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건강법

지혜의 뜰 (건강교실)

2008-01-23     관리자

1 파키스탄 북부에 있는 라호르(La-hore)라는 도시에서 국제회의가 있어 지난 11월에 갔던 적이 있다. 라호르 박물관에는 부처님이 단식고행중인 모습을 조각한 불상이 있기로 유명하다. 가서 보니 정말로 피골이 맞붙고 두 눈은 들어가다 못해 해골처럼 패어 들어간 삶과 죽음의 극한 상황에 있는 처참하고 숭고한 모습이었다.

당시의 바라문교의 계율에 따라서 싣달타(悉達多) 태자는 아무도 엄두도 내지 못하는 전무후무한 난행고행을 스스로 택하여 6년간이나 계속하였으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7일마다 한번씩 소량의 음식으로 거의 단식 상태를 계속한 것이다.

불교 성전을 보면 고행당시의 고행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음을 읽을 수 있는데 “손발은 마른 갈대처럼, 엉덩이는 낙타의 등처럼, 그리고 등뼈는 꼬아놓은 새끼처럼 안상하고 갈비뼈는 썩고 낡은 집의 서까래처럼 튀어 나왔으며, 머리의 피부는 설익은 호리병박을 볕에 말린 것처럼 쭈그러졌으며, 다만 눈동자만이 움푹 들어가 우물에 잠긴 별처럼 빛나고 있다. 훌쭉해진 뱃가죽을 어루만지면 등뼈가 잡히고 등뼈를 만지면 뱃가죽이 잡힌다….”의 모습을 라호르의 불상에서 볼 수 있어 감개무량하였다.

고행의 결과는 없이 6년의 세월이 헛되이 흘렀다. 태자는 인제는 부질없이 육체를 괴롭히는 것보다는 음식을 취해 몸을 기르고 마음으로 해탈을 얻고자 고행을 끝내고 ‘스자타’라는 아가씨로부터 유미죽(乳糜粥)을 공양 받아서 마시고 기력을 회복함으로써 오랫동안의 고행의 종지부를 찍었다. 마침내 숲을 나와서 보리수 밑에 정좌하고 수행을 계속하여 드디어 우주의 진리에 개안(開眼)되어 깨달음을 얻어서 부처님이 되신 것은 누구나 다 익히 아는 사실이다.

이렇게 보면 석가는 단식을 반대한 것 같으며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에 “만약 단식에 의하여 해탈이 가능하다면 산야에서 굶어 죽는 짐승들은 모두 해탈할 수 있을 것 아닌가.” 라는 글귀가 있다. 그러나 당시 극단적이었던 바라문교의 미신적인 고행 단식을 타이르는 뜻이었던 것이다. “세존 스스로 『의방경(醫方經)』을 설명하여 만약 오체(五體)의 어느 곳이고 병이 생기면 우선 음식물을 끊어야 한다.”고 단식요법을 권장하는 기록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동물들이 병이 생기면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웅크리고 있으며 사람도 불편하면 식욕이 떨어지게 마련인 것은 병에는 단식이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먹고 기운을 차려야한다고 무리하게 먹이거나 영양제를 수액(輸液)으로 정맥주사로 넣어 주는 것이 도리어 병 치료에는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연 단식과 건강과의 관계가 어떻게 되어 있는가를 올바르게 알아야지 무턱대고 단식이나 다이어트를 지나치게 하여서 도리어 건강을 해쳐서도 안 될 것이다.

   

2 스스로 식음을 전폐하고 일부러 기아상태가 되는 것이 단식(斷食)이데 세계의 거의 모든 종교가 의식(儀式)으로 일정기간 단식을 실천하는 계율이 있다. 또 건강법, 병의 치료법으로 단식을 하는 경우도 있고, 체질개선, 정신수양, 심지어는 불로불사의 신선이 되려고 하는 벽곡(辟穀)도 단식의 일종이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을 부르짖는 도교(道敎)에서는 “오곡을 먹지 않고 바람을 들이 마시면서 이슬을 마시고 운기(雲氣)를 타고 비룡(飛龍)을 거느린다.”라는 말도 있다. 요새는 체중을 줄여서 날씬하게 된다고 다이어트라고 감식(減食)또는 단식을 하는 사람도 있다.

세상일이 다 그렇지만 아무리 좋은 것일지라도 지나치게 일변도(一邊倒)가 되면 광신(狂信)이 되어서 도리어 폐단이 생기는 법인데 단식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단식과 건강, 단식과 병 치료는 과연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일정한 시간이 되면 정기적으로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야생동물들은 먹이에 대한 보장이 없기 때문에 요행히 한번 먹은 다음에는 언제 또 다시 먹이를 만날지 기약할 수 없는 환경 가운데서 생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므로 언제나 굶주림의 위협가운데서 살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실험실에서 동물실험을 하여 보면, 먹이를 자유스럽게 먹고도 남게 공급하여 주면 수명이 짧고, 좀 모자라게 또는 가끔 굶기면서 사육을 하면 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다. 사람이 한평생 살다가 병 없이 세상을 떠나는 ‘고종명(考終命)’을 하는 경우가 드믄데, 야생동물들은 대체로 자연사를 하는 것은 사람이 너무 풍족하게 먹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여튼 요즘의 모든 성인병을 식원병(食原病)이라고 하는 것은 영양섭취가 지나치게 많은 영양과잉에서 생긴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3 매일 식사를 하기 때문에 하루도 쉴 틈이 없이 활동해야 했던 위와 창자, 신장, 간장 등이 단식을 하면 휴식을 할 수 있다. 몸에 축척되어 있던 과잉영양을 배출시키고 노폐물, 독소, 숙변(宿便) 등도 단식에 의하여 말끔하게 청소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백혈구의 살균작용을 비롯한 몸의 생명력이 활성화 된다.정신면에서도 두뇌가 명석하게 되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며 자율신경 실조증이 없어지는 등등의 효과를 단식에서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단식이 건강법의 전부는 아니며 단식이 효과 있는 증세와 효과 없는 증세가 있다. 또 단식을 하여서는 안 되는 병도 있으며, 단식을 실천하려면 준비단계가 필요하고 단식 중에도 물은 꼭 마셔야 하는 것을 비롯한 주의사항이 있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단식이 끝나고 어떻게 식사를 다시 개시하느냐, 즉 보식(補食)의 방법이 문제이다. 만약 보식을 잘못하면 생명도 위태롭게 된다. 그러므로 단식은 그 방면의 전문가의 지도 감시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가장 실용성 있는 단식으로 누구에게나 권장할 수 있는 것이 있다. 한 가지 방법은 내일이 휴일인 토요일의 저녁식사를 거르는 단식이고, 또 한 가지는 연이틀 휴일이 겹칠 때에 첫날의 세끼를 모두 굶는 방법이다. 이 두 가지 방법은 일 년간이라도 계속할 수 있으며, 체중을 적어도 3~5kg은 내릴 수 있다.

단식에 의하여 성장호르몬의 생성이 좋아진다는 사실도 알려지고 있는데 성장호르몬은 단백질의 동화(同化)에도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호르몬이기 때문에 발육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노화방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렇게 본다면 단식까지 가지 않더라도 식욕을 억제하여 과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모든 성인병의 예방과 치료에 좋을 것이다. 과식은 탐욕의 결과이며 미식(美食)에 빠지면 성인병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퇴폐와 게으름도 생기게 마련이다. 이와 같은 세태에 있어서 식탐을 의지의 힘으로 극복하려는 단식은 건강법의 차원을 넘은 수행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