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종립학교의 불교교육 실태

특집/종립학교의 교육

2008-02-16     김영길

  1 종립학교의 어제와 오늘

 종립학교라 함은 불교 종단에서 세웠거나 운영하고 있는 학교이다. 따라서 2세 국민의 교육에 있어 무엇보다도 불교 정신에 바탕을 둠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고 하여 흔히들 알고 있듯이 교육이란 수단을 통하여 현실적인 불교 인구의 저변 확대를 도모한 것만은 아니다. 종립학교의 효시로서 동국대학교의 출발이었던 명진(明進)학교가 一九0六년에 설립됐을 때 부터 이 나라의 불교인들은 나라를 지킬 일꾼을 길러내고, 거세게 닥치는 외래사조로부터 겨레를 지키고자 새 시대 새 학문의 터밭을 일구는 마음으로 학교를 세워왔다. 특히 해방을 전후하여 민족 교육의 필요에 부응하여 전국의 각 본산(本山)에서 학교를 세우고 많은 승려들이 교육계로 투신했던 것이니 지금도 지방에 따라서는 많은 수의 학교 책임자가 불교계 출신임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출범을 보인 불교 종립학교는 해방으로부터 오늘로 이어지는 불교계의 불안정과 탁류에 밀리어 학교는 학교대로 답보(踏步)를 면치 못 하고 전답을 떼내어 학교를 세웠던 사찰은 그 나름대로 재산만 잃었다는 생각과 함께 분쟁속에서 방심한 게 사실인 것도 같다.

그러다 보니, 학교도 없어져 갔다. 해인사에서 세웠던 해인대학〔뒷날 마산 대학으로 개명〕이며, 통도사의 보광중학 등등이 그렇다. 그렇다고 반대의 현상이 전연 없는 것만은 아니다.
근년에 와서 가장 두드러진 예로 서울 도선사에서 이룩한 평택의 청담중고교며 〔현재 불교전문대학 인가 신청중], 봉선사에서 관계한 광동학원에서 올해부터 의정부 여고를 개교시킨 일 등은 세존의 서광이 그 곳에만 비추인 듯한 뜨거운 감회가 크다. 이에 앞서 동국 학원에서 一九六五년에 은석초등학교, 六六년에, 부속중고교, 六七년에 명성여자중고교를 흡수하여 종립의 한가족으로 만든 것은 전 종단의 역량을 모둔, 중앙의 종립학교 모체로서 생색을 지켜온 흔적이라고도 하겠다.

 그러나 一九六九년 문교당국의 중학교 평준화 그리고 一九七五년의 서울, 부산을 비롯한 고교평준화의 실시로 중등교육 전반에 걸친 특수성은 빛을 바래가고 따라서 특정의 종교교육 내지 건학이념 구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에 있다는 사실은 비단 불교 종립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리라 이 점에 종립학교의 불교교육을 특수한 체제와 인원만으로 실시하고자 할 때 파생되는 갖가지 문제는 범종단적인 과제로 숙고되어야 할 줄 안다.

  2 종립학교 현황

 그나마 현실적으로 이러한 문제에 부닥치고 있는 종립학교와 불교교육의 실태는 천 오백 만 운운하는 불자(佛子)의 계수적 위세로 볼 때 부끄러운 실정에 처해 있다. 현재 조계종을 중심으로 한 각종 불교 종립학교의 주된 모임으로「불교 종립학원 연합회」가 구성되어 동국학원을 비롯한 7개 학교법인의 초 · 중 · 고 · 대학 22개 학교가 회원교로 짜여 있다. 그리고 회원교 이외에 4개교와 기타 진각종 산하의 4개교 정도가 알려져 있을 뿐이다. 그러니 30개 정도의 종립학교가 있다는 결론이다. 그리고 종립학교가 수용하고 있는 총학생 수는 줄잡아 6만 명을 넘지 못 한다. 결코 적은 수라고만은 못하겠지만, 천 오백만 불교도란 이에 비해 너무나 엄청난 잠자고 있는 거물임에는 틀림없다.

