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님의 종소리!

2001-02-16     관리자




[큰스님의 종소리]

광덕 큰스님께서 봉은사 주지를 하시던 60 년 대 어느 날, 평소에는 울리지 않던 절의 대종(大鐘)이 울렸습니다. 대중들은 무슨 일인가 하고 모두 모였는데, 종은 큰스님께서 울리신 것이었습니다. 의아해 하는 대중 앞에 큰스님은 슬픔을 가누지 못하시며 비통한 심정으로 말씀하십니다.

봉은사 땅을 총무원에서 몽땅 팔았으며, 부처님 정재를 지키지 못한 자가 무슨 할 말이 있느냐, 태산이 내 가슴을 친 것 같구나. 나는 지금부터 일체의 공직을 맡지 않을 것이다, 대중들도 모두 선방으로 공부하러 가거라...

큰스님은 이후로 해인사 주지직을 맡으라 해도, 조계종 총무원장직을 맡으라 해도 일체를 거절하시며, 오로지 세속에서 새로운 불사(佛事)인 불광 운동만 지속하시게 됩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홍교 스님이 하신 큰스님 추모 법회글(불광 99년 5월호)에서 읽고 큰스님이 왜 그러 하셨는가 하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큰스님같이 원력 크시고 법력도 높으시며 능력도 많으신 분이 총무원장이 되셨으면 좀 좋았을까? 이렇게 한 편으로는 정화 불사의 큰 소명을 철저히 뿌리치시고 저자 거리에 숨으셔서 하화중생(下化衆生, 중생 속에서 중생이 되어 같이 지내는 것)의 한 생을 보내신 스님께 조금은 야속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저도 큰스님의 그 슬픔, 그 깊은 뜻을 조금은 알 둣 합니다.

비법(非法)이 활개치고 정도(正道)는 비웃음 받는 사회. 정도를 걷고자 하시는 분이 세상 물정 모르는 이로 비웃음을 사고 비정상으로 취급받는 사회. 아무리 사심 없기를 애원으로 간청해도 도처에 사심으로 가득 찬 분들. 또 그 분들이 버젓이 큰스님 행세를 하는 사회. 견성과 중생구제의 큰 뜻을 세우고 바랑 하나에 몸을 싣고 한 모금 물로 가난하게 정진하는 저 스님들은 멸시 받고 천대 받으며, 그리고 그런 내막을 알지도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그 사회를 사는 중생들... 이런 무명(無明,어리석음) 속에서 보현행원을 맹세한 큰스님인들 그 무슨 희망을 발견하셨겠습니까... 그러니 차라리 저 중생 속으로 직접 들어 가 내 생명 다할 때까지 부처님 무량 공덕에 몸을 심을 수 밖에...

저는 요즘 그런 심정입니다.

나라는 어지럽고 무엇이 정의인지 모르는 사회. 물질적인 성장이 없는 문화나 지식은 천대 받고 오로지 눈 앞의 부귀 재화에만 눈이 어두운 전도된 가치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도덕성보다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 교육은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고 자식 교육을 위해 가진 자들이 대거 이민을 가는 나라. 당장 눈 앞에 이익만 된다 하면 국토야 어찌 되건 개발이다 뭐다 하며 댐을 세우며 골프장 짓느라 그 귀한 산하를 아무런 가책도 없이 파 헤치는 지방자치 단체, 졸부들. 무슨 일이 있다 하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자신의 잘못 또한 모르며 무조건 남 비판, 비난에만 열 올리는 국민들. 자신의 한계는 하나도 모른 채 그저 자신이 하는 생각, 하는 일은 무조건 옳기만 한 줄 아는 자칭 민주화 세혁, 시민단체 그리고 사회의 지도자 그룹들. 이런 판국에 나라를 이끌어 가야할 종단의 최고 지도자 분조차 초등학교 아이도 웃을 말씀을 하여 국민들의 허탈을 초래하는 현실. 한 나라의 희망이어야 할 교육도 종교도 모두 모두 사라진 듯한 현재의 모습... 실로 암담하고 한탄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온 나라가 집단 환각에 빠지고 온 국민이 집단으로 광기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리를 걸어 가노라면 언제나 마주치는 이름모를 저 순박한 중생 부처님들!
한없이 맑은 얼굴과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노라면 사무친 마음은 간 곳이 없어집니다.
그래, 저 분들을 잘 모시자! 저 분들이말로 진짜 부처님이지!!! 저 분들에게 희망을 키우자...

큰스님의 그 때 심정도 아마 이와 같지 않았을까요?
저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천지가 개벽하는 대전환의 시기이며 새 희망을 창조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불교의 등불을 밝혀야 할 것입니다.
가진 자들의 불교, 선택된 자들의 불교가 아니라 외롭고 고달픈 분들을 위한 불교 ,생활 속에서 그대로 수행을 이루고 깨달음을 이루는 불교로 바꿔 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두 명의 스타급 불자가 아니라, 이 나라의 모든 불자-그 중에서도 우리 젊은 불자님들이 잠을 깨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원력의 불, 보리심의 불을 우리 있는 그 자리에서 크든 작든 활활 타오르게 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나 자신부터가 달라져야 합니다. 나 자신부터 허리멍텅한 생활을 청산하고 진정 보리심을 내어 마음의 등불 환히 밝히고, 그 등불로 주위를 밝히며 마침내 잠자는 이 땅의 모든 불보살님들을 깨워 드리러 나가야 할 것입니다.

불자님들!
종소리와 함께 명예와 안락의 길을 버리고 세속에서 희망 찾아 중생 속으로 들어가신 큰스님의 원력을 우리 잊지 맙시다.
우리도 다 같이 중생 속에서 새로운 블교, 새로운 부처님 소식 공양 올려 봅시다!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나무 아미타불

이 종린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