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호 특집I] 사회복지의 이념과 방향

100호 특집I-오늘의 보살, 무엇을 할 것인가

2008-05-20     무근 스님

   불교는 인간구제의 종교이다. 보살의 소원은 나와 네가 모두 완전한 인격자인 불타(佛陀)가 되도록 수양을 쌓는데 있고, 궁극적으로는 이 세상을 깨끗한 불타의 나라, 즉 이상사회로 만드는데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모두가 훌륭한 인격자가 되어 서로 도와서 사회복지가 충만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보살의 소원이며 행동원칙인 것이다.
   세존 석가모니는 네 가지 인간의 고뇌, 즉 생로병사(生老病死)를 해결하고자 성문을 나가 6년간 고행 끝에 해탈하여 부처가 되셨다. 자리이타(自利利他)와, 위로 보리를 구하고 아래로 모든 사람과 생물을 구제하는[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 보살의 길을 내세워 모든 인간을 빠짐없이 구제하고자 하는 크나큰 일을 시작하셨다. 이 가비라성의 왕자의 가르침은 그 분이 나타나신 2,500년 전 이래로 본 고장인 인도에서 성장하고, 중국에서 발달하는 동안에 대승불교가 되어, 우리나라 고구려의 소수림왕 때(서기 372년)에 처음으로 전개된 지 천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꾸준히 전승되어 왔고, 오늘날에 있어서는 1천 2백만 신도를 자랑하는 이 나라의 제일 종교임을 자랑하고 있다.
   반야경에는 육바라밀을 말했는데, 이 육바라밀은 생사의 고해를 넘어서 이상사회인 열반의 저 언덕에 이르기 위한 보살수행의 여섯 가지 덕목이다.
   그런데 경에 의하면, 보살은 일체 중생을 위하여 보시를 행해야 하며, 또 지계(持戒), 즉 계명을 지키는 일도 어떤 특정한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체 중생을 위해서 행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일체 중생이란 모든 인간, 모든 생물의 뜻이다. 즉 모든 필요로 하는 대중에게 재물이나 마음과 행동을 모두 바쳐서 도와주고, 대중을 위하여 자기의 계명을 지키고, 대중을 위하여 참고, 정진하고, 깨닫고, 지혜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중을 위한다는 마음이 자비심이며 이것이 보살이 행해나가는 길의 중심이념이 되는 것이다. 불법이 인간이 살아가는 일의 근본이라면, 자비는 살아가는 작용 그 자체인 것이다. 인간이 산다고 하는 일을 추구하는 궁극적인 것의 자세를 자비라는 개념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자비심이, 보시하는 행위로 발전되는 동시에 생물을 죽이지 않는다고 하는 불살생(不殺生)의 사상, 또 그것이 전개되어서 이것을 구제한다고 하는 방생(放生)의 사상이 되고, 또 육식금지로도 발전되어 가는 것이다.
   이 자비사상이야말로 보살이 지향하는 사회복지의 기본 지도이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우바새계경(優婆塞戒經)에 보면,「보시의 목적은 타인으로 하여금 안락하게 하기 위함이요, 연민때문이다」라고 했다. 또「보시를 할 때 보답을 의식하고 하는 것은 지인(智人)이 할 바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러한 보시행이 또한 보살이 행할 사회복지의 이념이 아닐 수 없다.
   복전사상(福田思想)의 발전과정에서, 삼보에 대한 공경을 뜻하는 경전(敬田)이나, 부모 · 스승에 대한 공경을 의미하는 은전(恩田)보다도, 빈궁자 · 병자 · 축생을 가리킨 비전(悲田), 고전(苦田)에게 보시하는 것이 더 큰 공덕이라고 상법결의경(像法決疑經)에 주장되어 있는데 이것이 보살이 행할 사회복지의 이념이 되는 것이다.
   범망경(梵網經)에서,「8복전 중에서 간병복전(看病福田)이 제일의 복전이다」라고 한 것은 복전이 사람으로부터 시작하여 시물복전(施物福田)으로 발전하고, 또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간병복전과 같은 행위적 내지 정신적인 보시에까지 발전해 간 것인데, 이것도 보살이 행할 사회복지의 이념이 될 것이다.
   또 심지관경(心地觀經)에「불법승 삼보의 은(恩), 부모의 은, 국왕의 은, 중생은」이라는 의 네 가지 은혜가 지적되어 있는데, 그 중 중생은(衆生恩)이라는 것은 일체 중생의 은이라는 뜻이고, 그것은 즉 사회의 은이라는 것이 되어, 이 중생은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과 행동이 바로 보살이 행해야 할 일로서 불교의 사회복지가 지향하는 이념의 한 면을 보여 주는 것이다.
   불교에서 모든 생명이 있는 유(有)를 가엾이 여기는 자비심이 당연히 죽이지 말라는 불살생계를 낳았다는 것을 이미 언급했다. 이 생명존중의 사상이 보살이 행할 사회복지의 이념이 됨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이 생명존중에서 비롯된 방생운동이 동물애호나 죄수사면 내지 범죄자, 비행자의 교화와 사회복귀 사업의 지도이념으로 발전되는 것이다.
   또 법화경(法華經)의 상불경보살(常不輕菩薩)은,
  『나는 깊이 그대를 공경한다. 감히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대들도 보살도를 행하여 부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라고 하며, 길 가는 사람 모두에게 심지어는 자기를 구박하고 때리는 사람들에게까지도, 모두 지심으로 합장하고 예배하는 인간존중의 태도를 보여 주었다.
   이런 일들은 넓게는 모든 생명, 좁게는 인간성의 존엄성, 인격존중 등을 보여 준 본보기이며 이것이야말로 보살의 행동이 추구해 나갈 사회복지의 이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인간을 예배하는 대승보살은 모든 가치관을 초월하여, 중생의 이름으로 중생의 필요에 응하여, 현실의 동향을 살피고 비판하면서 중생을 위하여 일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보살의 사회복지 실천이념이다.
   보살(승려와 신자포함)이 행할 사회복지의 방향은 현시점에서 볼 때 누구나 실행할 수 있는 쉬운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방생의 행이라고 해서 형식적으로 미꾸라지나 자라 같은 것을 시장에서 사다가 강에 던지는 일들을 하고 있는데, 그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좀 더 가치 있는 방생, 즉 교도소나 소년원에 수용되어 있는 사람을 교화하여, 착하고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서 사회에 내보내는 일등을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래 사찰은 기왕에 무의무탁한 어린이를 수양하여 길러서 승려로 육성하거나 혹은 사회에 진출시키는 일을 많이 해왔고, 현재도 그런 일을 많이 하고 있는데, 그것이 다름 아닌 사회복지사업인 것이다. 그런 일을 좀 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확대하여 나가면, 그것이 어린이 보육사업이 되고, 육아원사업이 되는 것이다.
   또 사찰은 오는 사람을 쫒지 않는 전통이 있어 승려뿐만이 아니라 무의무탁한 신남신녀(信男信女)가 절에 와서 기식하고 생활하는 수가 많은데, 그 사업을 또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확장하면 양로원과 같은 사회복지시설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사찰의 문턱이 높아져서 부자들만이 절에서 환영받고, 가난한 신자는 감히 발을 들여 놓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보살이 행할 사회복지사업은 우선 가난한 사람들이 절에 와서 부처님을 가까이 하도록 길을 넓히는 일부터 시작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불경보살이 길가는 사람 모두에게, 또는 자기를 모욕하고 때리는 사람에게까지 합장하고, 예배하고, 존경하였다는 본보기를 현대의 보살이 실천할 때 그것이 사회복지사업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