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티베트를 도와야 할 이유

연중특별기획 - 이 시대를 진단한다 / 티베트 독립운동과 베이징 올림픽

2008-07-14     관리자

종교의 자유와 구속 승려의 석방, 달라이 라마의 귀국허용 등을 주장한 지난 봄 티베트인들의 시위를 중국정부는 폭동이라 부른다. 수도 라싸를 중심으로 달라이 라마의 사주를 받은 일부 과격한 시위대가 상점과 관공서를 공격하고 방화, 약탈 등을 하였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군을 투입하여 진압하였다는 것이 중국정부의 주장이다.
중국정부는 자신들의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 3월 14일 티베트 시위대의 폭력장면을 줄기차게 내보냈다. 앞뒤를 생략한 채 시위대의 폭력성만 부각시킨 선전전은 적어도 중국인들에게는 완전한 성공을 거뒀다. 지금도 많은 중국인들은 시위대가 폭동을 일으켰다고 믿고 애국주의 광풍에 휘말려 있다.
미국 듀크대의 한 중국여학생은 “중국인들에게 자유가 소중한 만큼 티베트인들에게도 중요하다. 서로 토론하자.”고 말했다가 거센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됐다. 또 이달 초 한 서방매체에 “티베트에 대한 서방언론의 주장도 잘못이지만, 중국정부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면서 민족주의 과열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 중국의 언론인은 바로 직위해제 되었고, 중국 누리꾼들로부터 매국노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27일 성화를 지킨다며 서울 한복판에서 집단적 폭력을 행사하였던 중국 유학생들의 행위 역시, 따지고 보면 모든 정보를 차단한 채 60년간 사실을 호도해 온 중국정부의 언론통제로 인한 그릇된 인식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2008년 봄 티베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4월 4일 티베트망명정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시위가 발생한 지역은 티베트 전역에 걸쳐 50여 곳에 달한다. 그 가운데 라싸 등이 있는 서부 우짱 지역은 몇 군데 되지 않고 80% 이상이 동부 유목지역에서 발생했다. 캄과 암도 지역은 본래 티베트 땅이었던 것을 1965년 중국정부가 티베트분리정책의 일환으로 중국의 사천, 운남, 감숙, 청해성으로 편입시켜 버린 곳이다. 이곳에는 티베트 유목민이 350만 명 정도 사는데, 평소에 차별과 멸시에 시달리던 유목민들의 항거는 민족차별이 이번 시위의 배경 가운데 하나임을 보여준다.
중국정부는 처음부터 시위대들이 약탈과 폭동을 일삼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거짓말이다. 3월 14일 라싸에 있다 탈출한 티베트인은 중국정부가 시위대에 발포를 함으로써 시위대 행동도 과격해졌다고 증언했다. 이번 시위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라싸 드레풍 사원(티베트 3대 사원의 하나)의 3월 10일 평화로운 시위 사진도 공개되었다. 3월 10일은 1959년 티베트민중봉기 기념일이었고, 이들은 달라이 라마의 비난을 강요하는 중국 경찰의 악명 높은 애국훈련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잡혀간 동료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평화로운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에는 400명 정도가 참여했다고 하는데, 이것을 중국 공안들이 곤봉과 최루탄으로 진압했다. 스님들이 구타당하는 것을 본 시민들이 여기에 가세하였다. 그러자 중국정부는 바로 군대를 투입하여 발포하며 살육을 감행하였다.
3월 16일자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라싸의 소식통을 근거로 “14일 탱크가 시위대를 향하여 돌진하였고, 이를 본 군중들이 흥분하여 폭력적으로 변하였다.”고 증언했다. “탱크에 깔려 사망한 수십 구의 시체를 군인들이 싣고 외곽으로 향했다.”고도 보도했다. ’80년 광주항쟁 당시 평화로운 시위가 어떻게 민중항쟁으로 발전하는지를 보아온 경험이 있는 우리로서는 중국정부가 폭력시위를 유발시켰지 않나 하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

티베트인들에게 닥칠 가혹한 탄압의 신호탄

▲ 달라이 라마
이번 시위의 또 다른 배경은 베이징 올림픽이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하여 개최지가 결정된 2001년을 전후하여 티베트 문제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했다. 2003년부터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하던 중국정부는 지난 해 9월 협상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이쯤 되면 올림픽을 치르는 데 별 지장 없을 것이라 판단했던 것이다. 최근 2년 전부터는 종교탄압도 극심해졌다고 한다. 부쩍 애국훈련을 강화해 달라이 라마를 비난하게 하고, 심지어 사진을 밟게 강요하면서, 이를 거부하는 승려들을 구속했다.
본토의 티베트인들은 달라이 라마가 귀국할 것이라는 실낱같은 기대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티베트인들의 시위 때 맨 먼저 등장하는 것이 ‘달라이 라마의 귀국을 허용하라’는 것이다. 이는 종교와 문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티베트인의 오랜 여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객관적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중국인들 대다수에게 티베트 문제를 물어보면, 대부분 앵무새처럼 “티베트는 본래 중국 영토이고, 달라이 라마 집단이 유지하던 농노제를 중국공산당이 해방시켜주었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중국정부는 계속 거짓 선전을 해대고 있고,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이 거짓 선전에 세뇌되어 있다.
2006년 칭짱철도가 개통된 이후 한족의 유입은 폭발적으로 늘어 이미 티베트인구 600만 명을 훨씬 상회한다. 도시의 티베트인들은 티베트어도 배울 수 없고, 종교활동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데다, 중국어를 모르고서는 취직도 할 수 없다. 라싸 등에서 상권의 90% 이상을 장악한 한족에게 경제를 넘겨준 그들은 동화된 소수의 티베트인들, 그리고 도시 하층민으로 편입되어 의료 교육 등의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다수의 티베트인으로 나뉘어졌다. 티베트인들은 한족의 고용인이 되거나, 아니면 중국의 지배력이 덜 미치는 유목지역을 떠돌아야 한다.
이번 티베트항쟁은 향후 티베트인들에게 닥칠 가혹한 탄압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암울하기만 하다. 5월 5일 현재 티베트망명정부가 확인한 사망자가 200명이 넘고, 4,000명 이상이 구금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그리고 특히 동부지역의 불교와 사찰, 시민들에 대한 인권유린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중국정부의 봉쇄로 소식조차 듣기가 어렵다.
이런 고통의 와중에 비폭력평화노선을 고수하고 있는 티베트망명정부와 중국정부의 협상이 시작되었다. 계속된 국제사회의 압력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겠다는 중국정부를 협상장으로 내보냈지만, 중국은 여전히 ‘달라이 라마만 없으면 티베트는 영원히 중국 땅이다’라는 욕심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이에 맞서 티베트망명정부는 자치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지만, 국제사회 역시 갈수록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당분간 티베트는 중국정부의 야만적 인권유린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들은 이런 탄압의 와중에서도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비폭력을 고수하며, 불교를 지키기 위해 항거하고 있다. 우리가 티베트를 도와야 할 이유 가운데 이것보다 절실한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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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기 _ 동국대학교를 졸업한 후 불교신문 기자를 거쳐 불교시민단체인 참여불교재가연대 협동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다. 2000년, 2001년에는 달라이라마방한준비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아 티베트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현재 60여 시민종교단체의 연대기구인 ‘티베트평화연대(www.peacetibet.com)’의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