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은 어떻게 읽는가?

2001-05-10     관리자

[경은 어떻게 읽는가?]

수행의 한 방편으로 독경을 택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인 '수행으로서의 독경'을 보통 '경전 해석'으로 잘못 아시는 분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경공부는 '경을 소리내어 읽는 것'과 '경의 뜻을 이해하고 풀이해서 아는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는 지식을 더하는 공부요 수행으로서의 공부는 아닌 것입니다.

흔히 '경은 (내용을) 알고 읽으라'고 말합니다. 내용을 모르고 막무가내식으로 읽는 것보다는 지금 읽는 경전이 무엇을 말하는가 그 내용을 이해하고 읽으라, 는 말씀이지요. 그래야만 경의 내용이 생생히 이해되고 경읽는 공덕도 더 크진다, 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올바른 독경 태도를 정확히 지적하신 것이라 생각됩니다. 경 내용을 알고 읽는 것이 전혀 모르고 읽는 것보다는 훨씬 더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러나 독경을 수행으로 할 때에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자구(字句)에 알음알이를 일으켜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경 읽는 것이 소홀해 진다든가, 내용을 좀더 이해하려고 경을 읽는 속도가 달라진다든가, 경을 읽으면서 자꾸 해석을 하려 든다는가 하면 안되는 것입니다.
경에 대한 이해, 해석은 독경이 끝나고 할 일입니다. 경을 읽을 때는 한 생각도 일으키면 안됩니다. 오직 부처님 앞에 지극한 한 마음을 바칠 뿐인 것입니다.

독경이란 그 내용을 알든 모르든, 이해가 가든 안 가든, 우리는 부처님께 나의 목소리, 나의 정성을 바치고 공양 올리는 것뿐입니다. 내가 무엇을 알기 위해서 경을 읽는 게 아니라, 내가 깨치기 위해서 경을 읽는 게 아니라, 부처님 기뻐하시게 부처님 대신 내가 시방 법계 가득한 유정 무정 중생들에게 부처님 말씀을 대신 읽어 드리는 것뿐입니다. 내가 읽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이 설법하시는 것이 독경의 올바른 모습입니다. 또한 독경은 공양 올릴 것 하나 없는 초라한 범부 중생이 부처님께 올리는 가장 정성어린 공양구(供養俱)입니다.

따라서 이 경을 공양 올리는데 내가 알고 모르고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저 쉼없이 다함없이 내 목소리로, 내 마음으로 부처님 말씀을 공양 올리고 또 올릴 뿐인 것입니다. 그런 연후 나중에 시간이 있으면 내가 읽었던 경의 내용이 과연 어떤 것이었는지 책을 보고 법문을 듣고 그 내용을 이해해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올바른 경 읽기의 자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지 않고 경을 해석하는 것을 가지고 독경을 한다, 공부한다, 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그러면서 공부해도 소용없다고 말씀하시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참 딱한 일입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알음알이는 늘지 몰라도, 아하! 하고 지식적인 감흥은 일지 몰라도, 경 속에 숨어있는 부처님 가르침의 깊은 공덕은 내게 오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공부 해 봐야 공덕이 없는 것입니다. 번뇌가 없어지지도 않고 남의 번뇌를 없애지도 못합니다. 다만 내 지식만 늘고, 내 아는 것만 늘 뿐입니다.

진실로 수행을 하려면은 부처님께 오직 이 마음 공양 올릴 일입니다.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자 하는 이 간절한 마음, 그리고 온 정성을 다하여 알든 모르든 오로지 부처님 전에 한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읽어 나갈 때, 부처님 밝은 가르침은 현실로 우리 마음에 살아 움직이게 될 것입니다...

나무미륵존여래불
나무마하반야바라밀...



이종린 合掌

*참고로, 경 전체를 읽을 시간이 없으신 분들은 우선 시간 되는대로 일부만 읽으시고, 다음 번에 이어서 읽으셔도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양(量)이 아니라,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자 하는 그 '지극한 마음'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