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삼형제(1)

2001-02-03     관리자

[고슴도치 삼 형제(1)]

'인간 극장'이라는 프로가 있습니다. 평범한 우리 이웃의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인데, 지난 해(2000) YWCA가 주는 '좋은 TV 프로그램'에서 대상을 받았고, 민주언론운동시민 연합의 '올해의 좋은 방송'에 선정되기도 한 프로입니다.
작년에 '작은 거인들(정확한지 모르겠네요?)'이라는 이름으로, 유전질환인 선천성 연골무형성증(왜소증, 소위 '난장이'를 말합니다)에 걸린 형제 세 명이 살아가는 모습을 방영한 적이 있는데, 그 후 다시 후편으로 '작은 거인 4 형제'를 방영한 것입니다.

저는 작년에 이 프로를 보면서 키가 왜소해 겪는 그 분들의 아픔이 무척 안타까웠던 기억이 납니다. 다만 이 분들이 자신의 모습을 한탄만 하지는 않고, 오히려 서로 의지하며 당당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어 대단히 보기가 좋았습니다.
방송이 나간 후 이 분들은 자신의 왜소증을 한탄하거나 부끄러워 하지만 않고, '한국 작은 키 모임(http://www.lpk.co.kr)'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을 전국의 왜소증 환자 및 가족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불자님들, 이 형제분들, 참 훌륭하시지 않습니까?).

물론 이 모임을 만들게 되기까지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우선 이런 모임을 만든다고 할 때 누가 과연 동조할 것이며, 또 그렇게 동조해서 나온 분들이 있다 하더라도 별 볼일없는(?) 자신들이 그 분들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 것인가(생계 해결책 등 실지로 도움될 일), 에 대한 회의가 컸지요. 하지만 이 분들은 일단 이렇게라도 해야 그 분들이 희망을 갖지 않겠는가, 하여 마침내 '한국 작은 키 모임'을 만들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모임을 만들고 보니 의외로 우리 주위에는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저 멀리 진주에 있는 경상대학에서 열린 첫 모임에서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여러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 중 제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젊은 학생들의 부탁의 말씀이었습니다. 자신과 같은 왜소증을 가진 자녀를 두신 부모님들은 자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고, 그리고 자꾸 그런 사실을 남에게 숨기려 들게 아니라 당당히 밝히고 그렇게 살아 가도록 내 버려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자기들은 아무런 마음의 불편, 장애가 없는데 괜히 옆에서 눈물 흘리고 안타까워 하니 그것이 더 부담스러웠다는 것이지요...

형제들은 그 외에도 자신들을 도와 주신 분들에 대한 보답의 뜻으로 외로운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한 무료 공연도 가는 등, 몸은 비록 왜소하지만 제목 그대로 '작은 거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애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인데, 우리는 스스로의 장애는 보지 못하며 남의 장애를 비웃고, 또 외관으로 드러나는 장애를 가지신 분들은 얼마든지 그 한계를 벗어나는 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렵게들 살아가십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