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 다실

2008-03-09     관리자

♣먼 산 흰구름 이어 하얀 눈은 아직도 산을 덮었다. 찬바람 에 있노라는듯이 아직도 불어 오지만 개울가 버들강아지 빨갛게 피어오는 것은 막지 못하나 보다. 양지쪽 언덕 산허리로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것을 곧 보리라. 남녘 개울엔 얼음사이를 피어오르는 버들, 차갑고 가벼운 물 소리 내어 흘러가는데 부듯하고 시원스러운 가슴을 안은 발걸음이 한가로이 흘러가는 동구밖. 五일이 입춘, 十四일이 동안거 해제일이다. 눈녹고 얼음 녹아 맑은 물 졸졸 시내를 흐르고 개울을 적시고 강은 다시 마을과 들판을 지나 바다에 이른다. 한 겨울동안의 매서우리만치 굳은 정진으로 다듬어진 우리의 불자들은 이래서 발걸음이 한결 가볍고 아름다워라. 한 겨울에 정진의 과실은 무르익었고 훈훈한 봄바람과 같이 그 향기는 산과  들, 매마르고 가난한 집 안뜨락까지 찾아들리라. 불자의 해제의 계절은 정녕 보살이 꽃피는 계절이고, 기쁨을 수확하는 게절이며, 부처님의 은혜 앞에 감사의 합창을 부르는 계절이다. 이 아름답고 싱그러운 한 철이 어둡고 차가움에 절었던 온 중생과 이땅 구석구석 에 보살의 큰 꽃이 곱게 피어나는 계절이기를 기원한다.

♣지난 연말, 정말 어수선했던 연말 밀수범이나 고고춤이니  대마초니 퇴폐단속이니…… 한참 소란했던 그 사이를 세계인권주간은 지나갔다.
  왜 이같이도 나라와 사회를 어지럽히고 이웃을 해치고 자신을 깊숙히 멍들게 하는 사건들이 커지기만 할까 ? 모두가 근원은 하나다. 인간이 스스로 자기가 서야할 땅을 잃고 허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영혼은 그가 안주할 땅을 잃고 울고 있는 것이다. 죽을 수 없는 생명이 제자리를 잃을 때 그는 방황하고 항거하고 광란하고 폭발 한다. 가슴속을 시원히 풀어내지 못하는 생명이 이기와 폭발로 자기를 주장하고 술과 환각제와 퇴폐로 자기를 속이고 뭉게며 생명의 빛에서 도피를 시도한다.
참으로 자기가 서야할 땅을 스스로 잡지 못하고 있는 한 그는 끊임없이 허대면서 혹은 잠잠히 혹은 크게 퇴폐와 반사회적 광란이 지속되는 것이다.
 인권은 인간이 가지는 본래의 권능이다. 그는 때묻을 수 없고 변할 수 없고 속박 받을 수 없고 빼앗길 수 없다. 절대의 신성과 권위와 위력을 자기 수중에 유보하면서 절대적인 자율로 자기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것은 밖에서 보장해 주어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밖에서 강탈하여서 빼앗기지도 않는다. 모름지기 스스로 가 스스로의 절대 신성 존엄한 권능을 알고 행사하는 데서 그가치는 빛난다. 퇴폐단속도 좋다.
사회악 엄단도 더욱 좋다. 짓눈린 인권을 옹호하고  그가 기를 펴고 자유로이 재능을 발휘하는 것은 더욱 좋다. 그렇지만『인권』은 스스로 있는 것을 자각하는 자에게서 비로소 가치가 나타난다. 천부의 인권의 자각ㅡ이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사회의 평화 · 안녕 · 순화 · 자유 이 모두의 기초가 인권의 자각의 직결함을 알 때 불자의 책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의 불교 종단은 마땅히 그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야한다. 불교종단은 이것이 개인 신앙체가 아니고 신앙을 중심한 집결체며 공동체인 까닭에 개인의 수행이나 공동재산의 관리나 공동적 인재양성이나 공동적이해균점 등은 사뭇 뒤의 일이다. 종단의 一차적 기능은 전법 · 포교에 있으며 사회정화 내지 역사의 청정을 담보하는데 있다. 이것이 종단의 제一차적 존립목적이다. 이것을 위해서 종단적으로 인재도 기르고, 교육사업도 하며, 수도기관도 운명하고, 재산도 중식하고 관리하며, 교도와 비교도의 사회적 조직도 확대해 가는 것이다. 포교와 사회정화를 등한 시하는 종단은 불교종단이 아니다. 그것은 불교도의 연합체며, 사찰의 협동조합이며, 목적사업이 없는 재단이다.
 종단은 마땅히 제 一의 것을 제一에 앉히는 계획작업이 시급히 요청된다. 오늘 날의 현실에서 불자의 과업을 다시 한번 직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