  3 종립학교 교육의 현실

 내일의 천 오백 만 불교도의 대들보가 되어야 하고 오천 만 겨레와 나라의 불교적 진로를 개척해야 할 가장 가능성 짙은 6만 학생의 불교교육은 구체적으로 27명의 종립중고교에 종사하는 교법사와, 동국대 불교대학 교수 10여명의 현장 임무에 간신히 매달려 있다. 그래도 대학에 있어서는 공식적인 교과요목으로 불교가 교수(敎授)되고 있다는 점만으로 중고교 보다는 형편이 낫다. 종립 학교의 대부분인 중고교에서는 1개교에 한 두 분에 불과한 교법사가 주 1회씩 실시하는 교실강의가 불교 교육의 전부이다. 그나마 교법사의 신분은 다른 교과목의 교사라는 법적 너울을 쓰고 실제로 다른 과목의 강의를 겸하는 것이 통례이기도 하다.

 교법사단의 모임이 있을 때 마다 많은 문제가 거론되지만 지난 80년 1월의 정기 총회에서도 종단 일각의 인사가 교법사를 「교법사 선생님」이라 부르는 이가 있을 정도로 불확실성의 시대에 불확실한 신분과 위치에서 온갖 미해결의 문제 속에 고전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교법사이자 학교의 불교교육이다.

 일례로 학교에 따라서는 교법사에게도 일반교직자가 부담하는 근무상의 모든 임무가 그대로 부과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일, 숙직 등이다. 현장에서 건학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주역들인 이들에게 교단에서 보여주는 성의나 뒷바라지는 아무 것도 없다. 실질적으로 그네들은 다만 나라의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근무하고 대우받는 교사이고 그렇게 익숙해져가고 있다. 그런데도 과외로 교법사의 임무를 안고 자랑삼고 미련을 못 버리는 이들이다. 한편 교법사들은 스스로의 자질 문제를 염려한다. 그들의 경력에서 불교와의 남다른 인연이나, 대학에서 불교학을 전공했다는 것을 제외하고도 그들에게는 법사라는 그 무엇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 또한 그들 스스로만의 문제일 수는 없지 않겠는가!

  4 종립학원 연합회의 활동

 종립학교의 불교 교육의 효율 증대와 회원교 간의 친선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종립학원 연합회가 발족한 지도 10개 성상이 흘렀다. 그동안의 자취에서 불교 교본을 발간하여 모든 회원교에서 교재로 쓰고 통일된 불교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한 업적은 정말 돋보이는 일이었다. 그리고 교법사와 종립학교의 전 교직원에 대해서 불교의 이해와 신앙증진 등 불교와의 접근을 위한 수련회를 30회 가까이 시행한 것은 나름대로 종립학교와 불교 교육에 대한 현안 문제를 종립학교 스스로가 해결해 보려는 값진 안간힘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매년 거듭 되는 불교 교본의 외상 출간이 그 하나이다.

  5 종립학교의 나아갈 길

 우리의 2세 국민 교육에 이바지하는 타종교계의 열성은 숫자로 보아도 뜨겁다. 중고등학교 67개교, 대학이 다섯이 있고 기타 많은 초등학교가 있다. 또 그 종교의 다른 파에서는 놀랍게도 총학교수 二백 二十二개교라고 하니 참으로 장한 쾌사가 아닌가!

 이제 우리 종단도 총화의 출범을 했다. 내적으로 산적한 고질들이 하루 빨리 치유되고 우리역사와 문화 속의 종교 내지는 제 1의 대종단 다운 면모를 교육분야에서는 여실히 드러내 줄 수 있기를 간원해 본다. 문교 행정이야 획일화를 추구하든 평준화를 도모하든 그 모두가 교육의 효율화를 위한 국민계도의 일환이다. 이에 대처한 종립학교의 불교 교육도 특정의 체제나 인원에만 얽매이기 보다는 불교적 교육 풍토의조성이 현안 문제가 아닐까 한다. 한편〈고생놀래기〉제 살 뜯는 식의 자구책이라 할 종립학교연합회의 내일이 오늘과는 달라져야 하겠다.

 그 만큼 많은 고충과 문제를 안고 있는 종립학교와 불교 교육의 실태는 그 만큼 많고 훌륭한 교계 인물의 출현을 기대하고 그들을 위한 녹지로서 펼쳐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