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간 다 움

특집/인간답다는 것

2008-03-16     관리자

 요즈음 누구에게서나 자주 듣는 말로 '비인간화'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인간의 기능이 극도로 분화 내지 전문화된 현대 산업사회에 있어서의 인간의 기계화를 가리키는 말이 아닌가 한다. 또는 현물주의나 배금사상에 광분하는 현대인의 어떤 속성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재미난 것은 인간이 조직사회의 한 구성인자로서 개성을 잃어버린 경우나 기계문명시대에 있어 불가피한 물질주의에의 경도를 한결같이 인간 스스로가 <비인간 현상>으로 간주하고 있는 점이다.

 그러나 따지고보면 <비인간화>란 현대사회에서만 나타난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 파악하던 시대에 있어서는 감정에 치우치는 인간은 비인간이었을 것이며 절대 유일신을 받들던 사회에서는 불완전한 피조물로서의 원죄를 인정하지 않는 자 또는 비인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인, 의, 예, 지 사단(四端) 을 인간의 본성이라는 인간관 앞에 그 본성을 갈고 닦지 못하여 미망에 헤메이는 것이다. 한데 시간이 흐른 오늘, 인류 역사를 정시하는 시선앞에 과거의 비인간을 규정하였던 표준 척도로서의 인간 또는 비인간이었다는 점은 그냥 웃고넘길 수만 없는 일이다 .

 그러기에 어떤 철학자는 중간자로서의 인간 신과 동물의 중간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말하였고, 어떤 이는 이성과 감성 그 어느 한편에도 치우치지 아니한 중용의 인간을 가장 이상적인 인간형으로 역설하기도 하였다.

 그러고 보면 신성(神性)에 치우친 자도 비인간이고 수성적(獸性的) 인간도 인간 이하라고 할 것이다.영혼과 육체를 공유하고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말로 성립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인간의 비인간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기형아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때문에 인간이 보다 인간다웁기 위하여서는 기울어진 균형을 바로 잡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부처님과 야차, 그 어느 편도 아니면서 불성(佛性)과 악마의 마음을 동시에 가진 인간의 신비성을 부인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있어서의 인간이 기계처럼 기능화되었다고 하여도 거기 그 기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심오한 이념과 철학이 있다면 비인간화 현상이라고만 단정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문명의 이기를 향유하고 사는 현대인들이 설사 물질의 풍요를 구가하고 있다할지라도 물질만이 만능이라는 근시적 사고를 지향하고 견제할 수있는 정신력이 있다면 굳이 비인간적 배금주의라는 지탄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요는 사유가 결핍된 기능주의, 영혼을 배제한 물량주의의 범람이 현대인을 인간 이하로 타락시키거나 인간아닌 것으로 변모시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인간은 육체를 가진 것처럼 영혼을 가졌으며 그 본능적 욕구를 부정할 수 없듯이 꿈을 가진 이상주의자임을 부정할 수 없다.

 현대의 지성이나 종교의 사명 또한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깨우침으로 말미암아 사랑과 존엄의 인간 본래 모습을 되찾게 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