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불교] 부처님과 아사세왕

2008-03-19     관리자

4, 아사세왕은 모든 범부의 상징

그때에 세존께서는 이와 같이 생각하고 계셨다.

나는 아사세왕을 위하여 열반에 들지 않으리라. 거기에는 깊고 비밀한 뜻이 있나니 아사세를 위한다 하는 것은 모든 범부들을 위한다는 뜻이다.

아사세왕이란 그 한사람에 그치지 않고 오역죄를 짓는 모두에 미치는 것이다. 그리고 일체범부를 위한다 하는 것은 일체 함이 있는 인간의 뜻이다. 내가 이 세간에 몸을 나툰 것은 함이 없는 청정한 깨달음을 이룬 자를 위하여 나온 것이 아니다. 고뇌에 빠진 범부중생들을 위하여 이 세간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함이 없는 (無二) 사람은 인간이 아니다.

아사세왕은 다름이 아니고 온갖 번뇌를 구족하게 갖추고 있는 인간들을 가르킨다. 또한 저들은 불성(佛性)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불성을 본 깨달은 사람을 위해서는 나는 이 세간에 오래 머무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불성을 본 사람은 이미 이 세간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가장 수승하고 다시 위 없는 바른 깨달음의 도에로 나아가자고 하는 마음이 되어있지 않은 인간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마침내 틀림없이 깨칠 것이다.

5. 병든 자에 더욱 자비하시다.

그 때에 아사세왕은 기바의 말을 따라 마지 못해 큰 코끼리를 타고 세존이 계시는 정사가 있는 숲으로 나아갔다.

부처님께서는 대자대비 화신, 중생의 도사이시다. 아사세왕을 위하여 월애삼매(月愛三昧)에 드셨다.

달빛은 천지 가득히 고요한 밤을 감싸았고 그 빛은 청정하고 시원하며 그중에 고요한 한 광선이 아사세왕의 몸을 감싸았는가 하였더니, 왕의 몸에 났던 보기 흉한 부스럼이 금방 나아 없어졌다. 이를 본 아사세는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뛸듯 환희하고서 기바대신에게 말하였다.

"기바여, 이것은 하늘 가운데 다시 하늘이신 성인이 하신 바가 아닌가. 어떠한 일로서 이와 같이 불가사의한 광명이 나온다는 말인가". 기바가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이 상서로운 광명은 아무래도 대왕님을 위하여 나타나는 것이 틀림없으리라 생각됩니다. 대왕께서는 당신의 병든 무거운 업으로도 인하여 생긴 것이니 아무도 고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고 실망하셨지만 부처님께서는 먼저 대자비와 걸림이 없는 지혜를 나투시사 먼저 병을 고쳐주시고 그 다음에 마음의 병을 고쳐주시려고 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 기바여, 나와 같이 죄를 진 몸을 세존께서는 어떻게 해서 버리지 않고 생각하여 주시는 것일까?"

"예를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에 아들 일곱을 둔 사람이 있다고 할 때 그일곱 아들 가운데에 병든 아들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부모의 마음은 자비하시고 모든 아들에 평등하겠지만 병든 아들에 대하여는 더욱 자비한 마음이 더 하지 않겠습니까? 죄에 물들은 방일한 사람에게야말로 부처님의 자비하신 위신력은 한층 더 부어지실 것입니다. 죄도 사라지고 허물도 괴로움도 아주 없어질 때까지 부처님의 자비가 계속되는 것입니다." 어느덧 왕이 탄 코끼리는 부처님께서 머무신 정사 앞에 이르렀다. 그때에 세존이 아사세를 향하여 말씀하셨다.

6.우리에게 죄가 없는 이유

"대왕이여, 만약 왕이 죄를 진다면 모든 부처님도 또한 죄를 얻으리라. 왜냐하면 그대의 아버지인 빈비사라왕은 항상 모든 부처님 아래에서 온갖 선근을 심었느니라. 그러므로 금생에 왕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그런데 모든 부처님이 왕에 올리는 공양이 바른 것이 아니라고 하여 만약 이것을 받지 않았다면 왕은 왕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그대의 부왕이 왕이 될 수 없었다면 그래도 국토를 빼앗을 생각을 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그대가 부왕을 죽여 분명히 죄가 있다고 한다면 우리들 모든 부처도 또한 죄가 없다고 하지 못할 것이다. 만약 모든 부처님에게 죄가 없다면 어찌 그대 한 사람에게만 죄가 있다 하랴."

이와 같이 하여 부처님의 자비하신 위신력을 입어 아사세왕은 세상에도 참으로 두려운 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에 아사세왕은 깊은 정성을 기울여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란이라 하는 독한 나무의 숲에는 이란나무의 싹만이 풍겨나오고 거기에는 전단향의 나무는 날 수 없을 것입니다. 만약 이란 나무 숲에 전단향나무가 났다면 이 어찌 불가사의 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저의 가슴 속에 부처님을 향하고 부처님을 믿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은 이와 똑같이 불가사의한 일이라 하지 않으면 안되겠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참으로 뿌리가 없는 믿음이 생긴 것입니다. 뿌리가 없다고 하는 것은 저의 가슴속에는 믿음이 날 뿌리가 없었는데도 부처님의 자비하신 마음에 의하여 저에게 믿음의 뿌리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에 부처님께 공양할 줄을 모르고 부처님의 가르침과 도를 닦으시는 스님들을 믿지 않았었습니다. 제가 만약 부처님 세존을 만나지 못했던들 얼마나 기나긴 동안 저 무서운 지옥에 빠져 한없는 고초를 받을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부처님께 예배할 수 있게 되어 저의 몸도 마음도 구원을 받았으니 참으로 무엇으로 비할 수 없는 다행입니다. 저는 지금 부처님에게서 받은 크나큰 공덕을 모든 중생에게 돌려서 저들의 번뇌와 악한 마음을 남김없이 깨어 버리게 되기를 기원 합니다."

"대왕이여, 참으로 훌륭한 생각이 들었오. 한사람의 악한 마음이 없어지는 것이 이윽고 모든 사람의 악한 마음이 사라지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세존이시여, 만약 제가 말한 바 원이 이루어져 모든 사람의 악한 마음을 뿌리채 뽑아버릴 수 있게 된다면 저는 길이 무간 지옥에 빠져 고통을 받게 되더라도 결코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이와 같이 아사세왕이 보리심을 발하여 마갈타국의 모든 백성이 모두가 보리심을 발하였다. 이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넓고 크고 높고 귀한 마음을 일으켰으므로 아사세왕의 무거운 죄도 더욱 엷은 것이 될 수 있었다.

이때에 아사세왕은 기바대신에게 감개무량하여 그의 진실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기바대신이여, 나는 지금 살아있는 몸으로써 벌써 죽지않은 몸을 성취하였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짧은 목숨을 버리고 영원히 살아 있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몸은 덧없는 몸이지만 나는 이대로 항상 머물러 변치 않는 몸이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무상보리심을 발하였다는 이 상서로운 사실은 내가 이룩한 공덕이 진실임을 말해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