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은 최선을 다해 열반을 꼭 이루어라"

내 마음의 법구

2008-07-30     관리자
영국 유학시절 어려울 때 힘들 때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떠올리곤 했던 붓다의 마지막 말씀이 있다. 일반적으로 “가르침(dhamma)을 너희들의 섬으로 하고 너희들의 의지처로 하라.” 라는 구절이 붓다의 마지막 말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빨리 대반열반경(Mahaparinibbana suttanta)을 자세히 보면 붓다의 마지막 말씀은 다음과 같이 소개된다. “만들어진 것은 본성적으로 파괴되기 마련이다. 너희들은 최선을 다해 열반을 꼭 이루어라.”
첫 구절은 만들어진 것 조건에 의해서 있는 것은 본래적으로 파괴되기 마련이라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의 진리를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에게 이 구절은 만들어진 것으로서 인간존재는 필연적으로 죽게 마련이란 평범한 진리를 전하는 듯하다. 아마도 마지막으로 자신의 주변에 머물면서 슬퍼하는 제자들을 위로해주시려는 의도가 담겨져 있지 않았을까?
다음으로 붓다는 최선을 다해 목적을 꼭 이룰 것을 제자들에게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빨리어에서 ‘pamada’는 부주의, 태만, 게으름, 무기력함 등을 의미한다. 붓다는 제자들에게 열반이란 지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명상 중에 잠에 든다든지 법문 중에 다른 생각을 한다든지 하는 일체의 부주의하고 태만하며 게으르고 무기력한 행위들을 하지 말 것을 조언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붓다의 마지막 말씀에 어떤 신비롭고 오묘한 가르침이 포함되어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필자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게으름 피우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는 붓다의 평범한 말씀에서 오히려 더 큰 힘을 얻는다. 이러한 말씀을 통해서 붓다는 더 이상 우리와는 전혀 다른 어떤 먼 곳에만 있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어렵고 힘들 때마다 의지할 수 있는 친근한 존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필자의 영국 유학시절은 힘든 일들의 연속이었다. 영어, 범어, 빨리어와 씨름해야 했고 IMF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몇 번이나 포기해버릴까 하며 좌절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어려운 시절 필자에게 용기를 준 붓다의 말씀은 어떤 특별하고 심원한 의미를 가진 법문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이 세상을 떠나기에 앞서 슬퍼하는 제자들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하는 너무도 인간적인 붓다의 마음이 오히려 필자에게 더 큰 용기를 주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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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일 _ 동국대 인도철학과 조교수(전공: 초기부파불교). 동국대 인도철학과(학사, 석사), 영국 옥스퍼드대(박사)를 졸업했다. 충북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을 역임하고, 현재 동국대학교 국제화추진단 국제교류팀장으로 있다. 저서로 『Metaphor and Literalism in Buddhism』(Routledge), 논문으로 ‘무기설을 통해본 무여열반의 의미’(불교연구), ‘설일체유부(Sarvastivada)에서 개념과 명칭’(인도철학) 등이 있다. 올해 제23회 불이상 연구분야 수상자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