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과 욕망을 이기는 절제와 인내

자기계발과 선(禪) 11 / 자기관리

2008-12-29     관리자
수신(修身)과 ‘자기 지도력’

로마제국을 통치한 황제이자 군대의 사령관, 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는 그의 저서 『명상록』에서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지혜, 정의감, 강인성과 함께 절제력을 꼽았다. 절제력은 자기 자신의 욕망을 통제하여 균형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지혜, 정의감, 강인성이 남을 다스리는 향외적(向外的) 능력이라면, 절제력은 자기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향내적(向內的) 능력이다. 심신(心身)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히 한 다음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한다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고어가 있듯이 내면적인 절제력 즉, 몸과 마음을 닦는 것은 모든 일의 기본이 된다.
세계 인구의 0.3%(2천5백만여 명)에 불과한 유대인이 정치·경제·과학·예술·문화 등 주요 부문에서 세계를 리드하는 것도 철저한 자기관리 때문이라고 한다. 유대인 노벨수상자 수는 경제 65%, 의학 23%, 물리 22%, 화학 12%, 문학 8%에 달하고, 게다가 세계 50대 기업 중 21곳이 유대인의 지배하에 있다고 하니 가히 놀랄 만한 일이다. 이스라엘 본국에 사는 650만 명을 제외하면 2천만여 명을 일사분란하게 이끌 지도자가 없음에도 이토록 큰 성공을 가져온 것은 어려서부터 몸에 익힌 철저한 자기 지도력(self-leadership)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유아 때부터 이스라엘 민족은 여호와의 선택을 받은 선민(選民)이라는 영적 교육을 받고 자긍심을 갖는 것은 물론, 자라면서도 계속 선민으로서의 동기부여를 받아 자기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나 유명 인사들은 대부분 자기관리에 성공한 사람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아시아의 거포인 이승엽 불자는 뛰어난 자기관리로 성공한 스타 중 한 명이다. 그는 야구 외에도 기자나 동료, 팬을 상대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달인의 경지를 보이고 있다. 자신을 취재하는 수백 명의 기자를 대부분 기억하고 항상 먼저 인사를 한다. 이처럼 실력과 함께 인간성까지 좋은 이승엽은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달성할 때나 부상으로 부진의 늪에 빠졌을 때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항상 겸손하게 사람들을 대하면서 다른 팀의 선수나 코칭스태프에게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 꼽힐 만큼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해 온 것이다.
크라이슬러 사의 창업자인 월터 크라이슬러(Walter Chrusler)는 “당신이 진심으로 성공하고자 한다면, 자기훈련을 두 번째 사랑으로, 목표설정을 첫 번째 사랑으로 삼으라.”고 하였다. 또 독일의 명장 에르윈 롬멜(Erwin Rommel) 장군은 군대가 병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복지는 ‘훈련’이라고 말했다. 치열한 삶과 비즈니스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실전 같은 훈련과 평소의 자기관리가 필수적인 것이다.

절제와 인내, 원숭이 마음 길들이기
‘유혹’에 견디는 인내를 다룬 책 베스트셀러 『마시멜로 이야기』는 절제와 자기관리가 성공의 중요한 조건임을 강조하고 있다. 어른에서부터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 책은 저급한 욕망들이나 편집병적인 생각들 그리고 집착이라는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유혹에 견뎌야 함을 일깨운다. 나태함, 무기력함, 용기 없음, 도전의식 결여, 문제의식 상실 등 다양한 역경 속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변환경으로부터 오는 유혹을 견뎌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혹과 욕망을 참는 과정을 겪은 뒤 자기계발자는 이후에 찾아오는 어떤 세파에도 견딜 수 있는 여여(如如)한 마음을 증득해 목표를 성취하게 된다. 이러한 절제와 인내라는 성공요소는 마치 ‘지계(持戒)’와 ‘인욕(忍辱)’이라는 불교의 실천덕목(바라밀)을 보는 듯하다.
부처님께서는 『법구경』에서 “몸을 절제하고 말을 삼가고, 그 마음을 거두고, 화내는 마음을 버려야 하나니, 도를 행함에는 인욕이 가장 훌륭한 방법이다.”라고 설했다. 특히 『열반사계경』에서는 마음 다스리는 것을 목우(牧牛)로 비유하면서 마음을 방종하지 말 것을 이렇게 설하고 있다.
“능히 계를 받아 지녔거든 다섯 감관을 제어하여 오욕에 물들지 않게 하라. 비유컨대 소를 먹이는 사람이 고삐와 채찍을 잡고 잘 지켜 남의 논밭에 침노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다. 만일 다섯 감관을 방종하면 끝없는 죄를 짓게 되리라. 사나운 말이 고삐 없는 것과도 같고 미친 코끼리에 재갈 없는 것과도 같고 원숭이가 나무에 오르내리다가 떨어지는 것과 같아 제어하기 어려우리라. 마음을 방종하면 인간으로서 선근공덕(善根功德)을 손상할 것이요, 한 곳에 잘 제어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으리라.”
부처님은 계를 지키는 것은 선근공덕을 지키며 쌓는 일임을 밝히고 있다. 세간의 성공은 공덕을 쌓는 일이 으뜸이기에, 계를 지키듯이 매사에 절제하는 삶의 방식은 자기계발에 꼭 필요한 요소임을 알 수 있다. 세간에서 유혹을 이겨내고 성취를 이루는 것이나, 출세간의 수행에서 번뇌·망상을 참아내고 깨달음을 증득하는 것은 모두 오랜 노력의 결과인 셈이다.
마음을 가라앉혀 온갖 욕됨과 번뇌를 참고 원한을 일으키지 않는 인욕바라밀 수행을 잘 닦았던 고승 가운데 청담 스님에 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청담 스님이 해인사에 계실 때의 이야기다. 대중공사 시간에 스님께서 설법을 시작하면 한없이 길어지기 일쑤였다고 한다. 하루는 청담 스님의 인욕행에 대해 익히 들은 제자 중 한 스님이 스승의 인욕행을 시험해 보기로 작정하고는 대중공사 시간에 앞으로 나가 대뜸 큰스님의 뺨을 한대 올려붙였다. 그런데, 청담 스님은 그 수좌를 쳐다보지도 않으시고는, 하시던 말씀만을 계속했다고 한다. 이러한 철저한 인욕행이 있었기에 청담 스님은 현대 한국불교를 이끈 존경받는 선지식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직 해탈하지 못한 중생에게 사바세계의 삶은 그 자체가 지계와 인욕의 시험장이다. 삶이라는 도량에서 우리는 자기 절제와 인욕의 힘을 키운다. 이것이 뒷받침되지 못한 사람들은 각 분야에서 도태되기 마련이지만, 자기관리에 성공한 사람들은 마침내 정상에 오른다. 절제와 인내, 이 덕목은 출·세간을 초월해 성공한 사람들의 가장 기본적인 덕성임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