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교는 행복의 주춧돌

정무 스님의 생로병사 1

2007-02-13     관리자


지난 한 해 출판계의 최대 화두는 ‘행복’이었다고 합니다. 세상사람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고 있으니 그리 별스런 일도 아닙니다. 어쨌든 작년은 쌍춘년(입춘이 두 번 든 해)인지라 결혼을 하는 선남선녀들도 여느 해보다 많았고, 올해 정해년은 600년 만에 한번 돌아온다는, 돼지 해 중에서도 으뜸으로 손꼽히는 황금돼지해라 하여 2세를 출산하고자 하는 가정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불자들로부터 어떻게 태교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았고, 서점에 나가보면 출산, 태교에 관한 책도 즐비합니다. 어쨌든 사회 전반적으로 태교에 대해 관심이 일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태교, 자녀에 대한 최고의 투자
“훌륭한 선생 10년 교육이 부모 3년 교육만 못하고, 3년 부모 교육이 태중 10달 교육만 못하고, 태중 10달 교육이 하루 밤 부모 용심(用心)만 못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부모의 하루 밤 용심이란 평소의 마음가짐이자 인식상태입니다. 태교는 본질적으로 부모의 평상심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사회문제는 곧 가정문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가정이 살아나야 국가가 발전하고 인류의 행복이 옵니다. 설혹 국가는 망해도 가정만 건전하게 살아있다면 국가를 다시 살릴 수 있는 것입니다. 나라가 망한 지 2,000년 만에 새 나라를 건설한 유태인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태교는 좋은 가정, 강한 국가, 행복한 인류의 주춧돌입니다. 요즘 조기교육이다, 조기유학이다 해서 자녀 교육에 극성을 보이고 있는데 자녀의 평생을 위한 투자 중에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태교입니다.
과거 훌륭한 인물들은 부모가 지극정성 기도해서 낳은 자녀들이 많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 공자님, 우리나라의 자장 스님, 대각국사 의천 스님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한편 적선지가(積善之家)에 필유여경(必有餘慶)이라, 적선을 한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다는 말처럼 정말 훌륭한 2세를 갖기 위해서는 당대가 아닌 그 전대에서부터 공덕을 지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태교는 조상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생각 없이 자식을 갖게 되니 별 볼일 없는 불량품과 같은 자식을 만들기 일쑤인 것입니다. 큰 더위, 큰 비, 큰 추위, 혹 천둥 치는 날, 술 먹은 날, 상가에 갔다 온 날 등을 피해야 하는데, 그에 대해 관심이 없는 젊은 부부들이 많습니다. 선천성 질병을 타고난 아이들이 늘어나고, 치료하기 어려운 것은 다 그럴 만한 인과가 있는 것입니다.
어느 부부가 심하게 부부싸움을 한 뒤 화가 난 남편이 임신 8개월 된 아내의 머리채를 잡고 뱃속에 든 아이를 없애고 이혼하겠다며 병원으로 끌고 간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아이는 태중에서 어떠했을까요? 임신 8개월이면 다 알아듣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아이는 태어나서 3개월 되었을 때부터 간질 발작을 하기 시작했고 부부는 아이에게 진 빚을 갚으면서 살아야 했습니다.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요즘 ‘낙태할까, 말까’ 고민하는 이들도 많다고 하는데 그 자체가 태아에게는 큰 고통이 되고, 큰 업보가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자식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고생하거나 이유 없이 반항한다면 그 원인을 잘 살펴서 참회해야 하는 것입니다.
불교경론〔具舍論〕에는 우리 몸이 처음 이루어지는 생성에 따라 일정한 변화의 주기 상태를 순서대로 구분지어 놓았습니다.1) 어쨌든 5주째부터는 태아의 뇌가 엄마의 뇌와 직결되어 있어서 신체적으로 진행되는 신진대사의 모든 것과 보고 듣고 느끼는 엄마의 일체 의식 작용과 감각 작용을 그대로 느끼므로 태교에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태교는 일찍 할수록 좋다
『우바새소문경』에 의하면, 어떤 이가 “장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명한 사람도 있고, 부귀를 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빈궁에 허덕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갖가지 차이가 있으니 어떤 인연으로 이와 같은 응보를 받는 것입니까?”라고 여쭙자, 부처님께서 “세상의 중생이 지은 인행(因行)에 차이가 있으므로 그 얻는 과(果)도 각각 다르기 마련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와 같이 이 세상의 모든 만남은 다겁생의 인연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부부의 인연은 8천겁의 긴 세월로 만난 지중한 인연이요, 자식은 그보다 더 깊은 인연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태아는 그 인연과 업의 힘으로 부모를 선택하여 중유(中有)2)의 세계에서 옮겨오는 것입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부모 자식 간의 만남 역시 업으로 말미암은 것이기에 은혜로운 만남도 있고, 전생에 지은 악업으로 말미암아 그 과보로 오는 자식도 있기 마련입니다. 결국 좋은 자식을 만난다는 것은 평소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가 가장 큰 관건입니다. 그래서 태교는 결혼 전에 일찍 할수록 좋다고 하는 겁니다. 늘 좋은 마음을 갖고 선업을 지을 때 좋은 인연이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만일 지금까지의 삶이 비록 만족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해도 방법은 있습니다. 열 달 태교를 정성껏 잘하는 것입니다.

