, 그에 따르는 칠각지(七覺支)에서 무상·고·무아를 관찰합니다. 물론 첫 번째 방법처럼 오온 관찰도 가능합니다. 이때는 ‘붓도’가 법(法)이 되고 이를 아는 주체가 의(意)가 되며, 법과 의와 동시에 식(識)이 일어나 그에 따르는 수·상·행의 관찰이 가능해집니다.
셋째, ‘붓도’를 염송하면서 호흡이나 경행, 여타 다른 일을 할 경우는 염송과 함께 이제까지 자신이 수행해 온 방법대로 사념처 관찰을 해나가면 됩니다. 또는 ‘붓도’를 ‘아는 마음’으로 대체해서 호흡이나 경행을 관찰해도 됩니다. 이 수행이 깊어지면 붓도가 ‘아는 마음’이 됩니다.
넷째, 위의 세 가지 중 어떤 수행을 하든, 가슴 부위에 마음을 두고 일어나고 사라지는 감정과 마음상태의 변화, 그 원인 등을 관찰합니다.
다섯째, 여래십호를 떠올려 하나하나 새기면서 내 마음도 본래는 여래와 같으며 미워하는 타인의 마음도 그러함을 알아차립니다. 이러한 여래십호를 떠올리는 마음상태도 알아차립니다. 여래십호를 10분 정도 마음에 새긴 후에는 붓도를 수행대상으로 삼아 주시하는 마음을 알아차립니다.
위의 다섯 가지 수행법 중 어느 것을 행하더라도 저절로 순일하게 망상 없이 잘 되면, ‘붓도’ 염송 없이 단지 관찰만 해도 됩니다. 특히 위빠싸나 16단계 중 네 번째, ‘생멸에 관한 지혜’의 단계를 넘어서게 되면 더 이상 염송이 필요치 않게 됩니다. 이들 다섯 가지의 방법 중 어느 것을 택해 수행해도 무방하며, 골고루 바꾸어 가면서 수련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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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열권 _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MBA석사, 1979년부터 선원과 토굴에서 선사들의 지도를 받으며 10여 년간 화두를 참구하였다. 1990년 미얀마 마하시 선원으로 출가,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미얀마에서 비구계를 받고 위빠싸나 선원에서 수행하였다. 그 후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 등의 위빠싸나 선원에서 수행하였다. 현재는 대소승을 아우르는 수행법정립에 혼신의 힘을 쏟으며, 시중에서 월 1회 위빠싸나 수행을 지도하고 있다. 역저서로 『위빠싸나 1, 2』『위빠싸나 성자 아짠문』『위빠싸나 열두 선사』『붓다의 호흡법-아나빠나삿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