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고(病苦)는 축복!

2001-07-04     관리자

[병고(病苦)는 축복]

우리는 병을 싫어 합니다. 특히 불치병에 걸린 분들이 고통 받는 모습을 보면 더욱더 그러합니다. 내가 아픈 것도 힘들지만 남이 아픈 것을 보는 것도 여간 가슴 아픈 일이 아닙니다.그리하여 누가 갑자기 죽으면 고생 않고 갔다 하여 오히려 부러워(?)하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자연사(自然死)만큼 복된 것도 없습니다. 시름시름 앓으며 내 갈 날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그리고 이웃들에게 당부의 말씀이라도 전하고 가는 것이 심장마비 등으로 갑자기 가는 것보다 현실적으로나종교적으로도 훨씬 나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병은 사실은 축복인 것이지요!

병을 앓으면 우리는 다음 생을-그것이 윤회이건 천국에 가는 것이건- 준비하고 갈 수가 있습니다. 가는 날짜야 정확히 모른다 하더라도 대강은 알 수 있는 바, 우리는 그 때까지 나의 삶을 정리하고 남은 분들에게 진 빚도 정리하고 인사라도 하고 갈 수 있는 것입니다. 또 마음도 정리하고 종교적 귀의를 할 기회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제까지 세상 모르고 날뛰던 분이 갑자기 가게 되면 이런 복(?)은 누릴 수 없습니다.

병에서 알아야 할 것 또 하나는, 병고가 단순히 우리를 괴롭히려고 그런 것이 아니라 사실은 업장 해소의 한 방편이라는 것입니다. 병으로 가시는 분들을 보게 되면 가기 얼마 전부터 참 많은 고통을 받습니다. 끙끙 앓기도 하고 고통 때문에 고래고래 고함도 지르고, 헛것이 보이는지 허공을 사정없이 휘젓기도 하고 말은 하고 싶은데 말이 나오지가 않아 한숨만 쉬기도 합니다. 그 모습은 참으로 비통하여 옆에서 보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런 고통이 바로 업장 해소의 한 표현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죽음을 맞을 때쯤이면 업풍(業風)이 한꺼번에 휘몰아 닥친다고 합니다. 평소에 진리의 삶을 못 살은 분일수록, 평소에 남을 괴롭히고 고통을 준 분들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고 하지요(세조도 죽을 때 사육신을 비롯한 충신들이 나타나 무척 괴롭혔다 하며, 조조도 나무가지의 귀신을 보고 놀라 죽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현실에서도 평소에는 근처에도 못 오고 굽실거리기만 하던 분들이 권력이 땅에 떨어질 때쯤이면 모두들 와서 분풀이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비록 이런 일이 고통스럽다 하더라도 이것은 내가 살아 있을 때 반드시 정리하고 지나 가야 할 일입니다. 살다가 지은 업이므로 살아 있을 때 풀어야 그나마 고통이 적지, 살아서 지은 업을 죽어서 갚게 되면 엄청난 대가를 더 지불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 갚다 보면 끝장을 보기 전에 업이 갚아지는 수도 있습니다(종교의 힘을 빌리든지 하면!). 그러면 병은
낫게 되기도 하는 것이지요...

병을 앓고 있거나 앓고 있는 분을 주쥐에 두신 분을 이 사실을 꼭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병을 싫어하고 고통스러운 것으로 받아 들이지 말고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을 낼 일입니다.
그리하여 나를 괴롭히는 이 아픔조차 축복으로 받아 들일 때, 병고는 씻은 듯 사라지고 또한 병 자체가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 종린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