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의 세계] 출요경의 구조와 중심사상

출요경의 세계 출요경(出曜經)의 구조와 중심사상(中心思想)

2008-01-24     관리자

     [1] 전언(前言)

   부처님께서 설하신 경전을 그 내용 형식에 따라 십이부경(十二部經)으로 나누어 보기도 하는데 그 열두 가지 중에는 아바다아나(阿波陀那, Avadana)란 부류의 경전이 있다. 이 출요경(出曜經)은 이 부류에 속하는 경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출요경은 모든 비유와 우화의 소재를 유명한 법구경(法句經)에서 얻고 있으며 법구경은 여러 가지 원시경전 가운데 가장 교훈적인 훌륭한 구절만을 뽑아서 한데 엮어 놓은 명구선집(名句選集)이다.
   법구경의 교훈적 구절을 주석하고 설명하기 위하여 이 경에서는 많은 이야기를 비유로 들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이야기도 주로 부처님의 본생담(本生譚)과 전기(傳記), 그리고 인연담(因緣談)으로 되어 있다. 

     [2] 경(經)의 구조

   이 경은 인도에서 찬술(撰述)된 것이나 원전은 지금 남아 있지 않으며 우리가 현재 볼 수 있는 것은 요진(姚秦)의 축불렴(竺佛念)이 번역한 한역 출요경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계빈국 승가발징(僧伽跋澄)이 법본 경전을 가지고 장안(長安)으로 왔는데 발징은 법본을 읽고, 축불념은 중국말로 옮기고 도의(道嶷)가 필수(筆受)를 하고 법화가 교합정정(校合訂正)을 하였는데 이 교합작업에는 승예(僧叡)도 참석했다고 한다.
  「출요」란 말을 중국의 옛 번역자들은 대체로 비유라고 했지만 최근 서양의 불교 학자들은「훌륭한 공적」「빛나는 업적」등의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 경의 제6권에는 십이부경을 해설하면서 아비다아나가 다음과 같은 뜻이라고 말하고 있다.
   소위 출요란, 무상품(無相品)으로부터 범지품(梵志品)에 이르기까지 중경(衆經)의 요장(要藏)을 모두 연설하고 포현해서 장래에 대한 가르침을 말한다. 그러므로 출요라고 하는 것이다.
   이 말에 의하면 출요란 많은 경의 가장 중요한 내용의 것을 모아 그 속에 포함된 핵심을 풀이하고 표현해서 사람들에게 알게 하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비파사론(大毘波沙論)은 여러 경들 안에서 설하신바 숱한 비유가「아바다아나」의 뜻이라고 하고 있으며[권(卷)126], 또 대지도론(大智度論)에서는 세간(世間)과 비슷한 부드럽고 쉬운 말[권(卷)33]이라고 아비다아나의 뜻을 풀이하고 있다.
   또 유가론(瑜伽論)에서는 비유에 의하는 고로 숨은 뜻이 밝혀진다[권(卷)81]고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출요란 숨은 뜻을 잘 밝히는 목적으로 비유가 쓰여지게 된 이 종류의 경의 성격을 드러내는 말이라고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
   이 경은 전체적으로 34품 30권으로 되어있다. 법구경의 품은 39품인데 이 출요경에 나와 있는 게송은 전부 다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
   이제 법구경과 출요경과의 내용이 같은 품을 살펴보면 26품이 내용의 중심이 같고 다만 품의 제목이 좀 다르고 순서도 많이 달라져 있다.
   또 이 출요경은 장아함경(長阿含經) · 잡아함경(雜阿含經) · 잡계경(雜契經) · 구담계경(瞿曇契經) · 수행경(修行經) · 미륵하생경(彌勒下生經) · 생경(生經) 등을 인용하여 부처님의 말씀을 부연 설명하고 있다.

     [3] 경(經)의 중심사상

   이제 출요경의 본문을 훓어가며 그 비유가 재미있으면서도 교훈적인 것을 골라 적어 보고자 한다.

   불침야장(不寢夜長)
   피권도장(疲惓道長)
   우생사장(愚生死長)
   막지정법(莫知正法)

   잠 못 이루는 사람에게 밤은 길고
   피로한 사람에게 길은 멀어라.
   우치한 사람에게 생사 길거니
   그것은 바른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고려대장경 29권 766P, 30권 565P)

