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열반 경위

부처님 열반의 내용

2008-01-29     관리자

  1 열반에 드신 날은 언제인가

 부처님을 깨달으신 어른이시다. 깨달았다 함은 번뇌가 다하고 애착에서 벗어나신 것이다. 그러므로 깨달음은 바로 열반이라고도 해석된다. 그렇다면 부처님은 열반으로 영원하실 것이므로 다시 열반에 든다는 말은 무슨 뜻을 갖는 것일까?

 열반의 뜻은 다른 기회에 생각하기로 하고 우선 범부들은 부처님의 엄숙한 성체장엄을 보고 부처님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 부처님의 성체가 멸하면 부처님은 육체가 아닌 깨달음의 경계, 즉 열반에 잠기는 것으로도 이해 될 수 있다. 대게 이러 면에서 부처님은 깨달음과 함께 열반으로 영원 하시건만 범부들은 부처님의 육체적 입멸을 열반으로 부르게 된 것이리다.

 부처님 열반을 둘러싼 경위에 대하여 우리는 많은 경전에서 그 사실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에 대하여 우리들은 아직 그 참의미를 알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기 이를데 없다.

 부처님은 그때에 꼭 열반에 드실 필연성이라도 있었던가. 열반에 들 예언을 어쩌면 마군에게 맨 먼저 말씀하셨던가. 부처님의 위신력만 못하더라도 한 겁이라도 수명을 늘릴 수 있는데 어찌하여 열반에 들지 않으시기를 애원하는 제자들의 청을 물리쳤던가. 부처님께 과연 병이 있었던가. 열반에 드실 것을 예언해 놓고 베에사아리에서 쿠시나가라까지 이르는 동안 수많은 사건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시어 법을 설하신 참 뜻이 무엇이었던가. 순타와 수발타라는 어찌하여 잠깐동안에 입멸을 취했던가. 우리들은 다만 부처님의 대자비 방편으로써의 열반 시현을 믿으면서 그 사이에 혹은 말씀으로, 혹은 몸짓으로, 혹은 앉고 눕는 것으로, 열어 놓으신 대감로의 문을 참으로 알고자 머리 숙일 뿐이다. 여기서 필자는 부처님의 열반의 뜻을 거론하지는 않겠다. 다만 열반에 드신 전후 경위를 경의 말씀에 따라 간추려서 거룩한 자취의 일단으로 더듬고자 한다. 

  2 입멸을 예언하시다

 부처님은 아난을 데리고 걸식에서 돌아오시는 길에 잠깐 쉬어가기로 하였다. 아난은 동산에 들어가 전망이 시원한 곳을 찾아 그곳에 자리를 깔아 드렸다. 부처님은 이 곳에 앉아 한참 동안 삼매에 드시더니 아난을 불러 말씀하셨다.

「아난아, <베에사아리>도 좋은 곳이고 다른 16나라 가운데 어디고 다 즐거운 곳이다. 강가에서는 황금이 나고 곳곳이 그림과 같이 아름답구나. 4신족(神足)만 얻은 사람도 한겁이나 혹은 반겁사이라도 목숨을 이세상에 머무를수 있다」하시면서 부처님은 세번이나 은근하게 의미가 담긴 말씀을 되풀이 하셨다. 그러나 아난은 마음이 어두워 그 뜻을 살피지 못하고 아무말이 없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물러가서 생각해보라」하시고 시냇가 나무 그늘밑으로 가 앉아 계셨다.

 그때 악마는 부처님께 와서 예배하고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그만 열반에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부처님의 교화는 이미 마쳤습니다. 지금이 바로 세상을 떠날실 때입니다.」
「물러가라 악마야. 내 일은 내가 잘 알고 있다.」
「세존이시여, 일찌기 부처님께서 처음 대각을 이루셨을때 제가 나아가 열반에 드실 것을 권한바 있습니다. 그때도 부처님께서는 때를 알고 있다하시고 또한 부처님의 제자나 천상과 인간들이 부처님의 위덕을 볼 때까지는 열반에 들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사오나 이제는 부처님의 거룩한 사업은 다 마쳤습니다. 빨리 열반에 드십시오.」

「물러가라. 여래는 스스로 때를 안다. 나는 앞으로 석달이 지나서 구시라땅 사라쌍수 사이에서 열반에 들 것이다.」

 이 말씀을 들은 악마는 춤을 추며 기뻐하고 사라졌다.

