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등(無盡燈) 이야기

2001-08-01     관리자

[무진등(無盡燈) 이야기]

깜깜한 어둠 속에 누군가 성냥을 켰습니다. 성냥은 잠시 주위를 밝히고 금방 사라집니다. 누군가가 한탄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등불을 가져 오는건데...

등불은 가져 오지 못하면 그야말로 칠흑같은 어둠이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 중생들에게는 누구나 꺼지지 않는 등불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무진등(無盡燈)'!입니다. 이 등불은 끝없는 옛부터 우리를 비추이고 왔건만, 우리는 어리석어 그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유마경에는 무진등에 대한 이러한 법문이 있습니다.

'무진등이란 비유컨대 하나의 등불로 백천 개의 등불을 밝혀, 어둠이 다 밝아지고 그 광명이 끝나는 날이 없는 것(明終不盡)을 말합니다. 이와같이 한 보살이 백천 중생을 인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발하게 하고 그 뜻이 영원히 꺼지지 않고, 설법을 들을 때마다 더욱 모든 선한 법이 자꾸 드러나게 하는데, 이를 무진등이라 합니다...'

무진등! 그것은 중생들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등입니다. 그러나 우리 중생들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오셔서 성불을 이루시기 전에는 이런 등불이 있는 줄조차도 몰랐습니다. 무량겁 이전부처 본래 가지고 있던 이 등불을 가지고 있는 줄조차 몰라, 깜깜한 어둠 속에서 등불을 밝힐 생각은 엄두도 못내고 어둠 속에서 우왕좌왕하며 서로 원망하며 서로 다치며 그저 어둡다, 어둡다, 하며 어둠을 탓하기만 하였습니다.

그러나 석가모니 부처님은 무량겁 이전부터 당신 가슴에 본래 밝게 타고 있던 무진등을 발견하시고, 깜깜하던 삼계의 밤하늘을 무량 광명으로 채워 주시고는 대자비를 베푸시어 모든 중생들의 가슴에도 골고루 모두 불을 붙여 주셨습니다. 이제 석가모니 부처님의 은덕으로 우리 중생 모두의 가슴에는 무진등의 불길은 활활 타 오르고 있습니다.

부처님으로 인해 무명 중생인 제 가슴에도 어느덧 무진등은 불꽃을 내기 시작합니다.

제 가슴에 타 오르는 무진등은 아직 심지가 굳지도 못하고 기름도 적어 바람 앞에 금방 꺼질 듯 말 듯 하지만, 이 미약한 불빛은 그래도 저 어둡던 내 마음의 밤하늘을 밝게 비추이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은 작고 미약하여 겨우 한 치 앞만 비추이고 있을 뿐입니다. 부처님의 무진등은 온 누리를 밝히고 있구요...

지금 나의 무진등은 비록 작고 초라하기 그지 없으나, 타고 있는 그 불꽃은 삼계의 밤하늘을 대낮같이 밝히는 저 부처님의 불꽃과 본성에서 조금도 차이가 없습니다. 단지 작고 큰 차이만 있을 뿐, 나의 보잘 것 없는 이 무진등도 틀림없는 '무진등'!입니다. 부처님 가지고 계신 것과 '똑같은 등'인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자명합니다.

우리도 부처님같이 더 많은 정진을 하여, 심지도 더 크게 하고 기름도 더 가득 장만하여 더 큰 불꽃을 활활 타 오르게 하는 일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도 부처님처럼 온 누리를 환히 밝힐 일입니다.

나의 무진등은 너무나 미약하여 지금 내 앞에는 겨우 길잃은 개미 한 마리밖에 비추지 못합니다. 그러나 저기 계시는 공부 잘하신 분들 앞에는 그래도 토끼도 오고 사슴도 와서 한 밤을 잘 지내고 있습니다.

내 비록 지금은 개미 한 마리 밖에 모시지 못하지만, 나도 노력하여 내 등불 환히 밝혀 언젠가는 시방 부처님 모두를 꼭 모실 것입니다.

무진등은 아무리 나눠 드려도 조금도 더하거나 덜한 것이 없는 등입니다. 이 등불을 시방세계 불가설불가설 부처님에게 무량겁을 공양한들, 어찌 내 등불에 티끌만큼의 모자람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영원히 꺼지지 않는 마음의 무진등을, 우리 모두 스스로 밝히고 모든 분들에게 나눠 드릴 일입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마하반야바라밀...



이 종린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