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불주세(請佛住世)

2001-08-25     관리자

[청불주세(請佛住世)]

화엄경 보현행원품에는 부처님이 이 세상에 머무르기를 청하는 '청불주세'에 관한 말씀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선남자야, 수많은 부처님과 보살들, 그리고 성문 연각 유학 무학 내지 일체 선지식에 내가 참으로 청하옵되 "열반에 들지 마시고 수없는 세월 동안 일체중생을 이롭게 하여 주소서"라고 청한다...

부처님은 열반을 하지 말아달라는 수많은 제자들의 요청에도 결국 열반에 드십니다. 이처럼 열반은 피할 수 없는 것인데 왜 행원품에는 부처님이 열반에 드실 때 열반하지 말기를 청하는 것일까요? 여기에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오늘은 그 중 하나만 말씀 드리기로 합니다.

우리가 열반에 들지 말기를 간곡히 청하는 것은, 간절한 중생의 요청이 있을 때는 일체 불보살, 선지식들이 실지로 열반을 잠시 늦추시기 때문입니다. 일체의 불보살, 선지식들은 자비심에서 이 세상에 나오셨고 자비심에서 열반에 드시는 것이므로 중생이 슬퍼하고 안타까워 하면 자신의 열반을, '영원히'는 아니지만 '잠시 동안'은 늦춰 주시는 것입니다.

실지로 부처님이 열반에 드시기 몇 달 전 아난에게 넌지시 이런 말씀을 세 번이나 던지십니다.
"아난아, 내가 얼마 후 열반에 들려 하는데, 네가 들지 말라면 안 들겠다."

그런데 문제는 아난이 이 말씀을 못 알아 들은 것이었습니다. 부처님이 이 말씀을 은밀하게 말씀하신 탓도 있겠지만 어찌된 일인지 아난은 세 번이나 거듭 하신 이 말씀을 못 듣고 청불주세의 요청 기회를 놓치고 맙니다. 이 후 석 달 후에 열반에 드시겠다는 부처님의 말씀에 그 때서야 눈물을 흘리고 애원(?)하지만 부처님은 그 때 네가 말을 했어야 했다시며 결국 열반에 드시고 맙니다.

모든 일은 때가 있습니다. 때를 놓치면 이렇듯 돌이킬 수 없는 회환을 남기게 되는 것이지요. 아난은 자신의 불찰을 뒤늦게 뉘우치지만 이미 때는 늦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늘 깨어 있어 때를 놓치지 않고 간곡히 청불주세를 원하면, 이 세상 어느 불보살님도 그냥 열반에 드실 분은 안 계십니다. 이 사실을 우리는 똑똑히 알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때를 놓치지 말고 꼭 우리 곁에 좀더 머물러 주시기를 청하여야 합니다.

선지식만 아니라 부모님도 마찬 가지입니다. 부모님은 자식에게는 둘도 없는 선지식이십니다. 부모님만큼 우리를 목숨 걸고 길러 주시고 가르쳐 주시는 분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렇게 길러 주시는 분이 바로 제방의 선지식 아니십니까? 그러므로 부모님 역시 자식에게는 선지식이라, 자식들이 간절히 열반에 들지 말기를 청하면 부모님은 잠시나마 우리 곁에 있어 주시는 것입니다.

불자님들! 행여 열반에 드시려는 부모님이 계시면, 가슴 아리도록 모든 정성 다해 "열반에 들지 마시고 저희들을 위해 이 땅에 좀더 머물러 주시옵소서"라고 청하여 보시옵소서! 자식들의 염원이 깊으면 깊을수록, 부모님은 열반을 잠시 멈추시고 저희들 옆에 다시 오셔서, 못다한 정을 좀더 나눠 주신 후에야 이 땅을 떠나실 것이니, 청불주세의 법문을 우리는 잊지 않아 늘 선지식들이 저희 곁에 오랫동안 머무르시기를 발원 드려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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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종린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