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에 자유를 …

석촌수필

2008-06-01     관리자

티베트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3월 10일 티베트(중국 시짱(西藏) 자치구) 수도 라싸(拉薩)에서 시작된 시위가 폭력사태로 비화되면서 대규모 중국군이 투입되어 검거 열풍이 불었다. 티베트인의 시위는 라싸에서 그치지 않고, 티베트인(藏族)들이 많이 살고 있는 인근 간쑤(甘肅), 쓰촨(四川), 칭하이(靑海) 성까지 확대되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보도다.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의 다람살라는 물론이고, 수도 베이징에서도 티베트 학생들의 동조시위가 있었다. 계속되는 시위와 강경진압으로 일관하는 중국 정부, 그래서 늘어나는 사상자로 인해 세계의 여론은 들끓고 있다. 영국의 찰스 황태자, 미국의 배우 리차드 기어 등은 올해 베이징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보이콧 또는 개막 행사에 참여하지 말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영국, 독일 등 세계 주요 국가에서도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티베트 사태는 최근 갑자기 생긴 문제가 아니다. 1950년 중국이 티베트를 침공하고 다음해 강제 합병한 데서 비롯되었다. 1959년에는 라싸에서 대규모 독립 요구 시위가 발생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달라이 라마는 인도 다람살라로 망명을 떠났다. 1965년 중국은 티베트 자치구를 지정했다. 과거 하나의 티베트를 시짱 자치구, 간쑤, 쓰촨, 칭하이, 윈난(雲南) 성으로 분리한 것이다. 60, 70년대 문화혁명 때는 티베트 내 수천 개의 사찰을 파괴하고, 수만 명의 승려를 고문·학살했다. 1986년 중국은 “티베트는 중국의 일부였다.”는 서남공정(西南工程)을 시작하였다. 1989년에도 대규모 시위가 라싸에서 발생하였다. 이때 후진타오 국가 주석이 시짱 자치구 서기로 있으면서 강경 진압을 주도했다. 2006년에는 베이징에서 라싸까지 칭짱(靑藏)철도가 개통되어 많은 한족(漢族)들이 이주하여 급속히 중국화 되고 있다.
티베트인들은 대부분의 불교인들이 그렇듯 평화적인 사람들이다. 티베트의 정신적인 지도자이자 망명정부의 행정 수반인 달라이 라마는 시종일관 중국 정부의 폭력적인 진압을 비난하는 것은 물론 시위조차도 평화적인 방법으로 할 것을 주문한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의 분리 독립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자치’를 원한다고 밝혀왔다. 본래 티베트 거주 지역인 다짱취(大藏區) 즉 현재의 시짱 자치구와 간쑤, 쓰촨, 칭하이, 윈난 성의 해발 2,000~4,000미터의 고산지대는 모두 티베트인 생활지역이다. 티베트인 인구도 자치구에는 284만 명, 위의 4개 성의 고산지대에는 약 300만 명이 살고 있다. 면적도 자치구와 그 밖의 지역이 비슷한 각 120만 ㎢다. 하나의 구역에서 티베트 정신과 문화를 보존하고 싶다는 것이다.
중국정부는 겉으로는 소수민족을 보호하고 우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대적인 한족 이주 정책으로 소수민족을 형해화(形骸化)하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시짱 자치구도 마찬가지여서 이미 라싸는 한족이 지배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시위는 이런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의 발로라는 설명이다. 최근 중국은 장기간에 걸친 고도성장을 지속하면서 평화와 자유를 지키는 파수꾼이 아니라 세계의 패권을 노리는 패권국가로의 지향을 숨기지 않고 있는 듯하다. 우리 국민을 분노케 했던 동북공정(東北工程)이 그러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티베트인의 요구를 무력으로 짓밟는 모습이 그렇다. 지배와 패권이 아닌 평화와 자비의 세계를 위해 불자들의 서원과 정진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