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마을 동화] 나는 왕이로소이다

연꽃마을 동화

2008-05-09     광덕 스님

   옛날에, 깊고 깊은 산중에 사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사자의 털은 금빛으로 빛났고 온 몸에서는 위엄이 넘쳐흘렀습니다. 한번 울부짖으면 온 산천이 흔들리는 것 같았고, 그 소리는 산골짝마다 메아리치고 하늘로 흩어졌습니다.
   사자는 큰 바위 밑 굴을 집으로 삼고 지냈습니다.
   그리고 사자는 스스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나는 이 산중의 왕이다.」
   그러나 사자가 이런 자부심을 가지고 산다고 하여 산중의 짐승들을 위압하거나 해코자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산중에 사는 짐승들이 침해를 받지 않도록 지켜주며, 또 짐승들이 서로를 화목하게 살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사자가 이렇게 용맹스러운 힘을 덕으로 베풀으니 산중은 평화로왔습니다. 겁 많은 토끼조차 마음 놓고 살 수 있었고, 힘이 약한 양들도 즐겁게 무리를 지어 살았습니다.
   그런데, 사자가 사는 산 너머에 원숭이 집안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사자와는 잘 아는 사이였습니다.
   원숭이에게는 두 아기 원숭이가 있었습니다. 원숭이는 먼 곳으로 색다른 과일을 따러 가고 싶었으나 아기 원숭이를 맡길 곳이 없어 미루어 오다가 마침 사자에게 돌봐 주도록 맡기기로 하였습니다.
  『대왕님, 안녕하십니까? 대왕님의 은덕으로 저희들은 편안히 지냅니다. 대왕님, 수고스러우시지만 우리 아기를 맡아 주십시오. 저희는 높은 봉우리까지 과실을 따러 가야겠습니다.』
   사자는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이 산중의 왕이다. 백성들을 잘 보호하여야 한다. 원숭이 새끼도 보호하여야지……」
   사자는 이렇게 생각을 굳히고 말하였습니다.
  「그러지, 아기들을 두고 가오. 내가 돌봐 주리다.」
   사자는 바위 앞 양달에 나와 햇볕을 즐겼습니다. 곁에 원숭이 새끼를 두고 재롱부리는 것을 지켜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는 중에 사자에게는 슬금슬금 졸음이 찾아 들었습니다. 이윽고 사자는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져 들었습니다. 그때 독수리가 하늘을 날다가 사자를 보았습니다. 인사를 드리려 가까이 가보니, 사자는 잠이 들어 있고 그 곁에 원숭이 새끼가 두 마리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독수리는 좋아라하며 원숭이 새끼를 움켜잡아 하늘 높이 솟아올랐습니다. 그리고 높은 바위 위에 앉아서,
  『먹음직하다. 잘되었다』
하며 숨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사자는 크게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졸음에서 깨어 보니, 원숭이 새끼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자는 정신이 번쩍 들어 사방을 돌아보고 다시 이 골짝, 저 나무 위 등 여기저기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나 원숭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사자는 높은 바위 위에서 독수리가 원숭이 새끼를 차고 앉은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사자는 깜짝 놀라며 한편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가 이 산중의 왕인데 저 날짐승한테 고개를 숙여야 하는가? 내가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원숭이 새끼를 잡아먹겠지. 그렇게 되면 내가 신용이 없게 되어 왕의 자격이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자, 어떻게든 원숭이를 살리자.」
   그래서 사자는 독수리에게 정중히 말을 걸었습니다.
  『여보시오, 천하제일 용맹스런 독수리 왕이여. 내 부탁을 들어 주시오. 그 원숭이 새끼는 내가 맡아 돌봐 주고 있는 중이었으니 부디 돌려주시오.』
   사자는 간청을 하였습니다.
   독수리는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사자라 하더라도 땅 위에서나 사자이지 하늘에서야 나를 당하겠는가. 그러나 이제까지 사자와도 나쁜 사이는 아닌데 모처럼의 부탁을 안 들어 줄 수도 없지……」
   독수리가 대답하였습니다
  『어렵지 않은 말씀입니다. 돌려 드리지요. 그러나 저에게 대신 먹을 것을 주셔야 합니다.』
  『고맙소, 독수리왕. 그러면 무엇을 드리면 좋겠소? 』
  『대왕님의 뒷다리면 좋겠습니다.』
   이 말에 사자는 난감해졌습니다. 뒷다리를 베어 주면 사자는 죽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사자는 왕으로서의 위신을 버릴 수도 없고, 원숭이 새끼를 보호해 주겠다는 약속을 어길 수도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바위 위에 올라가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져 독수리의 밥이 되고자 하였습니다.
   이것을 본 독수리는 깊이 감동하였습니다.
  「백성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백성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자기 목숨마저 바치고자 하는 왕은 과연 왕이다. 내가 저런 덕스러운 왕을 죽게 할 수는 없다…….」
   이렇게 생각한 독수리는 사자에게 소리쳐 말했습니다.
  『사자왕님, 잠시만 기다리시오. 대왕님의 넓으신 덕에 감격했습니다. 원숭이 새끼를 돌려보내 드리겠습니다. 다른 것을 대신 주지 않아도 좋습니다. 저는 다른 먹이를 찾으면 됩니다.』
   독수리는 원숭이를 안아다 사자굴 앞에 내려놓았습니다.
   과연 훌륭하신 사자왕입니다.
   사자왕은 그 뒤에도 착한 마음을 닦아서 나중에는 큰 성인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