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이야기] 장자의 네 부인

경전해설/아함경(阿含經)이야기

2008-01-24     관리자

   옛날, 어떤 도성(都城)에 네 부인을 가진 장자가 있었다. 그런데 그 제일 부인을 가장 사랑하여 앉았을 때나 섰을 때나 일을 할 때나 휴식을 할 때에도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매일매일 목욕을 시키고 한서(寒暑)에 따라 입고 싶은 옷을 사 입히고, 가고 싶은 곳에 데리고 가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이는 등 실로 자기 생명과 같이 총애하였다.
   제이 부인은 천신만고로 다른 사람과 싸워서 얻은 처로서 항상 좌우에 시봉을 시켜 말벗을 하였으나 제일 부인보다는 사랑하지 않았다.
   제삼 부인은 가끔 만나 위로하기도 하고 하소연을 하기도 하였으나 같이 있으면 서로 싫증이 나고 떨어져 있으면 서로 생각이 나는 사이였다.
   제사 부인은 거의 노비와 다름이 없었다. 모든 궂은일은 다하고 어떠한 어려움에 처하여도 남편의 뜻을 어기지 않고 열심히 일하였다. 그러나 남편으로 부터는 하등의 사랑을 받지 못하여 아예 남편의 의중(意中)에는 제사 부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자기가 살고 있는 도성을 떠나 머나먼 외국에 여행을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제일 부인을 불러서 말했다.
  『나는 지금부터 먼 외국에 가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는바 혼자 가기는 고독하니 동행하는 것이 어떠하겠소?』
   이에 그녀의 대답은 이러하였다.
  『별 말씀을 다하는 구려. 가고 싶으면 당신이나 혼자 가든지 하지 남까지 가자고 할 게 무어란 말이요. 나는 모르니 혼자 가든지 말든지 하시오.』
   남편이 다시 말했다.
  『나는 누구보다도 당신을 가장 사랑하여 무슨 일이든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주지 않았소. 당신의 비위를 맞추기 위하여 갖은 고생을 다하였는데 어찌하여 지금에 와서 나와 함께 가기를 꺼리는가?』
   그러나 제일 부인은 끝까지 남편의 청을 거절하였다.
  『당신이 아무리 저를 사랑하였다 할지라도 당신과 같이 갈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남편은 제일 부인의 무정함을 한탄하면서 제이 부인을 보고 다시 간청하였다.
  『당신은 나와 함께 가주겠지?』
   하였더니 제이 부인이 대답하기를,
  『당신이 제일 사랑하는 제일 부인도 같이 가지 않는다고 하는데 무엇 때문에 제가 가겠습니까?』
   이에 대하여 남편은,
  『내가 당신을 구하기 위하여 얼마나 고생이 많았던가? 추위에 견디고 더위를 만나며, 굶주림과 갈증을 참아가며, 혹은 수화(水火)에 들어가기도 하고 도적을 만나기도 하여 천신만고를 무릅쓰고 친구와 다투어 겨우 당신을 손에 넣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에 와서 나와 함께 가지 못한단 말이 웬 말이오.』
   그러나 제이의 부인도 듣지 않았다.
  『그것은 당신이 강제로 무리하게 나를 구한 것이지 결코 내가 당신을 구한 것은 아닙니다. 어찌하여 먼 외국까지 가서 함께 고생을 하자는 겁니까?』
   남편은 제이 부인의 무정함을 원망하면서 제삼 부인에게 권고하였다.
  『당신은 설마 나와 함께 가주겠지?』
   제삼 부인은 대답하였다.
  『저는 당신의 은혜를 입었기 때문에 도성 밖까지는 전송해 드리지요. 하지만 먼 외국까지 동반할 수 없음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남편은 제삼 부인의 무정함을 한탄하면서 제사 부인을 불러 동행하기를 간청하였다.
  『나는 이 나라를 떠나 먼 외국에 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소. 당신이 나와 함께 가줄 수 있을지 모르겠군.』
   하였더니 제사 부인은 첫말에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당신이 가자면 가고말고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는 부모의 슬하를 떠나 오로지 당신을 따르고 있는 몸입니다. 괴로우나 즐거우나 죽으나 사나 당신의 곁을 떠나지 않고 당신이 가는 곳이 아무리 멀다 할지라도 반드시 따라 모시겠습니다.』
   그는 드디어 평소에 그처럼 사랑하고 아끼던 세 명의 부인에게 거절을 당하고 첫날밤에 소박한 뒤로부터 평생 동안 돌아보지 아니 했던 제사 부인을 데리고 그 도성을 떠나게 되었다.
   이것은 부처님께서 비유로 하신 말씀이니 어떤 도성이란 생(生)의 세계이고, 먼 외국이란 죽음의 나라를 뜻한 것이다. 그리고 그 도성에 사는 네 부인의 남편이란 인간의 마음을 비유한 것이다.
   그 네 부인 중 제일 부인은 사람의 신체의 비유이다. 사람들이 그 육체를 애무하는 것이 실로 제일 부인을 아끼고 사랑하는 남편에 못지않다. 그런데 명이 다하여 죽을 때는 정신은 현세의 죄복을 짊어지고 홀로 쓸쓸하게 떠나가지만 그 육체는 지상에 남은 채 같이 가려고 하지 않는다.
   제이 부인은 인간의 재산에 비유하였다. 아무리 노력하여 축적한 재보라 할지라도 죽을 때 가지고 갈 수는 없는 것이다.
   제삼 부인은 부모나 처자나 형제나 친척이나 노비에 비유하였다. 살았을 때는 서로 사랑하고 생각하고 잊을 수 없는 사이다. 죽었을 당시에도 슬피 울면서 성 밖 묘지까지는 전송해 준다. 그러나 죽은 시체를 땅속에 묻어 버리고 나면 각각 집으로 돌아가 버린다. 그리하여 죽은 지 10일이 지나면 죽은 사람의 일 같은 것은 잊어버리고 살아가는데 몰두하게 된다.
   제사 부인은 인간의 마음을 비유하였다. 천하의 어느 누구도 자기의 마음을 사랑하고 두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두 마음을 풀어 놓아 탐욕과 진에(嗔恚)의 불길에 휩싸여 정도(正道)를 믿지 않음으로 해서 명이 마쳐서는 지옥에 떨어지고 축생에 떨어지며 아귀가 되어 고통을 받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이 모두 마음을 사랑하고 두호하지 않았던 결과인 것이다.
   우리가 죽을 때에 몸과 재물과 부모친척을 다 버리되 마음만은 가지고 간다. 그것은 마치 장자가 제사 부인을 소박하였다가 같이 가는 것과 다름이 없다.
   정도(正道)를 닦아 스스로 마음을 단정히 하고 뜻을 바르게 하여 우치한 마음을 버리고 우치한 행을 그친다면 악을 행하지 않게 된다. 악을 행하지 않게 될 때에 재앙을 받지 않게 되고, 재앙을 받지 않는다면 생을 받지 않게 된다. 생을 받지 않는다면 늙지도 않고 병들지도 않게 되어 드디어 무위열반(無爲涅槃)의 도를 얻게 될 것이다.<잡아함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