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등산] 애숭이 불자

법등산

2008-01-26     서성림

최근에 생긴 내 습관 중에 하나는 틈만 나면 핸드백이나 유니폼 주머니에 넣어 둔 거울을 들여다 보는 것이다.  순간의 내 모습을 알기 위해서 혹 자태가 흐트러지지는 않았나, 마음속에 바라밀을 염하지 않고 있지는 않은 가 등이 궁금해서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외롭게 성장하신 아버지의 독선적 성격과 너무 부족하고 어리석었던 자식들의 불효로 집안분위기는 우울하였고, 따라서 잘 되어야 할 일들이 실패로 돌아 가는 일이 많았다. 

중. 고등학교 때의 나는 퍽 조숙한 편이었고 친구와의 대화보다는 혼자 내부와 갈등하는 시간이 많았다.  특히 대학에 들어와 이화라는 거창한 울타리속에서 지성의 첨단을 걷는 엘리트라는 자부심 반면에, 내가 처한 현실과 이상이 너무 멀다는 좌절감에 괴로와 했다.  대학 2년 봄, 선배의 권유로 U.B.F.(대학생 성경 읽기)라는 단체에 가입하게 되어 꾸준히 성경공부를 하며 내 머릿속의 제 반 문제를 풀어 보았으나, 그것은 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이나 죄의식을 강요하며, 타인을 위해 무조건적인 사랑이나 헌신을 권장했을 뿐, 나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지는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종로 2가 고려당앞에서 알게 된 독실한 불교신자의 안내로 당시 서부역 뒤에 위치한 「원각회」란 불교단체에 참석하게 되었다.  마침 초파일 행사가 있은 지 얼마 되지않은 때라 천정엔 울긋불긋한 등이 달렸고 정면엔 탱화라는 이상한 그림과 금색칠을 한 불상이 모셔져 있었으며 촛불과 향, 다기와 목탁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어머님을 따라 외할머니 제사지내러 간혹 절에 가본 적이 있고 중. 고등학교 때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가본 적 외에는 법당안에 까지는 들어가보지 못했던 나로서는 도심지 한복판에, 그것도 토요일 오후 화창한 날씨에 울긋불긋한 종이등과 별로 필요치 않아 보이는 촛불을 켜놓고 모여 앉은 사람들이 의아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법회가 끈난 후 시경앞을 거쳐 명동쪽으로 걸으면서 난, 설법내용이 너무 유치하다는 등의 이론으로 그 안내자를 공박했으나 이렇다할 결말도 보지 못한 채 또 다시 법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삼귀긔, 찬불가, 반야심경독송이 끝난 후 약간 야윈듯한 스님 한 분이 들어 오시더니 곧 연단에 앉으셔서 설법을 시작하셨다.  초여름의 더위와 뭇사람의 땀내 창밖의 자동차소리에도 아랑곳 없이 용안엔 투명한 유리알같은 광채를 띄우고 세속의 모든 공해와 잡음 악취와는 무관한 신성 그대로의 자태로 스님의 법문은 계속 되었다.  그동안의 내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순가, 가슴속의 모든 찌꺼기가 씻겨져 내려가는 시원함을 맛보고 계속 그 음성에 도취되었다. 

우린 마찬가지로 염천교를 지나서 서울역 쪽으로 꼬부라지며 얘기를 계속했다.  오늘은 내가 먼저 기분이 좋아서 싱글벙글 웃으며 「좀전에 그 스님 참 얼굴도 맑으시다」며 정말 오랜간만에 모든 잡념을 잊고 좋아했었다.  그후 계속 4년째 스님의 법음에 힘입어 난 새 삶의 용기를 얻었고, 희망은 결코 성취된다는 확신이 생격ㅆ다.  이성과 합리로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들이 이해와 사랑이라는 모약으로 모두 해결되는 것이다.  그토록 부담스럽던 집안분위기며 열등의식 내지는 질투의식등 마음의 아픔은 점차 사라지고 확 트인 푸른 초원처럼 내 마음은 고요하고 평탄하기만 하다.  오늘 내 어찌 부처님의 무한 자비에 감사드리지 않을 수 있으랴!  「부처님 감사합니다.  진정 고맙습니다」수억겁 전부터 나에게 무한한 사랑을 베풀어 주시고 감싸 주셨건만, 이제사 내 그 듯을 알게되었으니 너무 송구스럽고 죄송한 생각이 든다.  내 마음속에 대립을 없애고, 이기를 없애고 나니 활활 청풍이 불어 온다.  이제 시원한 바람을 타고 광활한 대지를 향하여 걸음마를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한걸음 한걸음을 연습하는 나는 불자다. ! 애숭이 불자다.!   나무 마하 반야 바라밀 .(합장)

   자명심  서  성  림 (불광법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