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골짜기] 한 청년불자의 고언

푸른 골짜기

2008-02-05     이재범

  고도로 발달한 현대의 과학문명으로 말미암아 물질만능의 풍조가 만연하여 전통적인 윤리의식과 도덕관념은 거의 붕괴되었다.
  현대인은 철학의 빈곤으로 메마른 정신환경 속에서 관능적이고 말초적인 생활을 꾸려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신의 자양분을 제공하는 종교를 전근대적이라하여 박물관의 유물시하는 경향이 없지않다. 이런 풍토와 환경 속에서 자라난 요즈음의 일부 학생들은 불교를 종교로서 보다는 하나의 학문, 혹은 사상으로서 한국의 이해를 위하여 배운다.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웠던 조상의 얼을 이해하기 위해 불교를 공부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너무 비판할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교를 학문으로서 공부하기 시작하였다 해도 곧 실천수행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겠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불교를 공부하는 데 있어서 첫번째의 장애는 불교를 오늘날의  언어로 우리의 가슴에 울려주는 책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경전속에 아무리 주옥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해도 그것이 오늘날의 언어로 우리들의 가슴을 울려주지 못할 때 그 가치는 흙속에 파묻혀 있는 옥과 무엇이 다를까. 불교인은 이웃의 고뇌를 너무 등한시 한 것 같다. 돈도 권력도 없는 나약한 중생들에게 생의 의욕과 희망을 안겨주고 삶의 지표를 제시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불교인은 무사안일에 안주하고 있다고 세상에선 말한다.
  지고의 평등과 자유 그리고 대자대비……. 이것이 우리불교의 기치가 아닌가. 그런데도 허울좋게 신도의 양적통계, 숫자나 내세우고 중생들의 고뇌를 외면하고 있다면 되겠는가? 중생들의 마음에 부처님의 지혜광명을 전해주며 가난하고 나약한 중생들의 참된 의지처가 되어 주어야 겠다고 마음속 깊이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