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불교강좌] 무엇이 고통의 원인인가 (下)

청소년 불교강좌

2008-04-07     김재영

     ▨무지(無知)와 탐욕과 고통의 수레바퀴 

[문] 선생님께서는,「인간의 모든 고통에는 반드시 인간 자신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원인이 있다」라고 하셨는데, 그 원인이 정녕 무엇입니까? 
[답] 그렇습니다. 이미 우리는 우리들의 삶과 죽음과, 늙음과 질병과, 가난과 전쟁과, 실패와 좌절과,…… 이 모든 문제를 부질없이 신이나 숙명이나 사주팔자에 의탁하는 몽매한 옛 생각을 청산하고, 괴롭고 가슴 아프더라도 이 모든 문제를 우리들 자신의 것으로 소유하고, 사유하고, 또 해결할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정신적인 각성을「붓다적 대전환(Buddha的 大轉換)」이라고 불렀습니다만, 이제 우리는 그러한 문제의 본질을 밝혀야할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나와 당신과, 이 땅의 동포들이 겪는 저 슬픈 고통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젊은 벗들을 방황케 하고, 수많은 밤을 지새우게 하는 이 고통은 정녕 어디서 오는 것인가?
   선재, 우리 함께 고요히 세존의 법륜(法輪: 진리의 말씀)에 귀 기울여 봅시다.
  『나는 이제 마땅히 인연법과 연생법을 설하리라.
   어떤 것을 인연법(因緣法)이라 하는가? 이른 바「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는 것」이다. 곧 무명(無明) 때문에 행(行)이 있고, 행 때문에 식(識)이 있으며, 식 때문에 명색(名色)이 있고, 명색 때문에 육입처(六入處)가 있으며, 육입처 때문에 촉(觸)이 있고, 촉 때문에 수(受)가 있으며, 수 때문에 애(愛)가 있고, 애 때문에 취(取)가 있으며, 취 때문에 유(有)가 있고, 유 때문에 생(生)이 있으며, 생 때문에 노사(老死)가 있고, 노사 때문에 우비(憂悲)가 있으며, 우비 때문에 고뇌(苦惱)가 있나니, 이와 같이 하여 고(苦)가 덩어리로 뭉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연생법(緣生法)인가? 이른바「무명과 행」이니라. 설사 부처가 출세하시거나 출세하지 않거나 이 법은 항상 있는 것이므로, 이 세상은 법이 주(住)하는 법계(法界)이니라.』 <잡아함경 권12> 

[문] 꽤나 복잡한 설법이시군요. 이 설법의 뜻이 무엇입니까? 
[답] 하하, 꽤 길고 어렵게 들리지요. 그러나 바로 이 설법이 사성제(四聖諦)와 더불어 세존께서 사슴 동산에서 최초로 선포하신 초전법륜(初轉法輪: 최초의 설법)의 핵심이 되는 것이고 바로 우리들 자신의 고통과 죽음을 우리들 자신의 힘으로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스러운 최고의 지혜인 것입니다.
   무명(無明)에서부터 고뇌에 이르기까지 모두 열두 가지 항목이 전개되어 있으므로, 우리는 이 법문(法門)을,「십이인연(十二因緣)의 법」,「십이인연법」하고 칭송해 마지않습니다. 

[문] 십이연기법의 요지를 쉽게 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답] 먼저 한 가지 진실을 말하고 싶습니다. 나와 당신과 만류(萬類)의 숙명인 고통과 죽음의 성벽을 여는 일인데, 이 십이연기법의 내용을 너무 안이하게 받아들이려 하거나, 복잡하고 어려운 논리라고 해서 기피하려 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싯다르타께서도 이 한 이치를 깨치기까지 6년의 고행을 하셨습니다. 아니, 35년의 생애를 다 던지셨다는 역사적 교훈을 명심하면서, 우리는 이 십이연기법을 반야심경처럼 외우고, 명상하고, 탐구하고, 생활 속에 실험해 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러한 진실을 전제하면서, 나는 십이연기법에 담긴 진리의 한 여울을 이렇게 정리해 봅니다.
  「진리를 깨치지 못한 우리 중생들의 삶을 무지(無知, 無明, 惑)와 탐욕(貪慾, 行→有, 業)과 고통(苦痛, 生→苦惱, 苦)의 수레바퀴, 나와 당신의 고뇌와 질병과 늙음과 죽음은 본질적으로, 우리들 자신의 무지로부터 흘러나오는 어둠의 강물이다.」

     ▨ 가장 무서운 죄악은 

[문] 선생님, 무명(無明)이 무엇입니까? 무지(無知)를 뜻하는 말입니까? 
[답] 옳습니다. 무명은 진리와 진실을 깨닫지 못하는 나와 당신의 내면적 무지를 뜻합니다. 

[문] 이 무지가 그토록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장본이 되는 것입니까? 
[답] 선재, 선재가 지금 가장 고민하는 문제가 무엇입니까? 

[문] 여러 가지가 있지만, 뭐라고 해도 학생인 저의 입장으로서는 학업 성적과 장래의 진학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답] 바로 그것입니다. 어느 집, 어느 나라, 어떤 사람을 불문하고, 먹는 일과 더불어, 어떻게 보면 먹는 일보다 더 심각하게 고민하고 염려하는 일이 바로 배우는 문제, 교육 문제라는 그 사실이 우리 인간의 가장 큰 문제가 곧 무지, 무명이라는 대진실을 잘 증거해 주고 있습니다.
   만약 나와 당신에게, 이 세상의 만류에게 죄악이 있다면 가장 무서운 죄악을 우리들의 무지, 진리에 대한 무지와 어리석음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선재가 지금 괴로워하고 있는 것도, 선재 친구가 우울증으로 아파하는 것도, 우리가 남북으로 서로 나뉘어 슬퍼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원시인보다 더 잔인하게 집단학살을 감행하는 것도 필경 이 무지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늙음이니 죽음이니, 영혼이니 육체니, 천국이니 지옥이니, 심판이니 종말이니……하는 이 모든 인류의 오랜 숙제들도 실로 우리 자신이 무지하기 때문에 어지럽게 벌려 놓은 한 판의 슬픈 자중지란(自中之亂)이 아닙니까. 무지하기 때문에 욕심내고, 욕심내기 때문에 사랑하고 또 미워하면서, 우리는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누에가 제가 토한 고치 속에서 죽어가듯, 우리는 오늘도 그렇게 발버둥치며 괴로워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선재] 선생님 말씀 들으니, 정말 충격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제가 그동안 뭐 상당히 알고 있다고 믿었던 자만의 성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진통을 느낍니다. 이제 저 혼자 조용히 저 자신을 되돌아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