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이야기] 수명(壽命)의 증감

경전해설 / 아함경 이야기

2008-06-24     관리자

   견고념(堅固念)이라고 하는 왕이 있었다. 왕은 정의로써 나라를 다스리고 정법을 바탕으로 하여 선정(善政)을 베풀어 가지가지의 선근(善根)을 쌓았기 때문에 마침내 전륜성왕이 되었다. 그리하여 인간의 세계에서 최고의 보배로 여기고 있는 칠보를 모두 갖출 수가 있었다.
   이 견고왕으로부터 6대에 이르는 동안은 부자상전(父子相傳)하여 전륜성왕의 위에 올라 인간의 복락을 누린 후 출가하여 내생에 천상에 태어나기 위하여 도를 전심으로 수행하여 여생을 마치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제6대의 전륜왕까지는 정법으로써 정치를 하고 있었으나 제7대째의 왕에 이르러서는 선왕들의 방법과는 달리 정법으로써 정치의 신조를 삼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는 공정을 기하지 않고 백성들의 원성의 소리가 천하에 충만하였다. 따라서 국토는 황폐하여지고 백성들은 조락(凋落)하기에 이르렀다.
  『대왕이시여, 국내에는 불평의 소리가 가득차고 국토에도 백성에도 전과 같은 면모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다행이, 국내에는 총명 박식하여 고금의 일에 정통하고 있는 자가 다수남아 있습니다. 그들을 소집하여 선왕치국의 법을 자문하시어 지혜 있는 신하들의 고견을 들어 보시는 것이 어떠하실는지요?』
   바라문 출신의 한 대신이 이렇게 대왕에게 사뢰었다.
   왕은 즉시 군신을 소집하여 회의를 열고 크고 작은 선왕의 치국방법을 청취하였다.
   그리하여 왕은 선왕의 치국하는 방법을 따라 정치를 하려고 노력하였지만 고노(孤老)의 구제나 하층 영세민의 구제까지는 뜻대로 손이 미칠 수가 없었다. 국민들의 곤고(困苦)는 더욱 심해져서 드디어 약탈과 도적질이 횡행하게 되었다.
   어느 때 포졸이 도적을 잡아 왕의 앞에 끌어들임에 왕이 몸소 문초를 하게 되었다.
  『너는 정말로 도적질을 한 일이 있는가?』
  『예 확실합니다. 저는 가난하여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하여 생활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마지못해서 도적이 되었습니다.』
   왕은 도적의 이 대답을 듣고 국고를 열어 이 도적에게 약간을 베풀어 주며 말했다.
  『너는 이것을 가지고 가서 양친에게 봉양하도록 하라. 그리고 친척 중 곤궁한 자에게 베풀어 주도록 하고 이후부터는 도적질을 해서는 안된다.』
   이리하여 왕의 이 행위는 백성의 귀에 들어가게 되어 전전히 전하여져서 도적을 하면 왕으로부터 재보(財寶)를 얻을 수 있다고 하여 도적이 불어나게 되었다.
   포졸이 체포해 온 도적이 왕의 앞에 끌려 오계 되면 또 전과 같이 되풀이 되었다.
  『너는 정말로 도적질을 하였는가?』
  『예 사실입니다. 저는 가난하여 생계를 이어나갈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도적질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대화가 오간 후면 왕은 또 전과 같이 보고를 열어 도적에게 약간을 베풀어 주었다.
  『너는 이것을 가지고 가서 양친을 봉양하고 또한 가난한 친척에게도 주도록 하라. 그리고 다음부터는 도적질을 하지 않도록 하라.』
   이러한 일이 빈번하게 되풀이 되므로 왕은 생각하였다.
  「전자는 정말로 빈궁하였기 때문에 다소의 재보를 주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전하여 듣고 도적질을 하는 자가 매일 불어난다면 곤란한 일이다. 이제부터는 성 밖의 광야에서 사형에 처하여 범법자들을 경계하도록 해야 되겠다.」
   왕은 좌우에게 명하여 도적이 체포되면 다음과 같이 처분토록 하였다. 그것은 도적을 계박하여 큰소리로 그의 죄명을 성내의 사람들에게 공개하면서 한 바퀴 성내를 돌린 후 성 밖의 광야에서 처형하는 것이었다.
