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열반하실 때

2001-08-23     관리자

[부모님이 열반하실 때]

회자정리(會者定離)라, 아무리 다정했던 분들이라 하더라도 이별은 피할 수가 없는 법입니다. 우리를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신 부모님도 예외가 아닙니다. 어리고 철없던 때는 몰라도 이제 우리도 다 자란 지금, 늙고 병든 부모님을 어떻게 모셔야 할지 잠시 생각해 봅니다.

첫째는 부처님 말씀을 자꾸 들려 드리는 것입니다. 변하는 것은 겉 모습뿐 닦지 않은 그 마음은 어릴 때나 늙을 때나 어리석음과 집착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부처님 눈부신 광명을 부모님께 환히 비춰 드려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독경과 염불'입니다. 젊을 때 부처님 인연 지은 분들이라 하더라도 나이가 들면 혀가 굳고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염불이 점점 힘들어 지는데, 하물며 평상 시 부처님 법 닦지 못한 분들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런 어려운 부모님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님의 가장 가까운 핏줄, 즉 자녀들이 병든 부모님옆에서 대신 염불해 드리는 것입니다. 비록 부모님들이 따라 하시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염불과 독경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공덕이 한량 없습니다. 염불과 독경은 열반 후에도 마찬 가지입니다. 눈물 흘리고 슬퍼하기 보다는 눈물이 일 때마다, 그리고 슬픔이 북받칠 때마다 부처님께 지극한 정성 바쳐야 합니다.

둘째는 마음을 편하게 해 드려야 합니다. 용돈도 좀 넉넉하게 드려 궁핍한 마음을 덜고, 웬만한 것은 네! 하는 마음으로 받아 넘겨 마음 한 구석에 한(恨)이 남지 않게 해 드려야 합니다. 모든 것은 끝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세째는 발원을 드려야 합니다. 생이 있으면 죽음은 반드시 있는 법. 또한 과거는 흘러야 미래가 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인연이 다해 떠나시는 부모님을 너무 안타까워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대신 부모님들이 다함없는 부처님 품에서 생전의 모든 업장 해소하시고 다음 생도 인간 몸 받아 세세생생 부처님 시봉 잘하게 되기를 발원 드려야 합니다. 오로지 원을 바치고 또 바칠 뿐입니다.

끝으로 우리가 꼭 간직해야 할 것은 부모님이 몸을 버리시면서까지 어린 자녀들을 위해 베푸시는 그 지극한 사랑, 그 애틋한 무상(無常)의 법문입니다. 부모님은 무상한 이 세상을 무상하지 않은 줄 알고 재물에, 욕망에 노예가 되어 허망하게 살아가는 저희들에게 당신의 가장 아끼는 몸을 버리시면서 이렇게 설하시며 먼 길을 떠나십니다.

" 세상은 그렇지 않다, 무상한 것이다, 닦지 않으면 회한과 슬픔만 남기고 가느니라. 방일하지 마라. 그리고 아직 늦지 않을 때 어서 닦아라! "

저희 앞에 슬픔으로 누워 계시는 저의 사랑하는 부모님은 바로 그렇게 설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상을 당한 기간 얼마 동안만 슬퍼하고 괴로워 할 뿐,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도 달라지지 않고 웃고 떠들고 취하고 어제와 똑같이 꿈처럼 살아 갑니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우리는 슬픔을 정진의 계기로 삼아, 부모님이 우리를 위해 설하신 최후의 법문을 헛되게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이 종린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