 그 무렵 아난은 땅이 요동하고 이상한 꿈에 놀라 부처님 앞에 달려왔다. 그는 놀래서 부처님께 사연을 말씀드렸다. 어쩌면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지는 않나하는 두려운 예감이 든 것이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아난아, 나는 지금부터 석달이 지나면 열반에 들 것이다.」 이 말씀을 들은 아난은 놀라고 놀랐다. 「부처님이시여,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사 일겁이나 반겁을 더 머물러 계시어 천상이나 인간을 지도하여 주소서.」세 번이나 청하였으나 부처님은 다른 말씀이 없다.

「지금은 청할 때가 아니다. 내가 석달 후에 열반에 들 것을 악마에게 말했다. 아난아, 너는 내가 두가지 말하는 것을 들었더냐.」아난은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여 울면서 아뢰었다. 「부처님게서 어쩌면 이렇게도 빨리 열반에 드십니까? 세상에 광명이 없어짐이 어찌 이같이도 빠릅니까?」

 부처님은 아난을 달래며 말씀하신다.

「아난아, 슬퍼하지마라 일체유위법(一切有爲法)은 다 이런 것이다. 한번 만나면 다 갈리는 것이다.」
「그렇지만 중생들은 인자하신 아버지를 잃습니다. 마치 금방 낳은 송아지가 어미에게서 떨어진 것과 같습니다.」

「아난아, 근심하지 마라. 설사 내가 한 겁을 더 머문다하더라도 너희들을 만난 이세상에는 언젠가는 갈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괴로워 하지 마라. 설사 내 육신은 없어지더라도 내가 남긴 묘법과 볍신은 어제든지 남아있지 않겠느냐.」부처님은 아난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 가셨다.

 그리고서 모든 비구들을 강당에 모이게 하였다.

  비구들에게 거듭 거듭 수행하는 방법을 간곡히 말씀하시고 다시 4념처(念處) 4신족, 5력(力), 8성도(聖道), 등 많은 법문을 말씀하셨다. 그리고 말씀하시기를 「나는 이 법을 깨달아 남을 위하여 설하여 왔다. 이 법은 능히 너희들을 해탈에 이르게 할 것이다. 너희들은 잘 받아 가져서 행하도록 하라. 나는 석달이 지나면 열반에 든다.」

 그 다음 날 부처님을 베에사아리를 떠나실 때 몸을 돌이켜 성을 돌아보시고 웃으시면서 「이것이 마지막으로 이 성을 보는 것이다. 이 몸을 가지고 다시 이 성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하시니 한조각 구름도 없는 하늘에서 금방 빗방울이 떨어지며 소낙비가 되었다. 많은 비구들이 슬퍼하고 땅에 엎어져서 탄식하였다. 시민들과 행인들 모두가 함께 슬퍼하였다. 

  3 순타의 최후공양

 부처님은 <간단>촌과 <부과>시를 지나 <파아바>성에 이르렀다. 그 때가 2월 14일이다. 부처님이 머무신 동산은 성 중의 철공집 아들인 <순타>의 소유였다. 그는 일찍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 부처님은 이 곳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세간살이에 관한 법을 설하셨다. 부처님이 오신 것을 안 순타는 기쁜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급히 동산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예배하였다. 부처님이 오래지 않아 열반에 들 것이라는 말씀을 듣고 순타는 놀라고 슬퍼하여 땅에 쓸어져서 울부짖었다.

「부처님이시여, 이제는 모든 중생을 사랑하지 않으십니까? 어찌하여 열반에 드시려 하시옵니까? 원하옵건대 더 오래 이땅에 머물러 주시옵소서.」

「순타야, 슬퍼하지마라. 모든 법은 다 변천하는 것이다. 만나는 자는 반드시 이별하는 것이다.」

「부처님이시여, 저도 그것을 모르는 바 아니옵니다. 세상에는 인간으로 태어나기 어렵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가기 어렵사옵니다. 그것은 마치 겨자씨에 바늘을 던져 맞추는 거와 같고 눈 먼 거북이가 바다에서 나무토막을 만나 그것을 타고 세상구경하는 거와 같다하였는데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열반에 들지 마옵소서.」

「너는 그런 말을 하지마라. 삼계(三界)는 다 덧없는 것이다. 항상 근심이 있는 것이고 몸은 고통의 덩어리다. 나는 이것을 여의고 진실을 증득하여 이미 모든 고통을 벗어 났다. 그러므로 내게는 늙음도 없고 병도 없으며 죽음도 없고 수명이 다함도 없다. 나는 너와 일체중생을 불쌍히 여기므로 열반에 들고자 하느니라. 이것은 모든 여래의 법이다.」

 순타는 부처님 설법을 듣고 기뻐하여 자기의 공양을 받아 주시기를 청하였다. 부처님은 이를 허락하시었다.