   그 일은 즉시 국민들 사이에 알려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자기들도 도적질을 하면 저와 같은 봉변을 당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번에는 방어를 위하여 칼이나 화살들의 병기를 만들어 서로 해치고 서로 침략하여 약탈을 마음대로 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이와 같은 일이 없었는데 이 왕 시대부터 비로소 빈궁한 자가 생겨 빈궁함으로 인해서 처음으로 강도질을 하게 되고 강도질이 행해지므로 비로소 무기가 생기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살해가 행하여지고 살해가 행해지므로 국민의 안색이 초췌해지고 수명은 단축되게 되었다.
   당시의 정명(定命: 평균수명)은 4만 세였으나 그것이 감해져서 2만 세가 되었다. 그리하여 사람들 간에는 장수하는 자도 있고 단명하는 자도 생기고, 고통을 받는 자 혹은 즐거움을 받는 자의 구별이 생기게 되었다. 괴로움에 시달리는 자는 자연 사음이나 탐욕의 마음이 일어나 가지가지 수단을 부려서 타인의 물건을 착취하게 되었다.
   그렇게 되면 빈궁이나 강도는 전보다도 도를 더하여 병기로 살해함이 격심하여져서 인간의 수명은 1만 년이 정명이 된다.
   인수(人壽) 1만 세 때에는 사람들은 서로 겁탈하여 가끔 포졸에게 체포되어 왕의 앞에 끌려 나오게 되어
  『너도 도적인가?』
라고 왕이 물으면,
  『아니오 . 나는 도적질을 한 적이 없습니다.』
라고 하면서 여러 사람의 면전에서 거짓말을 예사로 하게 되었다.
   사람들의 빈궁은 일층 그 도수를 더하여 도적질이 성하게 행하여졌다. 그리하여 또한 병기(兵器)가 많이 사용되어서 자연 살해할 기회가 많아졌다. 탐욕이나 사음도 더해지고 거짓말도 더욱 많이 행해졌다.
   따라서 사람의 수명은 또 감하여져서 1천 년이 정명이 되었다.
   인수 1천 년 때에 처음으로 세 가지의 악행이 세상에 나타났으니, 그 삼악행이란 양설(兩舌) · 악구(惡口) · 기어(綺語)이다. 이 삼악행이 성행하므로 인수는 2백 년으로 감하여졌다.
   인수 3백 년 때의 사람들은 다시 세 가지 악행을 하게 되었다. 삼악행이란, 비법음(非法淫) · 비법식(非法食) · 사견(邪見)이다. 이 삼악행이 성행함에 따라서 인수는 3백에서 2백, 2백에서 백년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지금은 인수 백 년의 때이지만 사람들의 악행이 끊어지지 아니하면 인수는 다시 감하여 10세가 된다.
인수 10세 때에는 여자는 태어난 지 5개월이 되면 시집을 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의식주가 극히 저급하여져서 땅에는 가시덤불이 나서 무성하고, 모기, 등에, 파리, 이, 뱀, 벌, 구더기, 독충 등이 때를 타서 번식하여 금 은 유리와 같은 보옥은 지하에 묻혀버리고 기와나 돌이나 모래 자갈뿐이요, 사람들은 십선(十善)의 이름조차 들을 수가 없게 되어 십악(十惡)이 성하게 행하여진다. 선법의 이름마저 없기 때문에 선행을 할리가 없다. 그리하여 악이란 악은 이르는 곳마다 행하여진다. 부모에게 불효하고 스승에게 불순하며 불충불의(不忠不義)하고 반역무도(叛逆無道)한 자일수록 세상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게 된다. 마치 현재세에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고 사장(師長)을 존경하여 따르고 충성스럽고 정의로운 자가 세상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때의 사람들은 서로 살해하는 것만을 생각하기를 흡사 포수가 사슴의 무리들을 발견했을 때와 같은 상태가 되게 된다. 대지에는 구덩이나 계곡이 생기고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황야뿐이고 사람의 그림자는 매우 보기 드물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공포에 사로잡혔을 때 도병(刀兵)이라고 하는 일종의 학살이 행해진다. 사람들은 모두 초목을 뽑아서 창을 만들어 7일간에 걸쳐 난폭하게 살해를 하게 된다.
