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향기] 마음 밭을 가꾸는 봄

지혜의 향기 / 새봄이 꿈틀꿈틀

2008-05-23     조환기

계절이 겨울을 지나 봄으로 다가가고 있다. 새해에 첫 마음을 내어 추진하던 일들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한번쯤은 돌아볼 때이다.

한껏 부풀어 오른 봄의 기운은 겨울의 황량함과 어둠과 움츠림을 물리치는 밝고 힘찬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봄은 생명의 솟아오름과 연관된다. 새싹이 돋고 개구리가 뛰어나오는 역동성이 봄이다. 그래서 봄에는 활기찬 모습이 점점 크게 다가온다. 온갖 꽃들이 만발한 세상천지가 참으로 장엄한 세계이다.

시대는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 정보화사회로 변해왔지만 삶을 영위하는 주체가 사람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근본에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다. 마음이 어두우면 아무리 장엄한 세계라도 어둡고, 마음이 밝으면 매사가 아름다운 법이다.

부처님께서도 마음의 밭을 가꾸는 일에 몰입하셨으니, 농부와의 대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 바 있다.
“믿음은 종자요, 고행은 비며, 지혜는 내 멍에와 호미요, 부끄러움은 괭이자루며, 의지는 잡아매는 줄이고, 생각은 내 호미 날과 작대기라오. 몸을 근신하고 말을 조심하며 음식을 절제하여 과식하지 않고 나는 진실로써 김을 매며, 온화한 성질은 내 멍에를 벗겨주오. 노력은 내 황소, 나를 안온의 경지로 실어다 주오. 물러남 없이 앞으로 나아가 그 곳에 이르면 근심 걱정이 없어지오.”

부처님의 말씀은 참으로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과정을 짧은 경구 가운데 적절한 비유로써 설명하고 있다. 믿음, 고행, 지혜, 부끄러움, 의지, … 노력, 정진 이 하나하나를 잘 살펴보면 우리네 삶을 변화시키는 요소들이 모두 마음에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아하, 결국 인생은 자신을 다스리는 작업과 함께 시작되어 자신을 다스리는 일로 끝난다. 이 단순하고도 명쾌한 구조를 알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한다면 불행하고, 이를 잘 알고 실천하면 행복할 것이다. 그렇다, 인생은 결국 마음을 어찌 다스리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

봄과 함께 마음의 밭에 씨앗을 뿌려서 추수를 하기 위해 마음밭을 가꾸고 씨앗을 뿌려야 한다. 좋은 씨앗에서 좋은 싹과 열매가 맺어지듯이 마음의 밭에도 좋은 씨앗(善根)을 뿌려야 한다. 진정한 자유, 해탈의 즐거움을 노래할 수 있는 계절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봄에 시작해야 한다.

아침에 일찍 들판에 나가 씨앗을 뿌리고, 새싹들을 돌보는 농부의 마음처럼 항상 마음을 돌보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러면 봄은 계절의 봄만이 아닌 내면의 마음을 ‘봄’으로 이어질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보는 ‘봄’을 노래하는 즐거움이 세상의 어떠한 즐거움보다 더한 즐거움이 되는 것은 허망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잡초를 제거하여 꽃밭을 잘 가꾸듯이 마음에 일어나는 번뇌를 제거하여 온 몸과 마음에 법의 비를 뿌리고, 그 속에서 진정한 자유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봄은 참으로 축복된 계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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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기 _ 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동국대 강사와 역경위원을 역임하였다. 현재 시사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양학자가 본 대승불교』와 불경 등을 번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