 날이 새어 부처님은 여러 비구를 데리고 순타의 집에 가서 공양을 받으시었다. 그때 순타는 특별히 <찬다나> 나무버섯 요리를 장만하여 올렸다. 공양이 끝나자 순타는 부처님게 아뢰었다.

「세상에는 어떤종류의 사문(출가 수행인)이 있습니까?」 부처님은 네가지 사문을 말씀하셨다.
그리고서 「순타야, 한사람의 허물을 들어서 여러 사람을 책망하여서는 안된다. 세상에는 선악이 있고 더러움과 깨끗한 것이 섞여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한가지로 보아서는 아니 된다. 그러므로 형상만을 취해서 급히 서로 친하여서는 아니된다. 형상만이 좋은 것은 좋은 것이 아니요 마음이 깨끗하고 맑은 자라야 좋은 것이다.」하셨다.

 그밖에 많은 법을 설하시고 나서 부처님은 여러 비구에게 둘러 쌓여 <구시라>성으로 향하였다. 순타도 그 뒤를 따랐다. 가시는 도중 부처님께서 병환이 일어났다. 그래서 길가 나무밑에 앉아 쉬시면서 아난에게 말씀하시었다.「나는 목이 마르다. 개울에 가서 맑은 물을 길어다 다오.」「부처님이시여, 아까 상인들이 오백수레를 끌고 개천상류를 지나갔으므로 물이 흐립니다. 좀 더 멀지 않은 카굿타 강에 맑고 찬 물이 있사오니 거기 가셔서 발도 씻고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거듭 말씀하시므로 개울에 내려가본즉 뜻밖에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난은 거듭 부처님 신력에 감탄하고 죄송스러이 생각했다 그때 <폭쿠사>라는 <말라>사람이 길을 지나다가 나무밑에 계신 부처님의 빛나는 얼굴을 우러러 보고 나아가 절하였다. 부처님은 그에게 자상하게 많은 법을 설하였다. 폭쿠사는 감격해서 금색가사 두벌을 가져다 부처님께 공양하니 부처님은 그 중 한 벌만 받으시고 또 하나는 아난에게 보시하게 하였다.

 <폭쿠사>가 물러간 뒤 부처님의 얼굴은 어느때 보다 한층 엄숙하여지며 얼굴빛이 불꽃처럼 빛났다. 아난은 이상히 생각하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을 모시온지 25년이 되오나 아직까지 지금처럼 존안이 엄숙하게 빛나는 것을 뵈온 적이 없습니다. 무슨 부사의(不思議)한 일이라도 있사옵니까?」

「아난아, 여래의 위광이 평시보다 다른 것이 꼭 두 번 있다. 한번은 도를 깨칠 때이고, 또 한번은 열반에 들 때이다. 나는 오늘 밤중에 열반에 들 것이다.」

 사람들은 이 말씀을 듣고 모두 다 통곡하였다. 부처님은 다시 일어나시어 카쿳타 강가에 이르러 물을 내려가 몸을 씻고 나오셔서 언덕 위 나무밑으로 오시어 자리를 깔게하시고 쉬셨다. 

  4 최후설법 최후제자

 그때 순타는 부처님 곁을 떠나지 않고 모시고 있었다. 부처님의 병환이 자기가 올린 공양탈이 아닌가하고 크게 마음이 조이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부처님은 순타의 공양을 받고 병이 더 하신 까닭이다. 그동안 밖에 나가 있던 아난이 돌아 왔으므로 순타는 물러갔다. 부처님께서는 순타가 근심하고 있는 것을 살피시고 아난에게 말씀하시었다.

「아난아, 내가 대각을 이루었을 때 <난다>와 <난다바라> 두 목자의 딸이 내게 공양을 올린 적이 있다. 그런데 이제 열반에 다달아서 순타가 최후공양을 올렸다.그러므로 난다나 순타가 내게 공양한 공덕을 똑같이 크다. 너는 순타에게 이 말을 하라.」 순타는 이 말씀을 전해듣고 크게 기뻐하였다.

