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성지순례 1] 명상에 심취하게 만드는 이상야릇한 기운

인도성지순례 1 부다가야·룸비니

2008-05-20     월간 불광
▲ 나이란자 강 보리수 나무가 그려놓은 그림자 아래 아이들이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기차는 요란한 경적소리와 함께 속도를 줄이면서 플랫폼에 멈춰 선다. 잠시 뒤 철커덩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밤새 달려온 기차는 델리에서 부다가야까지의 거리만큼이나 문 열리는 소리도 무겁다.
인도 도착 첫날부터 밤새 침대칸에서 레일 위에 머리를 두고 달려서 그런지 정신이 멍멍하다. 기차에서 내려 이른 아침 낯선 이국의 공기를 들이마시니 몽롱했던 정신은 어느새 말끔히 사라진다. 다시 버스에 올라 안개에 둘러 싸였던 부다가야 역을 뒤로 하고 성지순례를 시작한다.

 

 

 

 

▲ 부다가야의 마하보디 사원 앞에는 관광지답게 많은 상인들이 나와 장사를 하고 있다.

보리수나무 아래 부는 바람 _ 부다가야는 부처님이 보리수나무 아래서 성불하신 곳이다. 부처님이 출생한 룸비니, 처음 설법을 전하신 사르나트, 그리고 쿠시나가르의 열반당과 더불어 4대 불교성지 중 한 곳이다.
기원전 3세기 아쇼카 대왕은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이루신 그 자리에 54m의 사각뿔 모양의 마하보디 석탑을 지었다. 현재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많은 순례자들과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 마하보디 탑에서 티벳의 스님이 탑돌이를 하고 있다. 그리고 탑의 변에는 부처님의 모습이 부조로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다. 왼쪽에는 부처가 정각을 이루셨다는 보리수 나무의 6대손정도 되는 보리수 나무가 보인다.

순례자의 탑돌이에 나의 걸음도 슬며시 끼어든다. 마하보디 탑 뒤로 보리수나무 한 그루가 긴 수명만큼이나 큰 그림자를 만들어 놓았다. 이 나무는 부처가 깨달음을 이룬 그 보리수나무의 6대손 정도 된다고 한다. 나무 아래 사람들은 앉아 참선을 하거나 명상에 잠긴다. 또는 책을 읽기도 하고 멍하니 무언가를 쳐다보기도 한다. 또 어린아이들의 까르르 내는 웃음소리도 잠시 들렸다 사라지기도 한다.

 

 

 

 

 

 

▲ 인도에는 유채꽃을 쉽게 볼 수 있다. 길에서 만난 젊은 청년들은 자연스런 포즈를 잡는다.
보리수나무 아래로 바람이 스치고 지난다.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이다. 시원하고 정신이 상쾌해진다. 도대체 이곳은 어떤 곳인가! 이상야릇한 기운에 나도 잠시 명상에 심취해 본다.


네팔국경을 넘어서 룸비니로 _ 버스는 달리고 또 달린다. 룸비니로 가는 길은 인도 성지순례 중 가장 힘든 여정길이라고 했던 말이 새삼 실감이 난다. 국경을 넘어온 버스에서 내려 다시 릭샤(인력거)로 갈아타고 비포장도로를 힘겹게 달려 나아간다. 룸비니가 다가오자 부처님이 태어난 곳에 대한 기대도 점점 부풀어온다.
룸비니 유적지 안에는 마야데비 사원과 아쇼카 대왕의 석주(石柱), 그리고 마야부인이 출산 후 목욕했다는 마야데비 연못 등이 있었다.
부처가 태어난 곳에 마야데비 사원을 지었는데 그 안에 부처의 탄생 모습을 돌조각으로 새겨 놓았다. 4세기경의 것으로 추정하며 옆구리로 부처를 낳는 마야부인과 어린 부처를 받는 브라흐마 신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인도의 성지 순례는 결코 만만한 여정길이 아니다. 길고긴 순례에서 오는 육체의 피로와 문화의 차이는 충격으로 다가 올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나름의 방법으로 대지의 품에서 땅의 주인이 아니라 주어진 자연과 순응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 다음 호에 계속

 

 

 

 

 

 

▲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 소는 사탕수수를 싣고 운반을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