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호 특집I] 보살도(菩薩道)의 이념과 교육의 방향

100호 특집I-오늘의 보살, 무엇을 할 것인가

2008-05-14     박선영

     [1] 보살도는 이상사회 건설의 길

   인간은 홀로 살아갈[독거적(獨居的)] 수 없으면서도 그렇다고 개미처럼 완전히 사회적[군거적(群居的)]일 수만도 없는 존재이다. 함께 더불어서만 존재하기에 고독을 두려워하면서도 그러나 자신의 개성이 집단에 완전히 매몰되어 가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이 인간이다.
   자기완성[상구보리(上求菩提): 자리(自利)]과 이상사회건설[하화중생(下化衆生): 이타(利他)]을 동시 통합적으로 추구하는 보살도는 인간의 위와 같은 존재의 모순성과 갈등을 지양하여 인간 개개인의 독자성과 사회성을 동시에 통합적으로 실현하는 이념이다.
   보살도에서 추구하는 자기완성은 사회와 단절된 자기완성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사회적 자아로서의 자기를 자주적으로 완성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살도는 바로 이런 의미에서의 자아실현의 이념인 것이다.
   그런데 이 보살도에 있어서 자아실현의 핵심은「깨달음」즉,「정신적 눈뜸[각성(覺醒)]」에 있다고 하는 점이 주목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스스로의 완성도 자각을 본질로 하는 것이며, 이상적 사회건설도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자각을 통한 인격혁신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자신의 진정한 깨달음은 모든 사람을 깨우쳐 깨닫게 함으로써 구체적으로 성취되는 것이며, 이러한 의미의 사회건설 활동은 끊임없이 진지하게 자신의 진정한 깨달음을 추구해가는 데에서 그 빛과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보살도는 자기연수(自己硏修)와 학생지도를 동시에 추구해야만 되는 진정한 교육자의 길임을 발견하게 된다. 교육자는 가르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그 가르치는 활동을 통해 자신을 닦아가며, 또 스스로 닦아감으로써 학생들을 바르게 인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상사회 건설에는 제도의 혁신이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것이지만 그 제도혁신은 필수조건은 될지라도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고 교육학에서는 본다. 사회 구성원 각자가 제도를 바르게 혁신하고, 옳게 운영할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하며, 이러한 사람을 기르는 것은 바로 교육의 힘인 것이다. 따라서 교육이야말로 개인의 인격을 조성(助成)시키고 사회를 혁신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라고 보는 것이 교육학의 일반적 견해이다.
   단순히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치는 것만을 능사로 하는 차원을 넘어 서서 그 지식과 기술을 인생의 목적과 사회의 가치에 통합시킬 수 있는 질 높은 인간 교육에 있어서「자각」이야말로 가장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것이라고 할 때, 위와 같은 교육에 대한 이론은 바로 앞서의 보살도의 이론과 궤도를 같이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참다운 교육자로서의 현대의 보살들이 추구해야할 교육이념과 그 구체적 실현방향은 어디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인가? 이의 해답은 결국 현대인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부닥치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과제가 무엇인가 하는 데에 착안하여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2] 동체자비(同體慈悲)의 정신을 근간으로

   인류 역사상 그 누구나 사회정의를 갈망해 오면서도 한 번도 만족스럽게 그것을 실현해 보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근본적으로 이기심 때문이다. 개인적 이기심도 문제이지만 특히 집단적 이기심은 충성이나 전체이익이라는 이름아래 찬미되어오기까지 했다. 이러한 이기심은 사회정의의 실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집단 간의 갈등과 대립을 야기하고, 나아가 전쟁을 유발한다. 진정한 교육자로서의 현대의 보살은 사회정의와 평화의 실현을 위하여 무엇보다도 먼저 모든 사람들에게 무아(無我)를, 즉 나와 네가 본래 대립된 것이 아니라 하나임은 깨우쳐 동체자비를 실현토록 이끌어야 하며, 그자신도 이 무아의 동체자비의 생활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 또 한 가지 현대의 중요한 과제는 공해 문제이다. 오염된 물을 마셔야 하고 오염된 공기를 호흡해야 하며 오염된 토양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먹어야 하고, 심지어는 비까지 산성화되어 마음 놓고 맞을 수 없는 것이 현대이다. 그리하여 인간은 삶의 터전 자체를 송두리째 상실당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자연을 인간을 위한 수단이나 도구로 보고 정복의 대상으로 여겨온 자연관의 결과이다. 따라서 공해의 근본적 대책은 자연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 자체의 변화를 요청한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자비의 대상으로 삼는 불살생(不殺生)의 가치관과 태도가 있어야 한다. 진정한 교육자로서의 현대의 보살은, 인류를 공해에서 구원하기 위하여 자연의 만물도 나와 동일체라는 가치관을 배양하여 내 몸처럼 모든 것을 사랑하고 아끼는 태도를 생활화하도록 하는 교육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3] 모든 중생이 교육자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현대의 산업사회에서 크게 문제되고 있는 인간소외 문제이다. 소외는 자신이 만든 것에 의해 거꾸로 자신이 지배당하여 본래의 주인 된 자리를 박탈내지 상실당하는 현상이다. 오늘날 인간은 인간 자신이 필요해서 만들어 낸 화폐 · 제도 · 조직 · 지식 · 기술 등에 의해 거꾸로 인간 자신이 구속되며 지배되고 있다. 그리하여 인간은 그것들의 부속품 내지 노예로 전략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인간이 창조해 낸 여러 관념이나 정신적 우상의 노예가 되어가기도 한다. 이러한 소외현상은 심리적으로는 상실 · 결여 · 불만족 · 왜곡의 현상을 야기하여 무력감과 고립감 및 자기소원(自己疎遠)의 감정을 일으킴으로써 삶의 의미와 가치를 잃고 허탈한 상태에 빠지게 한다. 그리하여 무관심 · 폭력 · 무질서 · 좌절 등의 행동을 나타나게 한다. 이러한 인간소외의 극복은 인간 각자의 주체성을 회복하는 일이며, 그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사회적 자아로서의 자기를 주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이의 길은 인간 각자의 자각에서 찾아져야 할 것이다. 인생과 세계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자각에서만 모든 지식과 기술 및 화폐와 제도, 그리고 조직은 인간을 살리고 진정 행복하게 하는 방향으로 소유되고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교육자인 현대의 보살들은 스스로는 물론이려니와 모든 사람들에게 인생과 세계의 의미와 목적 및 가치에 대한 자각을 깨우치는 방향의 교육에 앞장서야 한다. 여기에 현대 보살의 교육의 중요한 방향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의 교육이야말로 현대에 있어서 매우 절실한, 참된 의미에 있어서의 인간화를 위한 교육이념을 실현하는 것이 될 것이다.
   보살도는 참된 의미에 있어서의 교육자가 가야할 가장 본질적인 길인 것이다. 그 길은 현대에 있어서 사회적 부정의 · 전쟁 · 공해 · 인간소외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켜, 정의 · 평화 · 자연보호 · 인간화를 실현코자 하는 이념을 함축한 교육으로서, 그것은 무아와 동체대비 및 자각에 초점을 두는, 교육의 방향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