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실록] 없어진 자궁암

2008-01-26     김문수행

   ①  얻으려 하는 신앙

  우리 불교 신도님들 중에는 부처님께 가피력을 입었다고 어디 다른 곳에 계신 부처님께서 힘을 주시는양 말씀하시는 분이 계신데 어쩐지 그런 말을 들으면 이상해집니다.  부처님이 어디 계시길래 그 어른께 가피를 입겠읍니까?  우리 모두를 불자라고 합니다.  본래로 부처님 공덕을 타고났다고 불교는 말해주고 있읍니다.  그렇다면 이미 우리에게 부처님의 모든 능력이 와 있는데 어디 다른 곳에서 그것이 얻어지겠읍니까?  어디 가서 빌면 된다는 식의 신앙태도는 버려야 할 줄 압니다. 

또한 무언가를 얻으려고 신앙을 갖는 자세도 처음 불교에 입문할 때에는 필요하겠지만 결국은 스스로가 본래부터 완전하다는 것을 믿고 느껴서 밖에서 구하고 얻으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벌써 4년전 일입니다.  몸이 불편해지고 아무래도 병이 있는 것같아 산부인과 병원에 들렀더니 병명에 대해서는 아무 얘기도 안 해주며 하여튼 나쁜 병이니까 치료받으라고만 하였읍니다. 

그래서 다시 개봉동에 있는 명성한의원에 갔더니 자궁암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병원에 가서 수술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하시는 것이었읍니다.  그러나 수술도 하기 싫고 본래 육체에 신경을 쓰지 않던 터여서 한약만 좀 먹기로 하곤 평소의 생활을 계속하기로 하였읍니다.  암이란 얘길 듣고서도 전혀 마음의 동요가 없이 갈 때가 되면 가는 거지하는 생각과, 오면 가는것이 정상이고 좀 빨리 가고 늦게 가는 것 뿐이지 하는 생각뿐이었읍니다.  집안에도 병얘기는 안 하고 매일의 신행생활을 유지해 나갔읍니다.  그 당시 저는 새벽 3시경에 일어나 금강경을 일곱번 읽고 좌선을 하는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몸이 차차 불편해져서 공부가 안 되어 얼마간을 쉰 적은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화두를 쫓고 있었읍니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몸이 좋아지는 것이었읍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제 육신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고 어떻게 하면 공부가 좀 낫게 되려나하는 연구밖에 없었읍니다.  그 후로 병원을 가보지도 않은 채 몸은 저절로 건강을 되찾게 되었던 것입니다.

   ②  신앙생활의 보람

  제 자신도 불교를 알기 전에는 유달리 일도 많고 고달픈 생활을 하고 있었읍니다.  집안 식구들 간에도 서로의 성격이 틀려 갈등이 많은 데다가 친정 아버님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제가 친정 식구들을 돌보아야 하기 때문에 그 복잡한 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읍니다.  그러나 제가 부처님게 귀의한 이후론 집안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읍니다.  처음엔 불교에 미쳤다고 하던 주위 사람들이 슬며시 제가 집에 갔다 놓은 책도 보고 절에도 따라 나오기까지 하더니 이제는 오히려 줏대가 꿋꿋이 선 신앙인을 부러워하는 것같아 보입니다.  동생들도 잘 따르고 집안에선 싸우는 소리가 없어졌읍니다. 

저희 집의 가장되시는 분도 몇년전에 별 이유도 없이 직장을 그만두셨지만 그것이 그냥 제 마음에 받아 들여지는 것뿐이어서 원망같은 것은 하지를 않았읍니다.  불교를 알기 전 같으면 왜 돈을 안 벌어 오느냐고 성화를 대고 가정불화도 되었겠지만 지금은 그저 그런 것뿐이지 조금도 안달이 나거나 하지 않았읍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보람된 일은 불교를 믿게 된 후부터는 제나름대로의 안정을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집안에 무슨 일이 있거나 말거나, 궁하거나 말거나 마음이 그렇게 편 할 수가 없읍니다.  세상이 어떻게 되든 그야말로 마음이 아주 말 할 수 없이 편안합니다.  이것보다 더 큰 행복이 얼마나 있을까요?  본래 완전하고 생사조차 없는 마음자리에 턱 의지하니 무엇이 두렵겠읍니까?  의지만 하면 생명력 본래의 작용으로써 모든 고난이 해결되는 데 도대체 걱정할 일이 어디 있겠읍니까?

   ③  말보다 행동으로

  이렇게 가장 귀중한 부처님 법을 널리 알려주고 싶은데 말로는 잘 안 되더군요.  내가 느낀것을 상대방도 느끼게끔 할 만한 말주변도 없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저는 주변에다 슬그머니 불교를 알기 쉽게 해설한 책을 갖다 놓읍니다.  자기네들이 무엇을 느끼는 것이 있기를 바라지만 절에 가자는 말을 먼저 하지는 않읍니다.  자신이 먼저 불교인다운 행동을 하니까 주변이 은근히 저에게 끌리는 것을 느꼈읍니다.  앞으로도 계속 내 행동과 불교신앙의 분위기를 풍김으로써 주위의 사람들에 전법하려고 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자기아닌 밖에서 얻으려고 종교를 믿지 말고, 부처님의 무한한 공덕을 자기가 본래 지니고 있다는 것을 믿고 모두가 그 능력을 쓰는 신앙인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끝으로 저희 본생명을 자각하게끔 무한정 살펴주시는  보이고 혹은 안보이는 불보살님들께 감사드리며 보잘 것 없는 제말을 이만 줄입니다.  <합장>

   김  문수행(대한불교조계종원각회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