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마을 동화] 은혜 갚은 독수리

연꽃마을 동화

2008-01-24     관리자

     [1] 고난 받던 독수리

   옛날, 먼 나라에 독수리가 많이 사는 산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산 이름을「독수리산」이라 불렀습니다.
   그 독수리산의 여러 독수리 가운데에서 특별히 부모 독수리에게 효성하는 독수리가 한 마리 있었습니다. 그래서 독수리들 사이에서도 존경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해에 큰 비가 내렸습니다. 태풍이 산에 머물러 떠나지 않는 듯 세찬 비바람이 연일 불어댔습니다. 독수리들은 피할 곳이 없어 비를 맞으며 바람 속을 헤매다가 제각기 시장하고 추워서 지쳐버렸습니다.
   생각한 나머지 독수리들은 바라나시성 가까이로 내려 갔습니다. 그곳은 사람이 많이 사는 마을이므로 비바람을 피할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효자독수리도 마을에 내려가 외딴집 담 밑에 웅크리고 앉아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어떤 독수리는 추녀 가까이에 피신도 하고 또는 도랑가에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독수리들은 하늘을 날던 용기와 날쌘 기상을 가진 독수리의 원 모습은 찾을 길 없고 초라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습니다.

     [2] 자비하신 장자

   그때에 그 마을의 장자가 밖에 나왔다가 이들 독수리를 보았습니다. 장자는 그대로 두면 곧 죽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독수리들을 자기 집 마당에 모으고 가운데 불을 피워 몸을 녹이게 하고 또 죽은 소 버리는 곳에 사람을 보내어 고기를 베어 오게 하여 독수리에게 먹였습니다. 그 나라는 쇠고기를 먹지 않는 나라여서 소가 죽게 되면 내다 버렸던 것입니다.
   독수리들은 자비한 장자의 보호를 받고 몸이 회복되어 눈이 반짝이고 다리와 깃에서 힘이 넘쳤습니다. 이윽고 비가 멎고 바람이 자니 독수리들은 장자의 집을 나섰습니다.
   물론 마음씨 좋은 장자님에게 한쪽 깃을 여미며 고개를 숙이고 공손히 인사를 드린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산에 돌아온 독수리들은 장자님의 고마운 뜻을 깊이 새기며 서로들 모여서 의논을 하였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이번 비바람에서 살아 남은 것은 마음씨 좋으신 장자님 덕분이 아닌가. 어떻게 은혜 갚을 방법이 있을까요?』 
  『참으로 그렇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다니다가 좋은 패물이나 옷이 눈에 띄거든 그것을 모두 장자님에게 갖다 드리면 어떨까요?』 
  『그것 참 좋은 의견이요. 우리 모두 그렇게 합시다.』
   이렇게 의논이 되어 그때부터 독수리는 옷이든 패물이든 눈에 띄기만 하면 물어다가 장자님 집 뒷뜰에 떨어뜨렸습니다.
   장자는 독수리들이 날아와서는 값비싼 옷이나 귀한 물건을 자기 집 뜰에 떨어뜨리는 것을 보고는 독수리의 마음씨를 생각하면서 이 물건은 내가 가질 것이 아니다 하고 보관해 두었습니다.

     [3] 독수리가 은혜 갚다.

   한편 바라나시 마을에서는 오랜 비 끝에 활짝 개인 날씨에 모두들 집안의 물건을 내어다 바람을 쐬고 햇빛을 보게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난데 없이 독수리가 날아와 병아리를 움켜 가듯이 귀한 물건들을 움켜 가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습니다.집집마다 좋은 옷과 패물들을 독수리에게 잃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실을 임금님에게 아뢰었습니다.
  『대왕님, 요 며칠 사이 볕이 들면서부터 독수리 떼들이 성안 집집을 휩쓸고 다닙니다. 그리고 고기덩이를 물어 가는 것이 아니라 옷이나 패물이나 좋은 것은 다 가져 갑니다.』
   임금님은 자세한 말을 듣고 나서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 독수리를 한 마리라도 붙들어 오시오. 그러면 그런 짓 하는 까닭을 알게 될 것이며 독수리를 쫒는 방법도 알게 될 터이니까.....』
   백성들은 물러 나와 독수리를 잡기 위하여 그물도 치고 덫도 놓았습니다. 얼마 안 있자 과연 큰 독수리가 걸렸습니다. 효자 독수리였습니다. 백성들은 독수리를 붙들어서 임금님께 가지고 갔습니다. 그때 마침 마음씨 착한 장자도 임금님께 문안 인사 드리려고 대궐로 들어가는 참이었습니다.
   임금님은 백성이 붙들어 온 독수리에게 물었습니다.
  『성안의 옷을 집어간 것이 네가 한 짓이냐?』
   독수리가 대답하였습니다.
  『대왕님 참으로 그렇습니다. 저희들이 한 짓입니다.』
  『너희들 독수리에게는 아무 쓸모 없는 옷가지를 가져다 무엇하자는 것이냐?』
  『대왕님, 저희들은 비바람에 춥고 굶주려서 죽게 되었는데 저희들을 살려준 은인이 계십니다.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옷과 패물을 가져갔습니다.』
  『그러면 누구에게 갖다 주었느냐? 너희들을 살려준 사람의 이름을 대라.』
  『바라나 장자입니다. 그 어른이 저희 은인이고, 옷도 그 어른댁 마당에 던져 놓았습니다.』

     [4] 자비하신 임금님

   이 말을 들은 임금님의 얼굴은 사뭇 부드러워지고 목소리도 더욱 인자해졌습니다. 독수리와 장자 사이의 따뜻한 마음이 흐르고 착한 마음으로 함께 지내고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신 것입니다.
   임금님은 자상하신 목소리로 또 물었습니다.
  『독수리야, 너희들의 코나 눈은 백리 밖의 먹이도 다 안다고 하지 않느냐? 그런데 어떻게 해서 너를 잡으려고 논 그물에 걸렸느냐?』
   독수리는 다시 엎드려서 임금님께 정중히 아뢰었습니다. 
  『대왕님, 저희들의 눈과 코가 밝다고는 하오나 욕심이 성하면 눈과 코가 어두워지는가 합니다. 저희들은 다만 좋은 것을 많이 얻어서 은혜를 갚겠다는 욕심이 앞섰기 때문에 그물 곁으로 가면서도 그물을 보지 못했습니다.』
   임금님은 이번에는 장자에게 물었습니다.
  『여기 독수리가 말하는 것이 모두가 사실이오?』
  『대왕님, 참으로 그러합니다. 사실입니다.』
  『그러면 그 옷가지는 다 어떻게 하였소?』
  『대왕님, 옷가지와 패물들은 모두 잘 간직하여 두었습니다. 임자가 나서는 대로 돌려주려 했습니다. 제가 보관하고 있는 물건은 모두 주인에게 돌아가게 해주시고 저 독수리는 너그럽게 용서하여 주십시오.』
   임금님은 참으로 기뻤습니다. 백성들도 착하고 장자도 착하고 독수리도 착하고 모두가 다툼없이 평화롭게 사는 것이 정말 기뻤습니다. 임금님은 기쁜 얼굴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리하리라』
   이 소문은 바라나시성 뿐만 아니라 온 나라에 퍼졌습니다.장자에게 칭찬이 자자하고 장자는 자비장자라고 불리우게 되었습니다. 독수리도 은혜를 아는 독수리라고 칭찬하고 보호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오늘까지 평화롭고 기쁜 이야기로 전해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