   이것은 법구경 우암품(愚闇品)에 있는 구절로서 이 구절에 대하여 출요경 무상품(無常品)은 부처님의 금구(金口)를 통하여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비유로 들고 있다.
   부처님이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실 때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네 가지 경우에 밤에 잠자는 사람은 적고 깨어 있는 사람이 많다. 그 네 가지 경우의 첫째는 여자가 남자를 사모하는 경우이니 그 밤에 잠자는 사람은 적고 깨어 있는 사람은 많다. 둘째는 남자가 여자를 사모하는 경우이니 그 밤에 잠자는 사람은 적고 깨어 있는 사람이 많다. 셋째는 도둑질을 할 경우에 많다. 넷째는 비구가 선정을 구해 부지런히 정법을 닦는 경우이니 그 밤에는 잠자는 사람은 적고 깨어있는 사람은 많으니라.
   앞의 세 가지 경우의 깨어있는 밤은 길지마는 바른 법을 닦는 비구는 밤이 긴 것을 깨닫지 못한다. 피로한 이에게는 길이 멀고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생사가 길다. 그것은 바른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역시 부처님이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떤 과부가 사랑하던 유복자를 잃었다. 그 아들 하나만 믿고 의지하며 살아왔던 과부의 설움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슬픔과 설움에 겨워 반쯤 미칠 지경에 이르렀다. 그 과부는 마침 성 밖 기원정사에 부처님이 계시다는 소문을 듣고 그 과부는 부처님을 찾아 갔다.
   부처님을 만난 과부는,『저는 하나밖에 없는 유복자(遺腹子)를 잃고 도무지 설움에 겨워 미칠 지경입니다. 제발 저의 슬픔을 잊어버리는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하고 간청하였다.
   조용히 듣고 계시던 부처님은 과부에게 일렀다.
  『곧 성안으로 들어가서 사람이 죽어본 적이 없는 집을 찾아 불씨를 얻어 가지고 오라. 그러면 설움을 잊게 하겠노라.』
   그 과부는 기뻐하며 곧 성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알아보았더니 사람이 죽어 본 적이 없는 집은 하나도 없었다. 실망한 과부는 불씨하나 얻지 못하고 의기소침하여 부처님 앞으로 되돌아 왔다. 그리고 사람이 죽어본 적이 없는 집은 하나도 없더라고 아뢰었다.
   그때 부처님은 과부를 향하여 엄숙히 말씀하셨다.
  『대개 이 세상에서 살고자 하면 네 가지 인연에서 벗어날 수 없는 법이다. 그 네 가지는 다음과 같다.

   일자상필무상(一者常必無常)
   이자부귀필빈천(二者富貴必貧賤)
   삼자합회필별리(三者合會必別離)
   사자강건필당사(四者强健必當死)

   첫째 항상한 것은 반드시 무상하고,
   둘째 부귀한 자는 반드시 빈천하여지고,
   셋째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게 되고,
   넷째 아무리 건강하여도 반드시 죽게 된다.』
   (고려장경 29권 769P)

   이 설법을 듣고 그 과부는 깊이 깨달은 바가 있었다.
   네 가지 인연을 설명하기 위하여 출요경은 부처님과 아들을 잃은 과부의 대화를 등장시켰다.
   살았으면 반드시 죽게 마련이라는 절대 진리를 슬픔에 잠긴 과부에게 설명하기 위하여 부처님은 상(常)과 무상(無常), 부귀와 빈천, 만남과 이별의 상즉(相卽)관계를 빌어왔다.
   꽃은 피면 지게 마련이다. 권세도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다. 영고(榮枯)와 성쇠(盛衰)는 비단 자연계에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고 인간계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이것은 무상품에서 제행무상(諸行無常)의 도리를 깨닫는 것이 지혜의 눈을 여는 것이라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대체로 이 경에는 어떤 계통적이며 조직적인 교리체계가 들어 있지 않으나 전체적으로 전편속에 불교의 근본사상이 생생히 표명되어 있다. 또한 재미있는 것은 계송부분은 원시불교의 모습 그대로이고 산문으로 된 해설 부분은 대승적 색체를 띠기 시작한 발전된 내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4] 결 론

   따라서 이 경의 내용은 통속적이요 평이하여 그 문학적 가치가 결코 적지 않은 것이 특색이다.
   그러므로 이 경전에서 화엄(華嚴) · 법화(法花) · 반야(般若) 등 대승경전처럼 심오한 철학적 사상의 흔적은 찾기 어렵지만 그 대신 누구나 흥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도록 많은 비유를 들어가며 부처님의 위대한 인격과 교훈을 풀이하여 주고 있다.
   한 사람의 위대한 종교적 천재이며 지도자인 부처님의 고매한 인격과 뜻 깊은 교훈은 일상적 언어로는 그 진면목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그래서 원시경전 편찬자들은 비유의 묘법(妙法)을 창안하여 냈다.
   이 비유[Avadana]를 경전주석가들은 요지의 법으로서 미요지(未了知)의 법을 밝히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