   그때에 한 지혜 있는 자가 숲속에 도망쳐 구덩이 속에 몸을 숨겨 7일 동안 공포에 엄습되어 살 의욕도 없어져서 겨우 목숨을 유지할 정도가 된다.
   한편 밖에도 구덩이에 도피한 자가 있어,
  『나는 너를 죽이지 않을 테니 너도 나를 죽이지 말아다오.』
라고 하면서 서로 무사함을 좋아한다. 그 모양은 마치 부모가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외아들을 만나 무사한 얼굴을 보고 몹시 반가워하는 것과 같다.
   거기서 그들은 반성의 기회를 얻어 친형제가 비업(非業)의 최후를 이루는 것도, 가족이 이산(離散)하게 되는 것도 모두 우리들이 악을 쌓아서 받는 과보라고 생각하여 이제부터는 조금이라도 선을 행해야 되겠다고 각성하게 된다. 저들은 먼저 살생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각각 자비심을 일으키기 때문에 인수는 10세부터 20세로 늘어난다.
   20세가 되면 저들은,
  『겨우 선행을 하고 자비심을 일으키는 것만으로 수명이 20세로 연장된다. 이미 살생을 하지 않게 되었으니 이번에는 도적질을 하지 않도록 하자.』
고 한다.
   그랬더니 20세의 인수는 40세로 늘어나게 되고, 그 다음에 사음을 하지 않으므로 80세로 늘어나고, 망어를 하지 않으므로 160세가 되고, 그 다음에는 양설을 하지 않으므로 320세로 연장되고, 악구를 하지 않으므로 640세가 되고, 다음에 기어를 하지 않으므로 2천 세가 되고 다음에 간탐을 하지 않고 보시를 행하게 되어 인수는 다시 5천 세로 연장이 된다.
   그 다음에 질투심을 그치고 자비심을 닦으면서 부터 1만 세가 되고, 그 다음에 정견을 일으켜서 사견을 그침으로 해서 2만 세가 된다.
   그 다음에는 삼악행을 그침으로 해서 4만 세가 되고, 다음에 부모에게 효순하고 사장을 공경하게 되어 인수는 8만 세로 연장된다.
   인수 8만 세가 되면 여자는 5백 세가 되어서 비로소 시집을 가게 된다. 이때가 되면 대지는 평탄하게 되어 구덩이나 언덕이나 가시덤불은 없어지게 된다. 또 모기 · 등에 · 뱀 · 독사 등은 없어지고 기와나 돌, 모래나 자갈 등은 변하여 유리가 된다. 사람들은 극히 안온하고 평화로우며 오곡은 풍부하고 무한한 환락을 누리게 된다. 이때에 8만의 대성(大城)이 곳곳마다 건립되고 드디어 미륵여래가 이 세상에 출현하신다. 그리하여 상가(儴伽)라고 하는 왕이 나와서 또 전륜성왕이 되는 것이다.
<장아함 전륜성왕수행경>

   이상과 같이 사람의 수명은 그들의 행업에 따라서 그 수명과 복이 증감하게 된다. 즉 인간의 수명은 8만 세로 부터 점점 줄어들어 10세에 이르고[백년마다 1세씩 감함], 또한 10세로부터 점점 늘어 8만 세에 이른다[백년마다 1세씩 더함].
   이와 같이 일증일감(一增一減)의 소장(消長)의 되풀이를 20회나 하니 즉 20중겁이다. 그동안 사람의 수명 10세에 이를 때마다 도병 7일간, 질병이 7개월 7일간, 기근이 7년 7개월 7일간의 삼재(三災)가 있게 되니 이것은 모두 사람들의 선악업에 의하여 초래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