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로 여기서 행복하기

종횡무진(縱橫無盡) 상담실

2008-02-28     관리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새해에도 여러분의 마음 속 소구소원이 이루어지시고, 만병이 치유되시며, 만사 여일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새해 새벽에 올리는 통알(通謁)은 제불보살님과 큰스님께 인사드리고 대중에게 덕담과 보시를 주고받는 절차인데, 새벽의 상서로움과 함께하니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도 인연이 되시길 기원드립니다.
지금 제가 있는 이곳 삼각산 동국대 수행관에는 서설(瑞雪)이 온통 세상을 하얗고 아름답게 덮고 있습니다. 육도 윤회를 끊어 해탈을 얻고자 처절한 참회와 발원까지도 모두 놓아 버리고, ‘이생에 성불하려면 어떻게 할까?’ 하는 일념 하나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새해 아침 벽을 향해 정좌(定座)하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가 다시 떼었을 때 다가오는 밝음을 향해 먼저 이렇게 되뇌어 봅니다. “나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나는 참 아름답고 가치로운 사람입니다.”, “지금 자유롭게 숨 쉬고 사유할 수 있음에 너무도 감사합니다.”라고 말입니다.
이렇게 감사와 행복함으로 인해 제 마음은 고요해집니다. 감사가 나의 온 몸에 훈습되고, 긍정적 에너지와 행복감이 보름달처럼 가득하도록 말입니다. 그리하여 감사와 행복의 기운이 나부터 넘쳐, 나와 내 이웃으로 퍼지고, 더 나아가 나라와 세계 인류, 그리고 온 우주 법계까지 퍼져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이러한 시간과 공간을 들러 세상을 향해 정진하는 발걸음에 즐거움과 맑고 행복한 힘이 실려 있음을 느낍니다.
저 자신도 한동안, 어린아이처럼 감사거리 3,000가지씩 써보는 연습을 즐겨하였습니다. 나중에는 이 구석도 감사하고, 저 구석도 감사하고, 얼마나 감사한지 눈물이 펑펑 쏟아지고, 뼛속 깊이 감사함으로 충만해지고, 콧구멍이 두 개라서도 감사하게 됩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감사하라
오랜 수행을 해 오고도 다음과 같은 고민을 얘기하였던 보살님이 있었습니다.
“스님!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며 ‘~했겠지’까지는 되는데, 그 사람에게 감사는 정말 안 되네요.”
자신을 힘들게 한 존재를 용서하고 감사까지 하게 되는 일은 말이 쉽지 진정 어렵습니다. 그 상처받은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저도 처음부터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고, 행복해지기까지 무척이나 힘이 들었습니다. 감사를 해야 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감사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악근(惡根)을 끊어내는 선근(善根)이기 때문입니다. 그 감사의 마음이 내 안에 있으면, 기기묘묘한 것이 인연법인지라 나에게 하루에도 수차례씩 감사의 연기(緣起)가 온다는 말입니다.
법화경을 보면 자신의 뺨을 때리고 비웃는 사람에게도, 그의 불성(佛性) 있음을 감사한 상불경보살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신을 아프게 한 그도 부처가 되기 위한 길을 가는 중이라고 이해하며 공경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경전과 조사스님들의 어록을 보면, 이렇게 행복을 관리하는 방법을 너무도 자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감사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입니다. 그래도 잘 용서가 안 되면, 그 상대를 향해 108배, 3,000배라도 해보시길 권해봅니다. 감사를 하고 있노라면, 악연의 화살도 용서로 변하여 꽃비로 떨어지고 맙니다. 상대방이 설사 나에게 미운 짓을 했더라도 ‘그럴 만했겠지, 그것만도 감사하구나!’, 혹은 ‘업이 하나 지나가 주니 얼마나 감사한가!’라고 생각하면 다시 마음은 고요하고 행복해집니다.
잠시 힘들었던 고통은 찰나찰나 변화하여 무상해집니다. 감사함을 선택하면 금새 감사할 행복의 인연이 오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어렵고 힘들게만 느껴졌던 업무나 사람과의 관계가 술술 풀려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므로 그 어떤 일보다도 가장 먼저 해야 할 시급한 일이 마음 작업일 것입니다. 물론 미래의 행복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염불이나 화두참선 등의 주바라밀뿐 아니라, 자신의 생활세계에서 주력할 조바라밀에도 부지런할 필요가 있습니다.
행복을 가꾸는 법은 동·서양이 비슷하게 보입니다. 칸트도 행복원칙으로 세 가지를 들었습니다. 첫째 어떤 일을 할 것, 둘째 어떤 사람을 사랑할 것, 셋째 어떤 일에 희망을 가질 것이 그것입니다. 이는 불교의 정명(正命, 바른 직업과 소명), 서로 이해하고 감사하며 자비심을 가지고 승가공동체와 함께 가는 것, 모든 일을 바르게 보는 것[正見]과 일맥상통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새해에는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가르치는 것보다, 타인에게 감사하고 그로 인해 지금 바로 여기서 행복하시길 두 손 모아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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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각 스님 _ 5세부터 청화, 서옹 스님으로부터 참선수행을 사사받았으며, 용인 법륜사 제일선원에서 수행정진했다. 1급 전문상담교사로서 법륜(法輪) 선상담연구소 소장, 동사섭(서울·경기) 집단상담 팀장을 역임했다. 현재 동국대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선불교 상담심리’를 전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