기도 공덕으로 업을 맑히고, 공덕을 많이 짓자
좋은 아이가 태어나게 하려면 임신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하지만 임신한 후라도 부지런히 노력하면 좋은 인연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태교는 태아의 영혼을 맑힐 수 있는, 태아와 부모의 업을 녹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태아는 영적으로 밝은 존재입니다. 태아의 영혼은 맑기가 거울보다 더 맑기 때문에 산모의 마음과 행동을 이미 다 읽고 있습니다. 지중한 전생 인연으로 거룩하게 찾아온 태아를 귀한 상관 모시듯 지극정성을 다해 모셔야 합니다. 육바라밀 태교법3)과 함께 하루에 일과수행4)을 하면 아주 좋습니다.
아울러 성공적인 뇌태교를 위한 키포인트를 말씀드리자면, 1) 엄마가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좋은 손자를 얻으려면 시어머니들이 며느리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말아야 합니다.) 2) 태아와 생생한 감정이입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3) 태아의 성장을 고려한 태교가 필요합니다. 4) 남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아빠가 태아 때부터 동화책을 읽어준 아이의 경우 아빠를 훨씬 더 좋아한다는 실례가 있습니다.
태교는 복잡하고 난해한 이론이 필요한 게 아니라 전적으로 실천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그 성공 여부가 있습니다. 어머니가 태아의 업을 맑히고, 긍정적이고 좋은 습관을 익히고, 집중력을 기른다면 태아에게 그대로 전해집니다. 태교는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서 훨씬 더 조화롭고 행복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자양분인 것입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내 모습이 고스란히 8식에 기록되어 유전자에 반영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날마다 짓는 업이 나 자신은 물론이고 내 자식, 손자의 유전자에도 계승되는 것입니다.
직장생활에 바쁜 임산부는 평상심을 유지하며 온 정성을 다해 업무에 임하는 것도 좋은 태교가 됩니다. 태교는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행복한 인생, 밝은 사회를 원한다면 평소 어질고 복된 생활을 통해 좋은 인연이 올 수 있도록 하며, 나아가 슬기롭고 덕스럽고 복된 아이가 태어날 수 있도록 바른 태교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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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1. 정자와 난자가 결합한 신체의 근원적인 최초의 이름을 갈라람이라 하고, 입태 후 첫 한 주간인 1~7일 사이의 상태를 말한다. 이때는 맑게 끓인 미음의 꺼풀처럼 끈끈하고 조금 굳어지는 것과 같은 상태이다.

2. 2주(8~14일)째는 알부담이라 하는데, 젖이 식을 때 표면이 약간 엉기기 시작하는 것과 비슷한 상태이다.

3. 3주(15~21일)째는 폐시라 하며, 이때는 피와 살이 엉겨서 아직 굳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4. 4주(21~28일)째는 건남이라 하며, 이때는 살이 굳어지는 과정이다.

5. 5주(29~35일)째는 바라사카라 하며, 이때부터는 눈귀손발 등 우리 몸의 구조가 구분지어 생기기 시작하여 38주 동안 성장한다. 가장 마지막에 영글어지는 게 눈동자이다. 그래서 정상아에 비해 조산아의 시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주2 죽음의 순간에서 다음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까지 중간시기를 말한다.


주3 육바라밀 태교법
1) 선정: 평화로운 마음을 가진다. 2) 지계: 근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3) 보시: 베푸는 즐거움을 태아와 함께 맛본다. 4) 인욕: 업장 소멸은 참회가 좋다.
5) 정진: 참선, 기도, 염불, 사경, 음악 감상, 정원 가꾸기, 독서, 친구와의 대화, 호흡법 등
6) 지혜: 번뇌를 여의면 지혜가 솟아난다.


주4 일과수행
1) 맨 먼저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입정(入定)을 한다. 태아와의 소중한 인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 2) 삼귀의: 합장하고 삼귀의를 하면서 반배씩 한다. 3) 예불을 올린다. 4) 시간과 기도 사정에 따라서 금강경, 지장경, 법화경 등 경전을 택하여 독송한다. 5) 염불, 참선, 사경 등 정진을 한다. 6) 태아와의 좋은 인연을 다시 한번 감사하고 태아를 위해 바른 마음가짐, 바른 행동 할 것을 다짐하고, 아이를 가진 것은 보살을 잉태한 것이요, 부처님을 탄생시키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태아에게 좋은 기운을 불어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