 아난이 자리를 깔아드리니 부처님은 누어 깊은 생각에 드셨다. 조금 있다가 「아난아, 7각분(覺分)을 말해다오.」하셨다. 아난은 말씀대로 7각분을 설명해 드렸다. 「지금 정진분을 말하였느냐?」「예, 정진분을 말하였습니다.」「아난아, 오직 정진하여 빨리 도를 얻도록 하라.」

 그때 겁빈나 존자가 부처님게 말씀드렸다. 「부처님은 천상천하의 지존이신데 어찌하여 천신들이 약을 가져와 부처님께 드리지 않습니까?」 「집도 지어서 오래되면 무너지느니라. 그러나 대지는 언제든지 편안하다. 이몸은 헌집과 같은 것이고 내 마음은 대지와 같은 것이다. 몸은 병들고 위태하지만 내마음은 편안하다.」「이제 부처님께서 돌아가신다면 누구를 의지하오리까?」「한번 나서 죽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항상 말하지 않더냐. 겁빈나야, 반드시 부처를 생각하고 또 계율을 존중히 여기도록 하라.」

 그때에 부처님은 아난을 불러 구시라 성밖「희련」하(河)가에 있는 <사라>숲으로 가자고 말씀하셨다. 부처님은 제자들에 둘러싸여 희련하수를 건너 사라숲 동산에 이르렀다. 그때 순타가 앞에 나와 세존께 멸도에 들고자 함을 말씀드리니 부처님은 때가 되었다고 허락하셨다. 순타는 부처님앞에서 등불이 꺼지듯 숨을 거두었다. 부처님은 다시 사라쌍수 밑에 이르러 누우셨다.

그때 하늘에서 풍악이 울리며 천녀의 노래가 들려왔다. 사라나무는 때도 아닌데 꽃이 피었다. 빛깔은 흰학과 같고 휘날리는 꽃잎은 빗발처럼 누우신 부처님 위에 소리없이 날아 떨어졌다. 마치 눈이 내리듯이.
이때에 아난은 의심나는 것을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의 멸도에 드신 다음 다시 물을 곳이 없을 것을 생각하여 가지가지를 물었던 것이다. 부처님은 낱낱이 자세히 말씀하셨다. 그때에 말씀하신 것이 유명한 사성지(四聖地)를 생각하라는 말씀이었다. 그리고 악성비구에게는 묵빈대처하되 법을 청하면 법을 설하라는 말씀과 부처님 멸도에 드신 후에도 삼보(三寶)는 상주(常住)하니 중생의 의지할 곳이 되고, 공양을 올리면 부처님 계실 때와 다름이 없다는 말씀과, 다시 열반에 드신 뒤 장례 지내는 방법을 상세히 말씀하셨다. 그후에도 제자들의 의심을 낱낱이 풀어주시고 그때 자리에 모여든 많은 사람들에게 설법을 하였다.

 그 당시 구시라성에는 <수발타>라는 큰 학자가 있었다.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다는 말을 전해 듣고 급히 달려와 부처님을 찾았다. 열반에 드실 직적이라 면회를 시키지 않았는데 부처님은 그를 아시고 수발타를 부르셨다. 그리고 그의 질문을 낱낱이 대답하시어 그의 의심을 풀어주셨다. 수발타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부처님의 허락을 얻어 출가하니 마음이 밝아 곧 도를 이루었다. 이 수발타가 부처님의 최후제자였던 것이다.

 2월15일 밤도 깊어갔다. 자정이 다가왔다. 달은 밝고 숲은 고요하였다. 수많은 사람들은 복바친 슬픔을 억누르고 있는데 시간은 흘렀다. 그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 너희들은 조용히 하여라. 아무말도 하지 말라. 이제 때는 왔다. 나는 열반에 든다.」이렇게 말씀하시고 삼매에 드니 성체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부처님은 모든 선정에 차례로 드시고 어머니 마야부인에게 하직을 고하고 선정속에 머무시더니 잠시후 열반에 드셨다.

 이때 대지는 진동하고 하늘에서는 북이 울리며 꽃이 비처럼 휘날렸다. 대중들은 울음을 터트렸다. 가슴을 치고 땅에 쓰러져 몸부림치기도 했다. 그리고 말하였다. 「아, 세상의 눈(眼)은 어쩌면 이렇게 빨리 가시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