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아이를 둔 어느 어머니

2001-08-28     관리자

[뇌성마비 아이를 둔 어느 어머니]

제 병원에 다니는 환아 중에는 위로 초등학교 4 학년인 큰 딸과 아래로 심한 뇌성마비가 있는 8 살 난 딸을 둔,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어머니가 한 분 계십니다. 건강한 큰 딸만 데리고 처음 저를 찾아 왔을 때 저는 이 분에게 그런 아이가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어머니가 너무 인상이 밝았으니까요. 다만 얼굴에 알지 못할 슬픔이 조금 깃들어 있어 약간 의아하긴 했지만, 예의 바르고 너그러운 모습에 요즘 참 보기 드문 젊은 어머니라 생각했지요..

이 분은 남편이 과일 행상을 하시는, 별로 넉넉지 못한 살림을 꾸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몸이 불편한 아이와 넉넉지 못한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저리도 긍정적이고 사랑이 넘치는지 궁금하여 어느 날 살짝 물어 보았습니다. 이 분 말씀인즉, 당신은 아무 불만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이 분 역시 자식의 불행에 절망하였답니다. 그러나 독실한 개신교 신자이신 이 분은 신앙으로 그 아픔을 이겨 내고 몸 성하지 않은 아이의 평생 바람막이가 되어 주어야겠다고 다짐하셨답니다. 하지만 남편은 그 아픔이 너무나 커서 술도 못하던 양반이 알콜중독에 빠져 병원에 입원까지 하셨는데, 부인의 지극한 믿음을 보고 자신도 신앙에 귀의하면서부터 그 칠흑같은 어둠을 벗어나게 되었답니다.

이제 그 남편은 고된 행상에도 불구하고 새벽 일찍 시장에서 물건을 받아 오면 그 중에서 제일 좋은 과일을 골라 따로 살짝 남겨 둔답니다. 그리고 퇴근 할 때면 그 과일을 들고 집에 와 아이들에게 선물을 한답니다. 아이들 이름을 부르며 직접 깍고 입에다 넣어 주기도 하고요... 장사가 잘 되거나 안 되거나 가장 좋은 과일을 가져 오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넉넉지 못해 남들만큼 잘 먹이지 못하는 아빠로서는, 제일 좋은 과일 몇 개를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당신의 사랑을 전하는 것이겠지만, 이 분은 이런 남편의 모습에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넉넉지 못한 환경에서도 이렇게 감사와 기쁨으로 사는 이 분의 모습에 저는 퍽 감동을 받았습니다. 비록 얼굴에 젖어든 슬픔은 아직은 지울 수 없지만, 이 분의 아이들이 얼른 건강하게 자라서 부모님들께 기쁨을 드리는 그런 날이 오기를, 저는 이 분이 올 때마다 마음 속으로 부처님께 발원드린답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마마하반야바라밀



이 종린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